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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번역본)이 9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을 장편소설 작가로 규정하면서 작가에게 문학상 보다 중요한 것은 독자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라고 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하루키 소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작품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하루키 소설들을 읽었고 읽을 때는 책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재독을 해도 마찬가지다. 신기하게도 하루키 소설은 그렇다.


그나마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카타'라는 인물과 <태엽감는 새 연대기>에서 '마미야 중위'라는 인물 정도가 기억에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하루키 작품 중 가끔 기억에 떠오르는 작품이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언더그라운드 2 : 약속된 장소에서>라는 책이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 일본 버블 경제가 무너지고 세기말을 앞둔 1995년, 옴진리교가 일으킨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 이후 옴진리교 신자들(이른바 가해자 측)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엮은 책이다.(피해자 측을 인터뷰한 것은 언더그라운드 1이다.)


옴진리교 교단 지도자급이 아닌 일반 신도들을 인터뷰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옴진리교에 빠지게 되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B6판 300페이지 정도의 작은 책으로 유명한 사건을 다루었고 인터뷰 형식이라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논픽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추천한다.


요즘 흉흉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범죄자에 대한 엄벌은 마땅한 것이지만 범죄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p.13


"내가 '옴진리교 측'을 정면으로 다루려 마음먹은 이유는 '결국 그런 사건까지 벌어졌는데도 그것을 일으킨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게 아닌가'하는 위기감을 절실히 느껴왔기 때문이었다. 일본사회라는 메인시스템에서 벗어난 사람들(특히 젊은 층)을 받아들이기 위한 유효하고 정상적인 서브시스템=안전망이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그 사건 후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본질적이고도 중대한 결함이 우리 사회에 블랙홀처럼 존재하는 한, 설령 지금은 옴진리교라는 집단을 무너뜨렸다 해도 비슷한 유형의 흡인체-옴진리교적인 것-가 언젠가 또다시 등장할 것이며,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