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의 제목은 단순한 수사법이 아닙니다.
사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리뷰를 쓰기 위해 맨 먼저 착수한 작업이 이 소설이 대체 어느 장르에 속하느냐를 따지는 것인데,
심사숙고한 결과 저는 82년생 김지영이 라이트노벨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팔지 않고 담백하게 말하는데 이것은 여성향 라이트노벨입니다. 그냥 여성향 웹소설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분류가 가능할까요?
82년생 김지영(이하, 82김)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제로 삼고 있는 소설입니다. 우리는 이 표현을 내뱉는 데에 매우 신중해져야 합니다.
82김은 사회학 서적이거나, 사회적인 담론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 대신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글의 소재로 삼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지요.
재차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82김은 서점에서 '정치 사회'란에 분류되기 적합한 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정치 사회 란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잦습니다만은) 그보다는 할리퀸 소설 사이에 낑겨 있어야 적절합니다.
저는 정치 사회 코너에 어색하게 자리잡고 있는 이 소설을 보며, 이럴 바엔 옆자리에 내청춘도 꽂혀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라이트노벨 역내청도 소재만큼은 사회적인 이야기에서 따왔습니다.
그렇다면 슨개는 이 야밤에 도대체 뭐가 억울해서 82김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제로 삼고 있을 뿐이라는 디테일한 설명을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 측면에서 나누어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태도'의 차원입니다. 두 번째는 '공정성'의 차원입니다. 세 번째는 '독자'의 차원입니다.
저는 각각의 차원을 해설하며 82김을 웹소설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포르노성 소설'과 비교분석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태도의 문제입니다. 82김은 기본적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 소설이 어떤 분야에서 놀고 있느냐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단서입니다.
여러 학자들이 외설물과 예술품을 비교할 때 여러 잣대를 들이댑니다만, 저는 작가가
'이 작품의 내용과 주제에 전혀 무관심한 사람들이 어떻게 몰입해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할 수 있게 만들까?'
라는 의문을 가진 채 써내리는 소설은 외설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쎾쓰가 몇번 등장하고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들이대는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어떤 마인드를 갖추고, 어떤 태도를 갖추고 독자를 대하고 있냐는 것입니다.
예술 작가가 이 지랄을 하고 있는 동안 외설물 작가는 '흠, 일단 이 내용은 독자가 좋아하니까 넣어야겠지?' 하고 소설을 스타트합니다.
이 분류에서 보면 웹소설과 대다수의 라이트노벨, 82김은 훌륭한 외설물입니다.
외설물이 예술품보다 저열하거나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분류학적으로는 이렇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이 라노베인 이유를 독자적인 측면에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82김을 구매해서 읽은 독자들의 생각은 읽기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소설을 읽고 변화할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있거나 최소한 호의를 가지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당신의 신념이 옳다고 둥가둥가 해주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이 소설을 구매했을 뿐입니다.
이러한 독자들의 태도는 웹소설과 라이트노벨 판매현장에서 매우 자주 목격됩니다.
소설의 내용과 소설의 근간, 사상은 이미 정해져 있고 독자들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관조하며 기쁨을 느낄 뿐이지요.
오히려 좆같은 책이 자기한테 이상한 생각을 강요하거나 혹은
'너는 틀렸을지도 몰라'라는 물음을 던지면 불쾌감을 느끼고 책을 내려놓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쩌면 그냥 깊게 생각하면서 읽는 게 싫은 걸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독자들의 태도도 비슷하다는 점은 선명하게 남습니다.
조남주 작가가 여타 웹소설과 라이트노벨 작가들처럼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가정하면 그녀는 실로 천재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요구하는 독자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태였으니까요.
그녀는 자신과 다른 뜻을 가진 이들을 설득할 능력이라곤 전혀 없는 십팔류 예술가였으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똑같이 좋아해주는 독자들에게는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는 일류 상업작가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이 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상기시킵니다. 82김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명확한 한계이자 특징입니다.
이 소설은 오로지 여성이 피해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고 '이미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주조된 것일 뿐이라서,
반대로 여자가 이득을 취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가령 20대 초반, 미숙한 어른으로서 사회관계에 두려움을 느끼는 주인공 김지영의 모습이 나타난 뒤
소설은 어물쩡 김지영 씨가 20대 중후반일 무렵으로 넘어가버립니다.
이후 김지영 씨가 직장에 입사하며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절절하게 호소하지요. 그런데 씨발 대체 왜 이렇게 갑자기 시간이 스킵됏을까요?
갓 대학에 들어선 20살 말고, 21살과 22살은 어디로 갔죠? 왜 그 얘기는 안 하죠?
그때는 왜 남자들이 얼마나 씹이득을 보는지 비교하지 않을까요?
물론 남자들이 그 동안에 씹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대에 끌려가서 정체모를 노동을 하고 있는 동안 김지영씨는 자기계발에도 몰두할 수 있고, 그냥 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면 '여자는 피해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진 독자들의 입장에선 불쾌하지요.
