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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정과 이상 또 관념에 짓눌린 채 살아가지만 결국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양심에 이끌리는 게 인간이다. 출산의 순간에 기쁨에 겨워하던 샤또프가 그러했고 죽음의 순간에 정신이 나가버린 끼릴로프가 그러했다. 양심, 그것은 신이 정초한 인간의 본성이자 인간이 노상 추구해야할 방향성이다. 이것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주창하는 요점이다.
샤또프를 죽이고 연못에 수장하는 5인조를 보라. 살인 현장에서 미쳐버린 럄신은 가장 먼저 경찰서에 달려가 모든 걸 자백한다. 리뿌찐은 해외로 달아날 수 있었음에도 가지 않고 체포되고 만다. 피로써 더욱 견고해지리라는 뾰뜨르의 기대는좌초된다. 인간의 선한 마음, 즉 양심을 간과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다. 자신을 맹종하던 에르껠 역시 매달봉급의 절반을 어머니에게 떼어주던 선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스따브로긴 역시 마찬가지다. 스따브로긴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의 정념을 부추겨 파멸로 이끌지만 정작 자신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수록된 <찌혼의 암자>를 보면그 역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다.
스따브로긴은 찌혼에게 수기를 하나 건넨다. 거기엔 그가 과거에 어느 집에서 여아를 희롱하고 자살을 방임한 사실이 세세하게 적혀 있다. 평소에 방탕한 행각을 일삼고도 죄악감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어느날 꿈을 꾸게 된다. 각양각색의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바다, 즉 유토피아의 광경이다. 그러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 보게 된 건 불그죽죽한 거미의 모습이다. 여아가 자살하러 갔을 때 제라늄 위에 앉아 있던 거미의 모습.
스따브로긴은 양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선을 통한 기쁨만큼이나 악을 통한 기쁨 또한 느낄 수 있는 인물이다. 선과 악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다.(어쩌면 악령에게 잠식된 그의 오만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도 양심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역시 낙원을 바랐을 것이고 그 역시 용서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죄를 기록한 수기를 세상에 공표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만함을 타고난 그의 성정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시험해보기를 원했고 결국 그는 모두를 파멸시키고 자살하고 만다.
뾰드르의 선한 면이 일절 나오지 않아 아쉽다. 찌혼의 암자가 작가가 죽은 후에 수록되었듯이 뾰뜨르의 선한 면 역시 작가가 써놓고 일부러 배제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혁명 사상을 통렬히 비난하기 위해 애초에 쓰지 않았을지도.
사실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함
좌파는 망할것이다 는 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