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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신비로운 장소야. 성스러운 곳이지. 네가 보고 있는 각각의 책에는 모두 영혼이 깃들어있어. 그 책을 쓴 사람의 영혼뿐만 아니라 그 책을 읽고 그 책과 함께 살고 꿈꾼 사람들의 영혼까지도. 책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의 시선이 그 책의 페이지를 훑을 때마다 그 책의 영혼은 커지고 강해지지. 이곳에서 이미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책들, 시간 속에서 잊혀버린 책들은 영원히 살면서 새로운 독자나 새로운 영혼의 손에 이르기를 기다려...”

 

 

소설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부분인데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전작인 <바람의 그림자>에서는 가장 처음 나오는 부분이죠. 천사의 게임이 바람의 그림자 프리퀄인걸 생각하면 정말 기가막힌 대목입니다. 이게 이렇게 이어지는군요.

 

이 책은 제게 감동과 교훈을 잔뜩 안겨주었습니다

위대한 유산,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의 훌륭한 소설 작품의 존재도 더러 알게 되었죠.

 

책 속에서 책이 추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건 책을 추천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제가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미 등장인물들에게 푹 빠져버렸을 즈음 그들이 말하기를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가지고 있다면 100년도 거뜬히 살아갈 수 있다.’라고 했거든요. 그만큼 재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좋아하는 소설에서, 좋아하는 인물이 훌륭하다고 언급하는 책이라니! 안읽어보고 베길 수 있나요?

 

<천사의 게임>은 환상적인 요소와 탐정소설 요소 이 두 가지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달콤하고, 씁쓸한, 외롭지만 사랑스럽고 맛있는 소설입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조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천천히 중요한 사건과 사건을 쌓아나가면서 이 작품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 모르게끔 독자를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어버립니다. 결코 도중에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미스테리 소설은 스포가 될까봐 리뷰를 쓰는게 참 조심스럽네요.

 

이 작품에서 잊힌 책들의 묘지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들어졌다는 표현에 좀 어폐가 있을 수는 있지만, 4부작의 세계관이 시작된 시점을 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잊힌 책들의 묘지. 참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저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헌책방만 가더라도 신이 나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잊혀진 모든 책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라니, 심장이 뛰지 않을 수가 없어요. 애서가들의 낭만과 로망이 가득 담긴 장소일 수 밖에요.

 

세상에 잊혀지는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지금도 서점에 가면 문학 코너에서 하나의 책장, 하나의 칸만 보더라도 제가 모르는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습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모르고 지나칠 새로운 책들이 생산될테고,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생산되고 절판되었을 책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있을지도 모르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책에는 정말로 영혼이 있을까요?

주목받지 못하고 시대와 함께 잊혀진 그런 책들에게도 영혼이 있을까요?

 

저는 있다고 믿고싶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대가로 처음 돈을 받거나 칭찬을 받는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자기 핏속에서 허영이라는 달콤한 독을 처음으로 느꼈던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면 문학의 꿈이 거처할 집과 따뜻한 음식을 얻으리라 믿은 순간을, 그리고 틀림없이 자기보다 오래 살아남을 허름한 종잇조각에 제 이름이 인쇄되는 가장 큰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은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한다. 작가는 그런 순간을 떠올리도록 선고받은 사람이다. 그때부터 이미 패배한 존재이며, 그의 영혼은 이미 값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소설의 도입부입니다.

첫 문단을 읽는 순간부터 저는 이미 이 소설에 매료되어버렸어요.

 

자네를 위해 쓴 작품이니 부디 읽어주게하면서 작가가 직접 책을 제 손에 쥐어주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떻게 처음부터 이럴 수가 있을까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한국의 안세화

일본의 하이타니 겐지로

영국의 팀 보울러

 

스페인의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아무래도 저는 청소년소설이 여전히 취향에 맞나봅니다.

빠져든 작가들이 하나같이 청소년 소설을 쓰는군요.

 

아직도 가시지 않는 여운을 장작삼아 이 위대한 소설의 좋은점을 끝도 없이 주절거릴 자신은 있지만, 여러분이 직접 일독해보는 것만 못할 것을 압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틀림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