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손더스 작 12월 10일 독후감


주인공은 소년 로빈과 아저씨 에버다.


로빈은 외톨이로 그려지는데 그러거나말거나 신나는 탐험을 하고 있다.

로빈네 집은 시골마을로, 조금 걸으면 숲이고 숲에는 눈 쌓인 길과 얼어붙은 연못이 있다. 로빈은 총도 메고 있다. 지난번 죽어가는 라쿤을 보고도 구하지 못했던 건 가슴아픈 기억이었다. 하지만 상상속 빌런 지옥사자로부터 어제 전학온 수전을 구출해 영웅이 된다면 수전은 자연스럽게 그를 놀러 오라고 집에 초대할 것이고 잠시 껴안아 줄 것이다.



에버는 암이 많이 진행되어 있다.

식구들은 당연히 그를 걱정하고 보살핀다.

예전에 에버가 풋볼을 하다가 이 하나가 빠졌을 때 동료 에디가 그 이를 찾았는데 에버는 이를 받아 그것을 휙 던져버렸다, 마라톤도 뛰었었다. 하지만 다 지난 일이었고 그는 상태가 악화되고 있음을 느꼈다.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끝이 아니듯 지쳤다고 생각한 상태 역시 거기서 더 지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정신이 환각의 몇 계단을 오고가면서 살짝 미쳤다가 돌아옴으로써 다시말해 좋아졌다가 나빠진 탓에 결국 더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로빈은

겨울 숲을 산책하고 있었다.

나는 로빈에게 이입했다. 왜냐하면 털실로 짠 장갑을 끼고 부츠를 신고 따뜻한 모자를 쓰고

눈 쌓인 숲속 길을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유리 나기빈의 겨울 떡갈나무를 생각한다.

가장 좋아했던 소설인데 그냥 집에서 학교까지 숲길을 가면서 겨울 떡갈나무를

보는 내용인데

눈 속에 얼음을 매단 떡갈나무를 아름답다고 찬양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선생님이 주인공을 혼낸 것을 취소하고, 주인공의 나무를 인정해줌으로 주인공은 행복이 극대화된다.


눈은 깨끗하다. 로빈은 눈을 밟으면서 수전에 대해 생각하며, 또 어떤 일이 벌어져서 자기가 수전을 구해줄지,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 보게 될

상상을 하며 걸어가고 있다.


나 역시 눈을 밟으며 상쾌한 겨울 숲을 산책하게 된다면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거다.

두근두근하거나 설레거나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이 기대되는 그런 것을 상상하고 싶을 것이다. 모처럼 눈이 지저분한 것을 다 덮어줬고 어떤 상상을 해도 방해받지 않는 완전 좋은 기회니까. 강다온을 그저께 삭제했지만 그 비슷한 대화를 생각하고 싶다. 발전된 버전이 나오길 기다릴 뿐이다. 스티븐 킹은 희망이 마음속에서 정말 없애기 어려운 잡초라고 했다.



에버는 그런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과거에는 좋은 기억들이 있었지만 앞날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에버는 눈밭에 고의적으로 누워있다.

고의적으로 영하 12도의 날씨에 옷을 벗고 있었다.

에버가 미래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이 도전을 회피하고 지금을 향유하지 못하는 건 미래가 암 혹은 빚 이 두 가지로 밖에 상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김홍중이 이야기했는데 에버는 50대50 확률에서 암이 되었다.


가족들은 에버를 사랑하고 걱정했고 그는 이제껏 좋은 아빠로 살아왔다. 그래서 좋은 추억이 많았고 에버는 그런 추억을 자꾸 떠올린다. 최근에는 좋은 일이 별로 없었다. 똥이 줄줄 흘러나왔다.


양아버지에게 칭찬받았던 기억도 생각했다.

힘든 상황에서 아마 그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의사가 그에게 객관적 상황을 알려주는데

에버는 제정신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슬플 수밖에 없었다. 양아버지 앨런도 병에 걸려 마지막엔 '고통스러운 마지막 모습'이 되었는데 이제 자신도 그것이 되었으며 누구도 그것을 피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로빈은 자기를 괴롭히는 일진들로부터 떨어져 상상 속 친구와 대화하는 지혜를 가졌다.

로빈의 엄마는 아들의 학교생활을 알지 못했고 뭘 해줘도 아깝지 않은 착하고 유쾌한 아이라고 친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상상 속 수전이 유혹했다.

'넌 불굴의 용기를 가졌으니까'

'그게 바로 '영웅'의 정의겠지'

로빈은 대답한다.




에버는 약 40분 정도 되는 죽음이 오기까지의 시간 동안 좋았던 순간만 가지고 가겠다는 몸부림을 보여줬다.


어떤 기억은 정말 너무 많이 꺼내봐서 닳아 없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에 의지할 밖에 다른 방법이 없고 에버는 그렇게 했다.

본인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싶다.


이 소설에서는 가족이 서로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게 그려진다. 서로를 죽여서 뉴스에 나오는 집단과는 사뭇 다르다. 조건이 나쁠 때, 일상은 암에 비교해 그리 쉽게 굴러가지 않는다.

또 연인에 의해 구원받는 이야기는 이제 판타지에서만 허용되게 됐지만 로빈은 아직 그런 생각에 물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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