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갤기장 미안하고,

일 시작한지 생각보다 초기였고, 오전에 출근해서 책들 꽂고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데 오전~낮 즈음 한 11시쯤 어머님이랑 아들분 총 두 분 서점에 오셔서 혹시 가볍게 볼 수 있는 괜찮은 소설책 추천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었음 내가 “누가 보시는 거죠?” 하고 물었더니 “저희 아들이 볼 거에요.” 하고 어머님이 말씀하시길래 당시에 대중적인 소설이면서도 무난한 작가로 추천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더글라스 케네디가 생각이 딱 났는데, 빅픽쳐는 너무 가장 유명해서 추천해주기 좀 싫고, 살짝 그 작가 내에서도 힙한 걸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 그래서 <모멘트> 추천해주고 책 꺼내와서 여기 “이 표지 그림이 좋지 않나요... 이 표지 그림은 이런이런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도 옛날에 도서관에서 표지에 끌려 빌려 봤었죠...” 했는데 어머님이 눈썰미가 좋으셨는지 ”이 책 혹시 주제가 무겁나요?“ 라고 물어보시길래 ”살짝 무거울 수 있겠네요.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된 당시 정세에서의 사랑이야기니까요.“ 라고 말했더니, ”그러면 좀 힘든데,,, 아들이 교통사고 당하고 재활 들어간지 얼마 안 됐거든요 정신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런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마음이 무거워져서, 일단 생각을 곰곰이 정리하고 말씀드렸음 “주제넘게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힘든 상황에 처했던 기억이나 경험, 상황을 겪는다고, 겪었다고 할지라도,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드님, 잘 견뎌내고 이겨낼 수 있겠죠?“ 물어보니 아드님이 “네!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해서 ”좋아요. 재밌게 읽어 봐요.“하고 책 구입시키고 보냈는데 한 1주일 정도 지나서 출근하니까 부장님한테 개인면담이 들어와서 ‘나 뭐 잘못한 게 있었나’ 하고 쫄아있었는데 부장님이 말씀하시길, 며칠 전에 너가 추천해준 <모멘트> 사가신 손님 두 분이 책 읽어보니 되게 좋았다고, 책이 재밌었던 것뿐만 아니라 덕분에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재활에도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됐다고, 앞으로 자주 와서 추천받고 싶다는 말씀을 너에게 전해달라고. 원래는 너에게 창고에서 책들 벤딩을 하는 일이나 거래처와 엮어서 업무를 전담시켰는데, 아무래도 너는 매장에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잘 해봐라... 하시길래 순간적으로 가슴이 되게 벅찼고, 누군가에게 내가 관심이 있었던, 있는 주제를 추천해주고, 같이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정말 기쁘고 즐거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에 오랫동안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