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지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생(生)의 기미(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입니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면 나는 당신에게 색(色)쓰겠습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시(空是). 색공지간(色空之間) 우리 인생. 말이 색이고 말이 공이지 그것의 실물감(實物感)은 얼마나 기막힌 것입니까. 당신에게 색(色)쓰겠읍니다. 당신에게 공(空)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편지란 우리의 감정결사(感情結社)입니다. 비밀통로입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식자(識者)처럼 생긴 불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
시민처럼 생긴 눈물 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
불덩어리 눈물에 젖고 눈물덩어리 불타 불과 눈물은 서로
스며서 우리나라 사람 모양의 피가 되어 캄캄한 밤 공중에
솟아 오른다.
한 시대는 가고 또 한 시대가 오도다, 라는 코러스가 이따금
침묵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감금(監禁)된 말로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금된 말은 그 말이 지시하는 현상이 감금되어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러나 나는 감금될 수 없 는 말로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영원히. 나는 축제주의자(祝祭主義者)입니다. 그 중에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합니다. 합창 소리 들립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까 뮈)고. 생(生)의 기미를 아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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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갔다가 진료실 앞에서 정현종시인이랑 같이 대기한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