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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베스트 -

⟨대화⟩ (리영희)

지금 읽고 있는 책 -

일본영화 전통과 전위의 역사 (요모타 이누히코)


⟨일본정신의 기원⟩ (가라타니 고진)

제목은 일본정신의 기원인데, 정작 일본정신에 관한 서술은 1, 2장이 전부고 3, 4장은 가라타니가 하는 사회운동에 관한 내용.

가라타니는 이 책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신들의 미소⟩라는 단편을 인용하여 일본정신을 분석하는데, 가라타니도 탁월하지만 이미 소설에서 드러나는 아쿠타가와의 발견이 더 탁월하게 느껴졌음. 훈독이라는 문자체계와 신불습합의 현상을 통해 일본정신의 특성을 '일본에 유입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고유의 원초적인 형태가 보존되지만, 동시에 그 내면은 일본에 맞게 왜곡돼버린다'라고 정의한다던가. 가라타니는 그저 아쿠타가와의 이 주장을 되풀이 하고있고.

또 한반도가 단순히 일본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넘어, 역사적으로 일본에 있어서 정치문화적 형태 자체를 한반도가 규정해왔다던가, 에도 막부와 메이지 유신의 근간을 이룬 사상 또한, 사실상 서구의 합리주의가 아니라 조선 주자학에 가까웠다고 말하는 등, 일본정신의 기원 자체를 대부분 한반도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는건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됨.


⟨대화⟩ (리영희)

이번달 베스트. 심심해서 어쩌다가 읽었는데 정말 재밌었음. 분량이 짧지는 않은 책인데 너무 재밌어서 앉은 자리에서 완독함.

기본적으로 리영희가 그냥 자기 인생 썰 푸는 회고록인데, 워낙 한국 현대사 그 자체와도 같은 사람이라 흥미로운 부분이 넘쳐남. 일제강점기 학교생활 중 일본 학생들과의 관계부터, 한국전쟁 참전기,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받은 충격 등. 특히 일본 이와나미서점과 교류한 얘기도 재밌었고.

의외로 놀란 점은 리영희가 북한 체제와 김일성 독재에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점. 북한 책은 읽어보려고 해도 너무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있어서 읽을게 못된다고 까더라.

다만 별로였던 지점은, 중국에 대한 옹호가 너무 심하다는 것. 물론 시대가 시대다보니 리영희가 중국을 처음 소개할때는 모택동과 문화대혁명에 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했겠지만, 이 회고록이 쓰여진 시점에서는 충분히 비판할 지점들이 넘쳐났을 때일텐데 아쉬움. 개인적으로 중국사와 중화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문혁에는 특히 비판적인 입장이라 이 부분은 크게 아쉬웠음.

의외에도 국문학 썰도 꽤 있어서 흥미로웠음. 이병주와 친해졌다가 이후 실망하고 결별하는 과정이나, 조선일보 주필로서 이어령과 김수영의 불온시 논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것, 김수영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죽어서 아쉬웠다는 것, 백낙청에 대한 엄청난 고평가 등... 이중 몇개는 독갤 연재글에서도 봤던 내용인데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음.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리영희의 행적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음. 책 전체에 걸쳐 본인의 사상적 은사로서 루쉰에 대한 찬양이 엄청난데, 마치 본인도 한국의 루쉰과도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다는 느낌. ⟨전환시대의 논리⟩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 리영희의 다른 저작을 읽어봐야겠음.


⟨소년⟩ (다니자키 준이치로)

본인 다니자키 준이치로 입문작이었음. 독갤 플차 보고 이걸로 입문하라길래 읽음. 일본문학사 읽다가 궁금해서 펼쳐보긴 했지만 크게 기대한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서 놀람.

뭐라고 표현하기가 정말 애매한 것 같은데, 묘사 필력 엄청나다... 세상에 이렇게 변태같은 작품이 있을 줄은 몰랐음... 근데 또 상당히 서정적인 작품이라 소설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게 놀라웠음.  또 ⟨작은 왕국⟩같은 경우는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느낌도 드는게 상당히 흥미롭더라.

