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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정종욱, 『저우언라이 평전』, 서울: 민음사, 2020.


1. 저우언라이 평전이라는 제목의 책 중 가장 최근에 나온 책

2. 주중대사,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등을 지낸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의 책

3. 좋은 책이지만 객관성과 균형을 잃은 주비어천가 적 모습이 좀 아쉬움




『저우언라이 평전』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발간된 책은 세 권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1. 저자는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주중대사와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등을 지낸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중국통 전문가입니다. 평전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사용한 흔적이 보입니다.



2. 흔히 저우언라이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중용입니다. 저자는 저우언라이가 어린 시절 접한 유교가 평생 그의 몸에 배어 있었고 이것이 그의 인생 상당 부분(특히 정치인으로서의 저우언라이)을 설명해준다고 말합니다.



3.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이 책에 아쉬운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중간 중간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95쪽에서는 "1931년 1월 상하이에서 개최된 6.4 중전을 기점으로"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중국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6.4 중전이라는 것이 중국공산당 제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6기 4중전회)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도대체 6.4중전, 중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6월 4일에 개최된 중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앞에서 1월에 열렸다고 나왔기 때문에 그런 추측도 불가능하고, 설령 그렇게 추측을 한다 하더라도 중전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238쪽에서는 '제8차 중앙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과 같이 8기 11중전회나 8.11중전 같이 줄여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면 처음부터 이렇게 독자들을 배려해서 쓰는 게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4. 또,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린뱌오 일당이 마오쩌둥을 제거하기 위해 세웠던 <571 공정기요>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자는 이 계획 이름에 571이라는 숫자가 붙은 것에 대해 "571은 베트남 전쟁에서 용맹을 떨친 미군 전폭기로 […] 571의 중국어 발음은 '우치이'로 중국어로 '무장 봉기'라는 뜻"(262쪽)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군 전폭기에 571이라는 기종은 없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것은 B-52입니다. 실제로 린뱌오 등은 이 쿠데타 계획에서 마오를 B-52라고 부릅니다. 571이 무기의(무장기의, 무장봉기)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니까 저자는 마오를 가리키는 코드명이었던 B-52에 대한 설명과 이 계획의 이름인 571에 대한 설명을 섞어서 하고 있는 셈이죠.



5.  저는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저우언라이를 지나치게 찬양한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평전이라면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 평전이 객관성과 균형을 잘 잡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관계를 황제와 재상 즉, 군신 관계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런 관점을 따릅니다. 


"마오는 저우에게 군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마오를 떠받들고 충성하는 것이 자신의 안위나 영달을 위함이 아닌,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믿었다"(353쪽)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 시대(1949~1976) 마오를 제외하면 최고 지도부에서 쫓겨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유일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마오 시대의 과오는 역시 마오 본인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저우 역시 상당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이 저우언라이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는 1. 좋은 일을 하며 마오의 폭주를 제어하려 했고, 2. 그가 한 나쁜 일은 모두 그의 본심이 아니었고, 3. 저우가 없었으면 더 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우 본인의 말대로 역사의 무대에 올라간 입장에서 황제에게 충언하지 않은 예스맨 재상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높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인간적으로는 언제 자기 목이 떨어질지 모르니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당시 그는 일개 개인이 아니라 일국의 지도자였습니다.


저자는 "계산된 아첨이나 과장된 헌신이라는 해석은 지나치게 권력 지항적이고 자기중심적"(354쪽)이라고 평가하는데 오히려 이 평가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주비어천가로 읽히더라고요.


또, 사실을 왜곡해 저우를 찬양하는 대목도 눈에 보입니다. 닉슨-마오 시절 이루었던 미중 회담에서 양국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습니다. 당연히 공동 선언문을 작성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자 저우가 묘수를 꺼내듭니다.


"저우는 이런 중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면서 동시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살리는 묘수를 찾아야 했다. […] 서로 다른 내용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일단 설명서에 넣자는 것이었다."(392쪽) 그러니까 양국간 입장 차이를 좁히기가 어렵자 저우가 '각자각 설'이라는 묘수를 꺼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과 다릅니다. 실제로는 당시 북중 관계를 연구한 학자에 의하면 저우에게 상황을 보고 받은 마오가 직접 "내가 이미 '천하대란'의 상황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따라서 각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시를 내렸고 저우는 그저 이 지시를 이행했을 뿐입니다.


결국 이러한 묘책은 마오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이지 저우가 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닌데도 이 책은 사실을 왜곡해 저우를 찬양하는 한 대목으로 사용하고 있는거죠.



6. 국공내전에서 최종적으로 공산당이 승리한데에는 (물론 중일전쟁이 결정적이기는 했지만) 상대의 정보를 하나라도 더 입수하고 우리쪽 정보는 하나라도 덜 누설되게 하는 첩보전의 역할도 컸습니다. 저자는 이 첩보전에서도 저우언라이의 역할이 컸다고 말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부드러움과 온화함이라는 저우언라이의 이미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후의 이미지이고 이때는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생사를 건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장제스가 신뢰했던 장군인 후쭝난의 기요비서 슝샹후이는 사실 저우언라이가 심어놓은 세작이었습니다. 그래서 후쭝난 부대가 공산당의 근거지였던 옌안을 공격하는 계획의 전모를 미리 알고 있었고 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3월 18일 저녁 후쭝난 부대의 선봉대가 도착하기 조금 전에 저우는 지프차를 타고 10년 동안 공산당 중앙과 중앙 군사 위원회의 소재지인 왕자핑을 떠났다. 30리 밖에서는 적의 포격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서북 야전군 사령관으로 중앙 본대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펑더화이의 독촉을 받으면서도 저우는 천천히 저녁을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단한 여유가 아닐 수 없었다. 저우가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옌안을 향해 진격해 오고 있는 후쭝난 부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미리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 이 첩보전에서는 슝샹후이가 큰일을 해냈다. […]  2차 국공 합작이 시작된 직후인 1937년 12월에 저우의 지시로 후쭝난의 측근이 된 슝샹후이는 […]  비밀 공산당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바로 이 점을 저우가 눈여겨 본 것이다. […] 슝샹후이는 기요비서로서 후쭝난에게 오는 모든 비밀문서에 접근할 수 있었고, 이 정보들을 극비리에 저우에게 알려 주었다. […] 그래서 저우는 후쭝난의 부대가 언제 어디로 들어올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181~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