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진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들의 충고를 거부하는 행위가 자율성을 주장하는 행위로 둔갑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
현대 인류는 지구역사 45억년 이래로 이 행성과 그 주변에서 가장 많이 지적으로 발달한 생물이다. 인류의 지적 발달은 이족보행과 이를 통한 손의 사용으로 시작되었으며, 언어 발달을 통한 문자의 기록은 개체 단위로 전달해오던 지식을 기록하여 남기게 만들어 주었다. 기록을 통한 지식의 축적은, 인류의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선조의 배움을 다음 세대에게 꽤나 정확하게 전달해주어 문명을 형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인쇄기술과 산업혁명은 지식의 폭발적인 생성과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한 명의 사람이 모든 분야 지식을 아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현명한 선조들은 모든 분야의 지식을 각자의 뇌에 쑤셔넣는 대신,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다른 사람들이 익히게 하고, 서로 습득한 지식을 사회적 신뢰 속에서 필요한 분야에 활발하게 공유하고 그 산물을 나눠 가지기 했다. 분업화와 전문지식이 탄생한 것이다.
전문지식을 소유한 사람들은 '전문가'라고 불리며, 사회의 발전을 앞에서 이끄는 기수이자 동력원이 되었다. 전문가들의 활약으로 사회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회의 성숙은 더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게 했고, 아파도 쉽게 치료받을 수 있게 했으며, 입는 옷과 살아가는 집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영아 사망률은 줄고, 평균 수명은 늘었다. 이것이 위대한 전문지식의 승리였다.
인터넷과 정보화 사회의 도입으로 전문지식은 민주국가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누구나 검색하면 원인모를 몸의 통증에 대한 상세한 지식과 대처법을 알 수 있고, 꾸준한 배움을 수행할 인내심과 꾸준함을 갖춘 누구든 전문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렸다. 이제 현대 인류의 미래는 행복만이 가득할까?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백신을 스스로 거부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인체생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특정 종류의 식품(주로 육류)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거대 조직에 대한 음모론이 창궐했고, TV속 전문가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이 곳곳에서 나타나,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의 보고조차 뒤집어질 위험에 처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위험한 시대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적도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토록 전문가로부터의 배움에 저항했던 적도 없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 업적을 폄하하고 있음은 물론, 전문가들의 충고를 거부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작가 톰 니콜스는 미국의 러시아 정치 전문가이다. 구 소련이 몰락해가던 1988년, 수많은 미국의 소련 전문가들은 소련이 반영구적으로 종속하리라 내다봤다. 그러나 소련은 5년이 안 되어 냉전의 한 축으로서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소련 '전문가'들은 큰 망신을 당했다. 그들의 분석이 아무 근거 없는 헛된 것이었을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식을 아는 것" 과 "그것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 은 전혀 다른 영역인데도, 대부분(전문가 자신들마저도) 그것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작 국제정치 뿐 아닌,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실패는 드물지만 치명적으로 일어났다. 인터넷의 보급과 고등교육의 확산, 민주주의의 확산은, 전문가들의 실패를 목격하고 불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히 아는듯한" 느낌은 사회 속에서 점점 키워져, 이제는 미국에서 전문가라는 말은 오만방자한 엘리트주의자 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이상 전문지식 보유자들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을 아는가" 보다는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는가"가 개인들에게 중요해 지면서, 자기와 맞는 의견과 사례만 보게 되는 확증 편향이 판치고, 자기능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확증편향을 부채질한다. 무식할 수록 용감해지고, "자기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를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미숙하고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메타인지 meta-cognition'라고 부르는 핵심적인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는 스스로에게 뭔가가 부족할 때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그것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객관화해서 보고, 자신이 그 일을 엉터리로 하고 있음을 깨닫는 능력이다. (...)
메타인지의 부족은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어떤 주제에 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는 사람들은, 그 주제의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기가 자기 능력 밖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
확증 편향속에서 사람들은 속설, 미신, 음모론에 빠진다. 이런 것들은 객관적 사실은 부족하거나 전혀 없지만,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빠르게 사회속에 퍼진다. 그리고 맹신자들을 한번 만들어내면, 그들에게는 자기가 믿고 있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상업화된 대학 교육은 전문지식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모두가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교육 문화가, 대학을 "교육" 이 아니라 "훈련"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증표인 학위증 공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검색해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태도도 전문지식을 두들겨 부수고 매도한다. "지식을 읽고 흡수해 알고 활용하는 것" 과 "검색창을 두드려 보고 그럭저럭 아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 은 전혀 다른 분야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알지 못한다. 언론은 그런 대세에 편승하여 전문지식 파괴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학습의 가치는 퇴화되고, 이제 현대인에게는 마음에 드는 남의 문장을 대충 끌어다 블로그와 SNS에 붙이고 우기는 기술만 남고 있다.
이런 전문지식의 몰락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필자의 전망은 어둡고 비관적이기만 하다. 그리고 필자는 어두운 미래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각성해야 한다고, 그리고 전문가들과 시민들과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반목하며 더 큰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정치적인 구호로 전문지식의 파괴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간절히 절규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지식을 믿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왜 이 사람들은 배우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는, 앞으로 더 심해질 지 몰라 무섭다. 필자는 미국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대학이 학위 장사질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나, 언론이 그런 전문지식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진단을 읽으며,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이미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출판사는 대체 왜 종이책을 절판시킨 걸까? 구글링 해보니 주요 일간지에 광고는 엄청나게 때렸던데.... 종이책 재판이 다시 되길 바란다.
원서 종이책 산다음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려 한다.
그리고 제목 번역, 유명 시사프로 이름 따서 적당히 재치있는 것처럼 꾸미려 한 것 같은데, 제목 네이밍 어그로 끌기에선 실패한 듯 하다.
한달 전에 독갤눈팅하다가 추천받아서 읽은 책인데 꿀잼임
종이책 필요하면 중고는 어때?
중고책 시세 개비싸던데
예스 보면 정가랑 같은 책 한 권 있을걸. 택배비는 별도지만...
유튜브가 계속 커지는 거 보니 가속화 될 듯 - dc App
이래서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궁금하면 질문하는 사람을 보면 갑자기 사람이 존나 멋있게 보이는 것이야..
퓨슝퓨슝
육류 고뷰는 자신의 윤리적 선택이지 건강해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 근데 생리학자 말을 들을 필요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