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하게 유죄를 선고받고 무언가를 깨닳은 듯 주교에게 관념적인 논리를 설파한다? 내가 그 상황이면 그렇게 못할 거거든

반면에 카프카를 보자. 내가 K라면, 내가 잠자라면 나도 아마 비슷하게 행동할거야. 이리저리 발버둥치다 결국 유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결에 가깝게 처형을 받아들이는...

카뮈의 인간상은 너무나 철학적 가르침을 하고 싶어하는 카뮈 그 자체임. 실제의 인간상을 보여주고자 하는게 아니라 인간상이 이렇다를 캐릭터의 입을 빌려 설파하고자 하는 비문학 작가에 가깝다는 거지. 춤춘다는 건 그런 의미임.

그럼 도끼는? 도끼도 장광설로 가르침을 내리려는데? 도끼와 카뮈의 차이점은 도끼는 소설내내 시종일관 장광설에 가르침을 곁들인다는 거임.

초장부터 마무리까지 내내 같은 패턴이 반복되니 독자도 당연히 그 캐릭터들과 자신들을 동일시 할 수 있음. 여기서는 대신에 질문이 "내가 이렇게 관념적인 인간이라면 여기서 어떻게 행동할까?"가 되겠지.

차라리 지하인간이 이방인 소설에 들어가서 행동했다면 좀 더 나았을 거임. 지하인간은 그런 사람이니까. 반면에 뫼르소는? 뫼르소는 카뮈가 설정한 무대 위에서 설정한 포인트에서 이러한 가르침을 설파하라고 명령 받은 스피커에 가깝다는 거임.

토마스만은 또 어떨까? 당연히 토마스만도 그러한 비문학적 지식들을 읊는 캐릭터들에 대해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줌. 내내 독서 중이라거나 음악 교육을 미리 받았다거나 등등. 내가 저 사람처럼 살았다면 저렇게 행동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여지가 있다는 거임.

결국 카프카는 배경 없는 순수한 인물이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양식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도끼는 서로 두뇌 속에 비상한 광기의 이성이 존재한다는 밑밥을 깔고 소설을 써내려간다는 점에서, 만은 당시 시대상의 묘사와 에세이에 가까운 지문들을 통해 지식인들이라면 행동할 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혀 문제될게 없음.

근데 뫼르소는 뭐냐? 소설 내내 쿨찐처럼 행동하다 막바지에 깨닳은 바를 우르르 뱉어내는게.... 그냥 카뮈 잖아? 그냥 사실상 카뮈가 하고 싶었던 얘기 배경만 갖춰두고 말할 뿐이잖아? 독자들은 그 실존주의 철학이라는 포스 앞에서 감탄할 뿐인 거잖아?

난 그래서 카뮈가 훌륭한 작가라는 데에는 동의해도 훌륭한 소설가인지는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