막연하게 미시마랑 비슷한 느낌일거라 생각했는데, 묘사 보면 의외로 상당히 다른 유형의 작가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음.


⟨일본 현대 문학사 상·하⟩ (호쇼 마사오 외)

쇼와 문학사. 아래 ⟨일본 근대소설사⟩가 문학사의 개괄적인 사조나 흐름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작가부터 비평가까지 하나하나의 소개에 집중함. 거의 한페이지에 한명 꼴로 소개되는데, 그 수가 지나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솔직히 10%나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음. 책 마지막의 인명 색인만 봐도 무려 50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뭐 당대 활동한 거의 모든 작가나 비평가, 문학 관련 인물은 다 집어넣었다고 보면 될듯.

그래서 그런지 읽다가 지치는 부분이 많았고, 책의 난이도 자체도 엄청 높다고 느낌. 기본적인 일본문학사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예 읽는게 불가능할 정도라고 생각. 그래도 본인은 바로 전에 ⟨일본 근대소설사⟩를 읽은게 비교적 다행이었음.

또 아쉬웠던 점은 '현대'문학사라 쇼와시대부터 시작하다보니, 초기 일문학의 중요 작가들에 대한 서술이 부재함. 무려 나쓰메 소세키나 모리 오가이도 언급이 없을 정도. 이런 요인이 책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들었고. 또 책이 1990년에 출간된 저작이다보니 말그대로 쇼와 문학사나 다름없고, 최근 경향까지는 다루고 있진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웠음. 아무래도 이쪽은 이와나미 신서의 사이토 미나코 ⟨동시대 일본 소설을 만나러 가다⟩로 보충해야할 것 같음.

그래도 일문학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었던 점은 좋았음. 동시기 국문학과 비교하면, 그 압도적인 규모에 크게 놀라게 되더라. 춘원 이광수부터 대하소설 ⟨화산도⟩의 김석범까지, 조선 작가의 일본어 문학도 매우 풍부하게 소개되어있고, 문학가 뿐만 아니라 사상가나 타 분야 예술가, 정치인들까지 서술되어있는 덕분에 종합적인 문학사 이해에는 크게 도움이 되었음. 일문학을 즐기면서 두고두고 계속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고 생각.

또 읽고 흥미로운 작가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느낀건데, 웬만한 작가는 거의 한 두 작품이라도 국역이 돼있더라. 새삼 한국이 일문학 번역이 얼마나 풍부한지 실감함.


⟨일본 근대소설사⟩ (안도 히로시)

위 ⟨일본 현대 문학사⟩의 이해에 크게 도움을 준 책. 위 책과는 달리 작가 하나하나에 대한 소개보다는, 사조와 문학을 둘러싼 당대 일본 사회에 대한 묘사에 집중함.

좋았던 점은 쓰보우치 소요부터 시작되는 일본 소설의 극초기 흐름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꽤나 상세하게 짚고 넘어간다는 점. 후타바테이 시메이나 고다 로한, 구니키다 돗포 등 언문일치에 이르기까지 흐름에 대한 서술이 매우 자세한데, 나쓰메 소세키와 모리 오가이 이전에도 이렇게 다양한 소설적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음.

아쉬웠던 점은 ⟨일본 현대 문학사⟩와는 다르게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다루는 범위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까지라 오히려 1990년작인 위 책보다도 현대문학에 대한 서술이 부족함. 특히 포스트모던 소설에 대한 서술은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 위에서도 썼듯이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이와나미 신서의 사이토 미나코 ⟨동시대 일본 소설을 만나러 가다⟩로 보충해야할 듯함.

이 책은 얇아서 그런지 조금은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끼긴 했어도, 일본문학사 입문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 생각.


