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임에게-
안타까운
마음은
은은히 흔들리는
강나룻배
누구를 사모하는
까닭도 없이
문득 흔들리는
강나룻배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아가-
나는 당신을 잉태하였습니다.
나직한 푸릇 핏줄......
성모 마리아가 人子를 잉태하듯
내가 마리아를 잉태했습니다.
그의 조용한 음성
그의 가는 목
그리고 설핏한 구름의 눈매
도란도란 귀에 익은 밀씨의
그 서러운 이슬하늘.
도화가 만발했습니다.
그 충만한 가지
당신을 향한
내 모습을 보십시오.
오롯한 누리에 하얀 대낮에
피어오른 환한 촛불 암꽃술
저윽히 꽃잎 하나 이우는데
비로소 마음 한 모 기도로 풀리는데
무성한 당신의 모발
그 풍족한 여유
청결한 당신의 피부
그 청아한 유혹
바람에 불꽃이 깃드는
동굴은 툭 틔어서
크낙한 말씀을
나는 잉태했습니다.
절반 좀 안되게 읽었는데
맘에 드는 거 대충 골라봄
가정 이거는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본건데 다시보니 새롭다
하관 정말 좋아요...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