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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작전>,<모공>:전쟁의 대전략,개론

계, 작전 모공 편은 현대에도 손자병법이 고평가되는 주된 이유가 담겨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이 부분들은 특히 대전략이라고 칭해지는 단순한 전투를 벗어난 전쟁의 외교, 심리전, 보급 등 총체적인 요소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에서는 전쟁의 중대함을 강조함과 더불어 자기 국가의 총체적 역량 측정, 상대와 자신의 전투력 비교, 그리고 교란 등 전반적인 작전과 그 요소들을 다루고 있다. 작전에서는 그 다음 전쟁을 시작했을 때 중요한 원칙으로 속공의 원리와 적진 보급의 원리 등을 내세우며 보급과 속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모공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의 중요함과 상대와의 전투력 대비 전략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외교 등을 포함한 술수로 적들과 싸우지 않고 승리하기, 많을 땐 포위하고 적을 때는 수비하고 회피하기 등의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모공의 마지막에 그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불태가 나온다. 이 부분들은 전쟁 뿐만 아니라 경영 처세에서도 높은 의미를 지닌다고 보인다. 현재 트럼프와 시진핑의 무역 마찰이 무역 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지금 상황을 보자면,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 사회인 현대는 소규모 전쟁들의 향연이다. 그렇기에 손자병법이 군사를 넘어 일반인들까지 널리 읽는 고전이 되었겠지 않는가? 하지만 손자병법은 전쟁 만능론을 주장하지 않는다. 전쟁을 하기 전 총체적인 요소들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비교할 것,싸우지 않고 승리할 것, 전쟁은 빨리 끝낼 수록 좋으며 아군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만들 것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전쟁은 중대사한 일이다. 무턱대고 싸우는 일기토형 삼국지 장수들은 소설에서나 멋있는 것이다. 이미 전쟁만능론자들의 최후는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에서 무시무시하게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 무한경쟁시대에서 때로는 과감함이 필요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신중한 판단과 손익에 대한 냉철한 계산일 것이다.

모공에서 휘하 장수에 대한 무리한 개입을 막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자라면 항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히틀러가 2차대전에서 무리한 작전으로 독소전쟁을 말아먹었던 것처럼, 대전략을 구상하는 것은 리더의 일이지만 모르면서 시시콜콜 개입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 현대의 정신인 분업정신을 잘 지키자.


2.<형>,<세>,<허실>: 본격적 전략,전투의 기본

형, 세, 허실은 많은 주석가들이 한 계통으로 파악한 부분이다. 이 3편은 본격적인 전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듯한 것이 형에서는 공격과 수비, 세에서는 기와 정, 허실은 말 그대로 허와 실을 양립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비슷한 구성을 띈다. 형에서 적보다 특정 전투 국면에서 우세한 전력을 유지하도록 강권하는 마지막 절은 허실에서 아군의 실로 적의 허를 치고, 적군이 어디를 공격당할 지 모르게 하여 분산시키라는 내용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3편 모두 모략과 정보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통한다. 형에서 이기는 자는 이미 이기는 자리에 위치한다는 말은 적에 대한 정보와 대비의 완벽함을 뜻하고, 세에서 기와 정이 서로 뒤바뀌는 상황과 아군의 허를 거짓 노출하여 적을 유인하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처럼) 방법을 논하며, 허실에서는 아군의 형을 감추고(무형) 적의 형을 탐색하는 방법을 논하면서 주도권을 잡고 허를 실로 치는 방법을 논한다. 이 모든 내용이 충실한 정보입수와 동시에 상대에 대한 정찰,공작,교란을 필수로 한다. 현대에 와서 정보는 더 다양해지고 혼란스워지며 자세해졌는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정보와 속임수를 강조한 손자병법의 해당 편들은 누구라도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하다. 한편으로는 이 편들은 비유를 사용하며 지나치게 두리뭉실하다는 느낌도 드는데, 이 역시 타당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솔직히 해석이 없었더라면 읽은 내용들을 잘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약간 든다. 그럼에도 기만, 분산, 정보는 현대 세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요즘 전쟁과 일반세상에서는 적에 대한 완벽한 물리적 섬멸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완벽하게 유지되긴 어려운 만큼 실은 되도록 피하고 허를 쳐버리는 손자의 전략이 더욱 더 유용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3.<군쟁>,<구변>,<행군>,<지형>: 전투의 세부사항: 변화,기동,지형 및 적군파악,정신력

