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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달 동안 글을 써야 할 일이 있어서 급하게 찾아 읽은 책인데 참 좋네

옛날 책이라 되게 정적이고 고고한 그런 말만 해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실용적이고 시원스러워서 잼게 읽었음


문장강화 라는 제목처럼 온갖 문장들을 풀어서 설명해주는데

그 해설이 굉장히 분명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음

요즘 책들에선 안느껴지는 근거 있는 확신이 느껴진달까

진심모드 발휘하는 짬상사급 소대장 같은 느낌이랄까


암튼 든든하단 소리


전반적으로 단어 선택, 말투 등에서 볼 수 있는 글의 인상, 글맛을 중심으로 설명을 진행하고

문법이나 부호 등 기술적 문제도 다루기는 하지만


이러 이러한 문장은 이러 이러한 맛이 있고, 이러 이러하게 분류된다

저러 저러한 문장은 저러 저러한 의도를 가지고 이러 이러하게 썻다


라는 해설이 많음


많은 해설 만큼 인용하는 문장도 굉장히 많은데

이 책 한권만 가지고도 조선 문장딸 여행하기에는 충분한 거 같음

이상, 백석 등 유명한 작가들 부터 논문, 이름모를 아무개의 편지까지 엄청 다양하게 다룸


다만, 책이 옛날 책이다보니, 한자어로 도배된 문장이 아름답니 어쩌니 할 때는 걍 스킵할 수 밖에 없었음

한자가 많다 수준이 아니라 한자 90%로 이루어진 문장들이다보니 주석을 다 달아 놓은 건 좋은데

나는 주석을 읽는 편도 아니고, 한자 문장도 관심 없어서 걍 통으로 넘기게 되더라


그런데 그런 옛날 책임에도 문장을 분류하고 해설하는 게 워낙 분명해서

이 책 자체가 문장 해설을 위한 하나의 틀을 제시하는 거나 마찬가지인정도임

아마 이 책에 담긴 문장을 2000년대 이후 문장으로 다 대체해도 잘 맞아들어갈듯


어찌됬든 모든 문장은 그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그에 맞는 실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태준 센세가 주장하는 요지라 할 수 있음

만연체가 됬든, 화려체가 됬든 간결체, 산문, 신문기사, 편지글, 학문, 문학 모두가 나름의 기능과 목적과 맛이 있고, 그걸 살리려면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식이라

그런 면에서 아주 직관적으로 실용적인 책이지


물론 글을 직접 쓸 때는 그게 말처럼 또 쉽지가 않지만,

적어도 모호하게 감으로 때려맞추던 걸 의식적으로, 기능을 이해하고 쓰게끔 도와준다는 점에서 좋았고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다양한 문장 중에서도 손에 꼽는 명문들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음


어떻게 된 게 지금 작가보다 그 시절 아무개가 쓴 편지가 더 잘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