82김에서 군대얘기가 전개의 일부로 녹는 것은 마치 라이트노벨에서 '야사시이'하지는 않지만
잘생긴 정체불명의 남캐가 히로인들을 모조리 따먹어버리는 전개로 흐르는 것과 같습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독자들은 그게 존나 싫어서 라노베를 읽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군대 얘기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언급이 되더라도 한 김지영씨가 30대가 된 이후
'남성들은 군대에 가서 2년동안 늦어졌다고 30대까지 취업이 가능한데... 나는 여자라서 벌써 "상폐"래.... 어떡하지...? 왜 사회는 이렇게 잔혹하지....?'
하고 병신같은 독백체를 구사하는 지점에서 스치듯 나타날 뿐입니다.
심지어는 이런 독백체에서조차
'근데 생각해보면 남자가 2년 늦게 출발하는건 팩트인데, 그런 와중에 여자가 그 2년도 제대로 사용 못했다면 그년이 앰창 병신인건 맞잖아.....?'
같은 추가적인 발상조차 나타나지 않습니다. 군대뿐만이 아닙니다.
남자가 손해보거나 힘든 지점은 전부 언급을 피하거나 에둘러 말하거나 지금 말한 상폐 드립처럼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합니다.
변형해서 재진술하건대, 우리는 모두 여자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사랑에 구원 같은 극적인 쇼맨쉽은 필요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게 존나 싫어서 라노베를 읽고 있습니다. 공정성은 포기했지만 어마어마한 독자들의 돈봉투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소설은 남자와 여자를 치열하게 비교해서 그들이 실제 차별을 받고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떤 것이 그 문제들의 원인인지 조금도 말해주지 않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저는 감히 조남주 작가를 옹호하려는 것입니다. 상업작가 조남주를.
그녀는 존나 하나도 옳지 않지만,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녀가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시험지가 아니라,
그녀가 지금까지 번 돈이 그녀가 상업작가로서 몇 점인지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슬픕니다. 그녀가 만일 한국 라노베 시장에 일확천금이 있다 믿어 라노베 집필을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론 라노베는 페미니즘처럼 큰돈이 되지는 않고, 조남주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아서 라노베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드노벨 공모전에도 노블엔진 공모전에도 투고하지 않았겠지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여성향 라노베를 쓰고 계시니까요.
최근, 같은 라노베(원작 영화가 따로 라노베로 출간되었습니다) '너의 이름은'을 패러디한 '그녀 이름은'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어차피 그녀한테 설득돼 있는 독자들끼리 우르르 몰려가서 자기들끼리만 아는 수신호를 써가며
자기들끼리만 납득할 수 있는 감동과 눈물의 감평을 내놓을 테지만 괜찮습니다.
그들이 옳거나 틀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뜨겁습니까.
그들이 오직 자신만이 모든 것을 누려야 한다는 추악한 욕망을 현실 세계에 끌고 오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입히지 않고 더러운 꿈을 이어나간다면
이 이기적이고 오만한 소설은 충분히 명작 반열에 남아 자자손손대대로 길이길이 전해질 것입니다.
조남주 작가님의 82년생 김지영에 10점 만점에 6.9점을 드립니다
개드립 - [펌, 장문] 라이트노벨 리뷰 - 82년생 김지영 ( https://www.dogdrip.net/166487551 )
나도 우연한 기회로 페미니즘 관련 강연 몇번인가 들어봤는데 흥미로운게 뭐냐면 강연에 참가한 사람들 대부분이 강연 내용이 어떻든간에 아무 상관이 없다는거임..... 왜냐하면 강연 들으러 온 사람들은 이 강연자가 조금이라도 “빻은” 말을 하는지 안하는지에만 모든 신경을 쏟기 때문에.. 만약에 조금이라도 맘에 안드는 발언이 나오면 바로 보이콧 해쉬태그 운동을 시작함... 강연자도 그냥 페미위키 내용이나 교양서적 내용 요약하면서 “자매님!”하면 걍 끝남.....
취업시장에서 도태된 20대 인문대 여성들 중심으로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하나의 거대한 자생적 페미니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집단이기 때문에 학제적인 가치는 전무함.... 그리고 그들의 페미니즘계는 일반 대중과 거의 완벽하게 유리되어 있음.... 그들은 서로에게 부모님 지갑에서 꺼내온 돈을 쥐어주며 눈물나는 연대를 자행하며 스스로를 여혐민국의 선각자이자 피해자로 인식함.....
평범한 사이비 종교인데 무슨 문제라도
이 글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이 자가검열은 물론 탈코르셋을 하지 않거나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종종 극도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 자체가 결론만 정해놓고 무도건적 옹호만을 위하는 페미니즘이기때문이구나. 일리있네
라노벨이라기엔 재미로 웃고 넘길만한 얘긴 없는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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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글 잘쓰네 ㅋㅋ 독갤에 필요한 인재다 ㅋㅋ
역시나 별 거 없는 군무새 잡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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