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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조크로 인생 조진 얘기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왜 밀란 쿤데라가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인지 알겠더라. 매우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처럼 내가 경험하지 못한 동유럽의 신비한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슬프기도 해. 그리고 동일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얘기하는 부분은 영화에서 교차편집처럼 느껴지는데 처음에는 왜 이런 방법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사람들 간의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착각, 남의 사정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우리가 통제하고 옳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들로부터 나온다는 거지.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야. 이미 일어난 일은 주워담을 수도 없어.

그래서 인물들 모두가 각자 저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착각해. 루드빅은 특히 더 그렇지. 헬레나와 루치에 건을 들여다 봤을 때. 자신의 삶 내내 괴롭혀온 것들이 사실은 착각이었잖아. 복수를 하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것도 엄청난 착각이었고. 루치에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전혀 모른채 살아왔어. 그런 면에서 정말 슬픈데 이게 과연 루드빅 개인의 잘못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동무들이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겠지.

그런 농담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 국가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루드빅이라는 개인의 상처를 더 세심하게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이게 좀 더 깊게 생각하면 꼬리물기처럼 이념과 개인 사이에서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신기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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