군쟁,구변,행군,지형은 본격적으로 전쟁의 실천편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군쟁에서는 군사 기동의 기본 원칙으로 적을 유인하고 돌아가는 우식지계를 두고 군사기동과 심리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구변은 상황에 따라 용병과 치병을 자유자재로 변화롭게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두며, 행군은 군사배치시 고지선점과 양지의 중요성 등 지형적 요소와 적군 판별법, 그리고 덕과 벌의 균형을 다루고, 지형은 지형별 일반적인 용병원칙과 더불어 내부의 군사 규율과 질서 즉 치병의 여러 요소들을 함께 강조한다. 이 부분의 내용들 중 지형과 적의 동태에 대한 부분들은 손자병법 내에서는 원리보다는 실천적 부분에 가까운 내용들이지만 해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대의 대규모 전투에서는 실정과 맞지 않은 부분들이 꽤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전의 또 다른 양상인 내전과 소규모 게릴라에서는 오히려 더 통할 부분들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소규모 저예산의 전쟁에서는 이런 팁들이 기술상의 우위를 별로 가지지 못하는 게릴라군들에겐 아직도 먹힐 것이다. 비록 순수 전쟁과 관련된 부분이 이전 편들보다 많지만 행군과 지형에서 강조하는 친밀함(덕)과 벌을 양립하는 치병술과 지형에서의 하급장교 사령관 병사관계를 모두 고려한 6가지 군대행정의 위급상황은 현대의 일반 인사정책과 관련해서도 폭넓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로움과 해로움의 이용을 다루는 8편 2절과 군쟁의 핵심인 우식지계는 손자병법에서 얼마나 적에 대한 교란을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구절들로 위에서도 말했듯 정보화시대에 필수적으로 고려할만한 내용이다. 그 외에도 계속 생각할 만한 구절은 군쟁에서 포위된 적에게 살 길을 틔워 주라는 부분은 전면전과 배수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로도, 적에게 거짓 이득을 보여줘 빈틈을 치라는 손자병법의 대표 사상으로도 들어맞는다. 사실, 구변에서 강조하는 변화에 능통함에 대한 강조야말로 지금 우리가 손자병법을 읽을 때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행군과 지형의 내용들 중 맞지 않는 것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항상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이 적에 대한 속임수 역정보 교란과 심리적 요소의 중시와 파악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리라는 것이다. 중요하니 반복하게 된다.


4.<구지>,<화공>,<용간>:총론, 그리고 특수전

구지는 앞 편들의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목의 구지에서는 지형 뿐 아니라 외교,보급 등 군사정치학적 대전략까지 포괄하여 각각의 경우의 계책을 말하고 있고, 적의 본진으로 깊숙이 들어가 허를 치는 중지(重地) 전략을 표명하여 속공,적의 허를 아군의 실로 격파하는 법,은밀기동,정보관리,배수진에서 볼 수 있는 군사들의 사기관리법을 종합하고 있다. 손자병법 중에서도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중요하게 다뤘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편이었다. 화공 편은 지금에 와서는 별로 중요성이 없어보이는 편이지만, 당대의 특수작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면에서는 한 번 읽어보고 가는 것도 괜찮고, 마지막 절에서 다시금 전쟁의 중대함과 그 위험성을 강조하며 전쟁에 대한 신중함을 강조하는 내용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승리의 결과를 승리 이후에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기고도 비용을 더 투입하는 상태가 되면 전쟁을 안하니만 못하다는 내용은 당장 이라크전쟁이 어떻게 내전까지 이어지게 되었나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마지막 편인 용간은 당시 간첩전의 집대성인데, 지금처럼 정보전이 일상화 된 현대에서도 이중간첩, 역정보 제공, 회유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간첩, 스파이의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을 강조한 용간의 내용은 충분히 숙지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손자병법의 대전략 사상을 고려한다면.


