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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술마시고 필받아서 급히 써보지만 지금 좀 헤롱헤롱상태로 두서없이, 수정없이 쓴 글이라 친절한 독붕이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일단 제일 크게 눈에 띄었던 것은

극단적으로 대사가 적었다는 것이다. 거의 20장에 대사가 한번 나올까말까할 정도로 인물들간의 대화가 매우 적은 소설이다. (그래서 상당히 지루했다.)

이 300페이지 분량은 대부분 1차 세계대전의 전형적인 패턴의 사건으로 채워져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몇날 며칠 무슨무슨 작전을 수행했다. 이 때 ㅇㅇ상병이 포격을 맞고 후송됐다. ㅇㅇ병장이 아침에 포격을 맞고 전사했다. ㅇㅇ하사관이 공격 중 머리에 총을 맞고 전사했다. 등등의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독자는 그들을 모른다. 다른 소설들처럼 먼저 소개하고 그들에 대해 먼저 서술하는 것이 아닌 너무 뜬금없이 우리가 모르는 병사들의 이름이 튀어나와 마치 상부에 보고하듯이 담담하게 간단히 어떻게 죽었는지 말할 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전후 크게 비판을 받게 되었다고한다.)

디씨식으로 말하자면 'ㅇㅇ상병이 그래서 누군데 씹덕아', '또 자기만 아는거 말하노' 라고 할 수 있다. 즉, 독자들에게는 소설 속 인물의 가슴 아픈 드라마적인 죽음이 아니라 그저 지루한 리스트일 뿐이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하나의 생명을 가진 소중한 인간의 죽음이 아닌 그저 스타크레프트에 마린 한마리가 죽은 것같이 덧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의 죽음에 대한 이러한 서술방식이 전선에 돌격시켜 병사들을 무작정 갈아넣었던 1차 세계대전의 감성이랑 오히려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나의 인간으로 죽은게 아니라 그냥 병사 1, 테란 마린 1로서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정말 1차 세계대전 특유의 '사람이든 총알이든 먼저 오링난 놈이 지는거다.' 식의 전장 속의 병사다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융어는 동시에 자신의 병사들의 용기를 칭송하는데에도 많은 분량을 사용했다. (그래서 전쟁을 미화한다고 더 욕먹었다.)

하지만 내가 융어의 입장에서도 그들을 칭송하는 내용을 썼을 것 같다. 군필자로서 나름 부하관리도 해본입장이라 나 같아도 만약 전쟁을 치르고난 다음에 내가 경험한 전쟁에 관해 책을 쓴다면 나는 '내 부하들 너무 불쌍하게 죽었어ㅠㅠ 나쁜 장군들 때문에 그냥 개죽음 당했어 너무 불쌍해ㅠㅠ 토닥토닥해줘ㅠㅠ' 이렇게 그들의 죽음을 무의미한 것으로, 불쌍한 것으로 만들기 보단 '아 내 새끼들 존나 상남자였다. 존나 용감하게 싸웠어. 비록 죽었지만 난 그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이런 식으로 그들을 칭송하는 쪽으로 썼을 것 같다. (인터뷰에서 그가 책을 쓴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전우들을 칭송하고 기념하기 위해 썼다고도 했다.) 아마 장교로서 같이 전선에서 싸우고 부하들을 사지로 몰았던 융어 또한 그들을 동정 받아야하는 불쌍한 존재로 만들기보단 용감한 사나이들로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들을 존경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후세대들한테 융어의 책은 곱게 보여지질 않았던 것 같다. 몇몇 문학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에 반해 대중들과 언론들에게 크게 비판을 받았다고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 융어는 '강철의 폭풍에서'를 6번이나 수정했다고한다. 내가 읽은 책은 맨 마지막으로 수정된 1978년 버전이다. 아마 맨 처음 버전에 비해 평화주의적인 묘사나 메세지가 들어가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융어의 마지막 전투 때 관통상을 두개나 당하고 포탄파편, 총알 파편 수십개나 박혔는데도 멀쩡히 참호에서 도망쳐나와 치료받고 살아난거 보면

사람은 의외로 총에 맞아도 바로 죽지않고 꽤나 버틸 수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다.

그러니 군필 독붕이들도 사람은 총맞아도 꽤 오래 버틸 수 있으니 혹시 있을 북한과의 전쟁 때 겁먹지말고 용감히 총알 몇대 맞아가며 싸워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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