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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서구입예산 부족으로 인해 손가락을 빨며, 이미 구입해놨지만 읽지 않고 방치해둔 좋은 책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두꺼운 죄로 책장 구석에 처박은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수정>을 읽게 되었다. 오랜만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조너선 프랜즌 특유의 작품의 자가 복제적인 느낌이 드는 순간 나는 700페이지가 넘는 준벽돌이 주는 압박과 더불어 책읽기를 포기하고 영면의 순간에 들고 싶었다.
나는 프랜즌 노잼, 프랜즌 노잼이네 또 자기 복제하네 자기 암시를 걸면서도 어느 순간인가 150p, 250p, 400p를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결말부까지 다다른 순간 ‘이 작품이 괜히 전미도서상을 탄 것이 아니구나’ 하는 강력한 권위에 호소하는 열렬한 권위옹호자로 탈바꿈되고야 말았다. 그것은 분명 프랜즌의 마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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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대가 스러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세대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너지는 헌 시대를 바라보며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에 가득차 환희하는 한편, 누군가는 지나간 시대를 바라보며 어쩐지 쓸쓸하고 아쉬워 한다. 이 시선의 차이는 지나간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가깝게 보자면 패션에서 시대를 발견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멸치들의 전성시대였다. 멸치들의 전유물 스키니핏이 유행했었고, 거리의 모든 사람들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자신의 체형과 관련없이 스키니를 입었었다. 스키니핏의 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멸치들의 시대는 지나가고 머슬의 시대가 왔다. 와이드핏이 다시 새로운 시대의 유행으로 떠올랐다. 스키니는 지나간 시대를 잊지 못하는 소수의 전유물이 됐다. 나 역시 가장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 즐겨 입었던 슬림스트레이트 핏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이자 아쉬움이였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시대에 환호한다.
그리고 좀 더 멀리보자면, 역사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인간 역사에 얼마나 많은 시대의 지배자가 있었으며 강력한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이 흙으로 되돌아 갔는가? 갑자기 허무함이 팽배해진다.
하나의 시대가 스러졌다는 표현에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역사적인 순간은 이른바 유신 시대의 몰락이였다. 그 시기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떠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박정희란 하나의 시대가 저물자 새로운 시대의 후보자들의 난립과 더불어 어떻게 새로운 시대가 열렸냐하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모두 분주하게 움직인다. 누군가는 자신의 합리성에 따라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합리성에 반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도 한다. 누군가는 차후 최고의 권력자가 되기 위해 쿠테타를 일으켰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것에 동조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세력에 저항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러한 정치적 혼란에서 빠져나가 유유자적하기도 했다.
인간은 지나간 시대에 맞서 각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선택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가치의 난립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인류의 보편적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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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류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인생수정>은 가장(家長) 알프레드의 투병과 투병의 끝인 죽음에 이른 순간에 비로소 인생수정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가족들의 해방의 그 순간을 다룬다. 이 작품은 다시 말해 알프레드라는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그 시대의 오점들이 쌓이는 과정과 그 시대의 영향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알프레드란 열렬한 쇼펜하우어의 신봉자이자 지독한 개인주의적 시대와 자유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시대를 살면서, 아내 이니드, 큰 아들 개리, 작은 아들 칩, 막내 딸 드니즈는 각자 수십년간 폭군 알프레드에 대한 독재타도를 외치며 불만을 쌓아 올린다.
기본적으로 알프레드에 대한 불만에 더불어 이니드는 알프레드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며, 개리는 자신이 새로 이룬 가정에서 폭군 알프레드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와 유사한 것에 분노하며, 칩은 알프레드가 강조한 유용성이란 틀에 맞춰 살지 못한다는 반항 겸 도피를, 그리고 드니즈는 알프레드 시대에 뭉개진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한 성적 방종의 투쟁을 실시한다.
