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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철이 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내년 봄에 보낼 편지를 쓰면서 눈물을 왕창 쏟았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고단함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4년 전쯤 실직을 하시고 심한 우울증에 걸리셨습니다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올랐던 아버지께 시원한 물 한잔 건네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텐데

제가 왜 그러지 못했을까요

내가 뭐 그리 바쁘고 힘들다고.. 제 자신이 밉고 원망스럽기만 하네요

저는 지금 아버지께서 무너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겨울이 찾아와 쉴 틈 없이 흐르던 물이 잠시 멈춰서 얼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반평생을 쉴 새 없이 흐르셨으니 잠시 멈춰서 쉬실 때도 됐겠죠


수 십번의 외로운 가을과 수십 번의 추운 겨울을 홀로 가족들의 몫까지 굳건히 버텨온 아버지이신데, 절대로 무너지실 일 없죠 잠시 쉬고 계실 뿐입니다 다만 봄이 올 때까지만,

저는 아주 강인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에 하루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울면서 썼었던 편지가 부디 아버지의 마음의 계절을 바꿀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이 못난 아들을 부디 용서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삶의 전부였던 아들인 제가 하루빨리 자립하고 혼자 서서

이제는 제가 아버지가 아버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도 스무 번의 겨울을 경험했지만 이게 다 아버지의 보살핌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뒤늦게나마 철이 든 제가 아버지의 마음을 보살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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