⟨한국문학의 구조⟩ (조영일)

솔직히 21세기 한국 현대문학은 단 한번도 읽은적도 없고, 딱히 관심도 없어서 조영일의 지적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모르겠음.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주장들이 전부 사실이라면, 창비를 위시한 한국 문단은 오만과 위선으로 가득 차있는게 맞는 것 같기도. 특히 세계문학이 되기 위해 한국문학을 버린다는 딜레마는 상당히 흥미로웠음.

한국문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건 일본문학이고 일본 사상가다, 여기까진 너무나 당연한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다만 가끔 문단을 까기위해 괜한 자가당착을 일으키는거 같은 느낌...

별개로 가독성이 너무 안좋음. 한 페이지에 방점을 수십개씩 찍어대니 정작 진짜로 강조하려고 한 문장은 어떤건지도 모르겠고. 글써서 먹고사는 사람이 왜 이러는지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쑨거)

쑨거가 사상의 토대로 삼는 다케우치 요시미부터가 그렇지만, 이들의 아시아주의에서 한국은 그저 피상적 또는 기계적인 이해에 그친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느껴져서 아쉬움. 동아시아 삼국의 수평적 연대를 계속 부르짖지만, 그 속에서 한국은 중일 양국에 휘둘리기만 해야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느낌. (이는 ⟨사상을 잇다⟩에서 아시아주의 연구자인 윤여일이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쑨거에게 지적한 부분이기도 함)

물론 이는 애초부터 자신의 아시아주의에 조선을 상정하지 않은 다케우치 요시미부터가 저지른 오류이고, 현재는 가라타니도 그렇고 동아시아 담론에서 한국의 역할을 크게 치는 사상가나 연구자도 꽤 많긴 함. 또 이 책 자체도 연식이 꽤 되는 편이라(2002년작).

본인이 아시아주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편이라, 관련 최신 저작을 더 읽고 싶은데 중국의 초강대국화 때문인지 이상하게 요즘엔 이쪽 책이 출간이 안되는게 아쉽다.


⟨도쿄 베타⟩ (하야미즈 겐로)

대중문화를 통한 도쿄 분석. 도쿄의 각 지역별로 그에 얽힌 작품을 통해서 변천 과정을 소개함. 예를 들면 신주쿠를 소개하면서, ⟨노르웨이의 숲⟩ (1967년 배경), ⟨태양을 향해 외쳐라!⟩ (1972), ⟨춤추는 대수사선⟩ (1997)을 인용하여 그 기간에 걸친 신주쿠라는 지역의 지리적·문화적 변화를 추적하는 식으로.

상당히 독창적인 접근 방식이기도 하고, 인용하는 작품이 문학부터 영화, 음악, 스포츠 등까지 다양해서 매우 재밌었음. 국내 출간된 도쿄 관련 서적은 보통 에도시대부터 전전시기 정도까지만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사실상 현대사만 다루다보니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편.


⟨도쿄 스터디즈⟩ (요시미 슌야 · 와카바야시 미키오)

위 ⟨도쿄 베타⟩가 대중문화를 통한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석이라면, 이 책은 조금 더 도쿄라는 도시를 도시학적·문화학적으로 심도깊게 분석한 책. 또한 위 책은 도쿄의 도심(치요다, 주오, 미나토)과 부도심(신주쿠, 시부야, 다이토, 도시마) 만을 집중해서 다룬다면, 이 책은 다루는 지역의 범위가 도쿄도 전역으로 훨씬 다양함.

단순히 도쿄라는 도시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 아시아에서 도쿄라는 도시가 갖는 고유한 특성 등을 짚고 넘어가는 것부터, 현대 문학에 나타난 도쿄, 현대 영화에 나타난 도쿄 등 여러 문화 작품에서 나타난 도쿄의 모습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하는게 재밌었음.



지난 달에 계획한 책은 신기하게 하나도 안읽음 ㅋㅋㅋ 중간에 재밌어보이는 책이 너무 많아서 읽다보니 7월이 끝나버림. 그래도 방학이라 독서량이 꽤 나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