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한 공감을 강요할 순 없지만,

두 시는 내게 서사가 있다.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회사 첫 발령이 너무 멀어 타향살이로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인 나였기에.

특히 '요사채 댓돌에 젊은 중이 앉아 있다 러닝셔츠 바람에 선글라스를 끼고 어깨가 섹시한 동백 한 송이 떨어졌다'

감각적인 시구가 일품이다.


'사갈시'는 우연히 카페 벽면에 '그래도 좋았고 그래서 좋았다'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가서 찾아봐서 

알게된 시. 


어느 강원도 산간의 개인 천문대에서 본 망원경은 주인 설명에 따르면, 

주간에 태양을 망원경으로 실수로라도 응시하면 실제로 실명한다고 한다.


시에서 묘사한 찰나의 영원한 욕망이 좋았다.




이발소 그림처럼 / 조정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새들이 꽃 지는 소리를 입에 물고 날아갔다

요사채 댓돌에 젊은 중이 앉아 있다

러닝셔츠 바람에 선글라스를 끼고

어깨가 섹시한

동백 한 송이 떨어졌다

이만 총총

짧은 인사처럼

바람에 색이 묻어났다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대wung전 벽은 혼자 놀게 두고

새들은 알 속으로 돌아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꽃 속에

절을 매고 빨래를 널었다

이마 물렁물렁한 부도가 해를 비껴 서 있다




i에게 / 김소연


사갈시

 

내가 설령 울부짖는다 해도 여러 서열의 천사들 중 누가 이 소리를 들어줄 것인가? 만일 천사가 하나

갑자기 나를 가슴에 끌어안는다면 그 강한 존재에 눌려 나는 사라지리라. 왜냐하면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겨우 견딜 수 있는 무서운 일의 시초에 불과하기에.*

 

 

어느 과학자는

흑점을 너무 오래 쳐다보았다고 했다

 

무려 25초 동안이나

 

그래서 눈이 멀었다고 했다

그래도 좋았다고 했다

 

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마다

노인이 되어본 적이 있었다

 

무려 25년 동안이나

 

그래서 죽어본 적도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를

 

말하지 않기 위해

바람둥이, 좌파, 모리배, 쇼퍼홀릭으로

산 적이 있다

 

그래도 좋았고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파리에 대하여 생각할 것이다

 

무려 25초 동안이나

이 아름다운 나의 케이크 위에

앉아 있던 파리의

 

그 좋았던 시간에 대하여

 

* 릴케, 『두이노의 비가』 제1비가 첫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