자신들이 찾아낸 삶의 가치들에 자신들을 끼워 맞추려는 알프레드-이니드의 전 세대의 힘에 맞서 반항하거나, 도피하거나, 수용하는 척 하는 자녀들의 각자 대응전략 역시 흥미롭지만, 아내 이니드와 더불어 자녀들의 대응은 전략의 차이일뿐 근본적인 생각은 동일하다.
그 누구도 기존의 시대에 얽매이는 호두까기 인형과 같은 마리오네트로 전락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남편으로부터 또는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배우자와 부모는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사랑을 주고받는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 관계 속에서 하나의 시대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허물을 남기기도 한다. 알프레드의 시대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알프레드식 사랑에 대한 이해를 통해 그의 시대 말미에 그에 대한 사랑을 되찾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알프레드의 시대와 화해하지 못한 채 격렬한 반항으로 자신의 존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한다.
방식은 상이함에도 모두 스러진 시대를 뒤로 하고 각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자신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느낀다. 그들은 지난 시대를 벗어나 자신을 위한 최선의 것으로 자신들의 인생을 수정할 것이다.
하지만, 알프레드의 시대를 살아간 식구들은 모두 알고 있을까?
알프레드의 가족들은 각기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그 개인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이란 가치를 알프레드 시대에서 잃어버린 그 무엇인가로 생각한다. 정작 그 누구보다 가족들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하며 개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지켜준 것은 오직 알프레드 뿐이였는데도 말이다. 알프레드는 개인주의적 시대에서 개인주의적 존재가 그 가치를 버리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 유일한 폭군이였다. 그렇다면 그는 더 이상 폭군이 아니였다.
그들은 역설적으로 모두 알프레드의 시대를 싫어하면서도 알프레드가 남긴 자유란 시대의 유산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수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새로운 시대에 강렬하게 저항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시대를 꿈꿀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수정’은 반복된다.
우리의 인생 또한 소설 속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되풀이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좋든 싫든 하나의 스러지는 시대를 우리는 마주하게 된다. 그 시대의 몰락을 인정하든 부정하든, 그 시대를 전복하든 복고하든 하나의 정답은 없다. 오로지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며 우리는 결국 그 시대의 유산을 안고 그것을 소중히 품은 채 또는 그것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 쓰레기장에 내다 버린 채 우리의 인생을 수정해야만 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 인간을 규정하며, 그 반복이 인류를 규정한다.
그렇게 역사는 겹겹이 쌓여가고 그렇게 흐르며 발전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인생수정>이란 책이 놓여있다.
아주 조와용 홍홍 - dc App
내 몸과 내 생각과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의 의지, 나의 느낌은 모두 어디서 왔는가, 영겁의 세월이건, 한 순간의 찰나이건 모두 과거에 빚을 지고 있을 수 밖에 읎따
제목을 인생창조가 아니라 인생수정으로 지은것에서 와따시 놀라버렸달까..
알프레드가 죽자마자 드니즈가 자기의 기존 삶을 벗어던지고 행복해지는 모습이 참 서글프고 아련했다. 요즘 시대처럼 가장 앞에서 열심히 살아간 가장 늙은 사람들에게 모든 죄를 덤터기 씌우는 모습이 겹쳐 보엿고
실제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마치 그래 보이는 것처럼 소설이 풀어낸 아이러닉한 서글픔...
전 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기자신만의 고유함을 찾기위한 인간의 보편적 모습에 가장 애틋한 소재인 가족이란 틀이 씌워져 더 여운에 남는듯
아 재독 땡기네
오 되게 재밌어보이네... 문학에 익숙하지 않ㅇ도 읽을만함?
시작부터 한랭전선이 어쩌구하면서 묘사 시작하긴 하는데....
전체적으로 별로 어렵진 않은데 굳이 다른 책에 비해 어려울 것 같은 점을 찾아보면 주인공이 많다 시점의 변화가 자주 있다 정도? 근데 결국 메세지를 위한 장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이런거 찾아 보는 재미도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