5.총론: 전쟁학개론


이렇게 내가 파악한 손자병법의 편 구성은 이렇게 되어있지만, 중심 사상들을 나눠보자면 다음과 같이 파악할 수 있겠다. 첫번째로는 대전략과 신중론이다. 손자병법에서는 병법서라면 일반적으로 드는 느낌과 달리 전쟁에 대한 개전을 꺼리는 느낌이 강하다. 일부 해석자들은 평화주의자라는 해석도 했다는데 그럴 만하다. 실제로 초반부 편들은 전쟁이 매우 심한 국력 소모를 요구하고 국가의 중대사임을 강조하며 신중하고 또 신중하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임을 역시 강조한다. 이는 화공편의 마지막에서도 반복된다. 그리고 모공에서 벌모 벌교를 이야기하면서 외교적인 방법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중 하나로 외교적 동맹을 통한 견제와 위협을 한 방법으로 삼는다. 구지 편 등 후편에서도 여러 국가가 만나는 요지에서 동맹을 확실히 할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외교정치학적 요소 역시 전쟁의 중요 요소로 파악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작전에서는 보급의 중요성과 원칙을 다루는 등 손자병법은 전쟁과 관련된 거의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두번째로는 속전속결과 기동의 원칙이다. 손자병법은 지속적인 소모전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전쟁은 빠르게 끝내는 것이 좋다고 작전 편에서 힘주어 말한다. 적을 칠 때는 불처럼 맹렬하게, 급류가 몰아치듯, 토끼가 뜀뛰듯이 강렬한 속공을 강조하는 듯한 문구들도 뒤에 꽤나 눈에 띈다. 하지만 단순한 속전속결 만능론으로만 읽히지는 않는 것이 전쟁시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 덕분이다. 이 부분을 잘 읽어보면 속전속결을 앞세워 대군을 이끌고 온 적들을 청야전술과 수비전으로 소모전을 강제하여 격퇴한 역사의 사례들을 역으로 잘 도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번째는 전쟁시 수적 우위의 강조이다. 형 편의 3절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이 논리는 앞 편들에서도 아군이 적보다 많을 때 싸우고 적을 때 피하라고 언급되었다. 그리고 뒤의 편들에서는 적의 허(虛)를 아군의 실(實)로 치라는 식으로 반복해서 나온다. 실제 많은 군사 서적에서도 기본적인 원리로 강조되나본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전투시 수전 우세를 점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수적인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면 모공 편에서 나온 것처럼 피해가고 수비하면서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네번째는 정보전과 속임수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인 ‘지피지기면 백전불태’가 바로 이 내용의 충실한 요약판이다. 먼저 손자병법 내내 지리적,기상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조한다. 또 아군 병사들도 작전을 누설할 수 없고 형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은밀할 것을 주문하며, 적을 이익과 해로움으로 유인하며 우식지계와 기정(奇正)을 이용해 역정보로 적을 기만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 수집과 역정보 전파를 용간 한 편을 써서 강조하였다. 지금 넘쳐나는 정보전 시대에 가장 중요한 손자병법의 강조점 중 하나로 보인다.

마지막 다섯번째는 정신력의 일정한 정도의 강조다. 손자병법에서는 당시 병농일치의 사회적 풍경 때문인진 몰라도 군사들이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본국에서 떨어진 곳에서 위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짐으로 정신무장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뿐 아니라 곳곳에서 정신력과 사기를 강조하고, 군의 기강을 상벌과 덕을 이용해 엄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전쟁에 있어서 물질적인 부분이 비중이 커졌지만, 인권이나 전쟁범죄와 주민들과의 친화력 문제 등 군대의 사기와 기강을 요구하는 부분들 역시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구 일본군이나 똥군기 같이 잘못된 정신력 강조 사상을 가지지 않으려면 이 부분 역시 현대에 중요하게 볼 부분이다. 그리고 특히 전쟁 외의 비즈니스 경영 전략으로 손자병법을 읽는다면 가장 유용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현대에도 여전히 전쟁서의 명저로 평가받고 여러모로 유용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손자병법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변 편의 명제를 명심하며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에도 계속 상황은 바뀌고 변화하기 때문에, 그리고 수많은 군사서적과 이론 해석이 난무하기 때문에, 항상 원칙에 목매지 말고 유연한 사고로 응용적으로 손자병법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읽은 버전은 책세상 판본. 전격전 같은 부분은 좀 낡은 것 같긴 한데, 다양한 주석서의 견해와 적절한 예시, 그리고 독자적인 해석이 고루 갖춰져 있는 것 같아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