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허경은 역, 1996.


「단순성과 통찰력의 부재, 그것이 그들의 삶을 결정짓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잔인하게도 그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부유함과 마찬가지로 여유 있는 마음이었는데, 그것은 가장 심각한 것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가장 결핍한 것은 단지 객관적인, 물질적 풍요로움만이 아닌 일종의 거침 없음, 즉 일종의 여유였다. 그들은 늘 흥분해 있거나 경직되어 있든지, 아니면 탐욕스럽거나 질투심에 차 있었다. 더 풍족하고 화려한 삶에 대한 그들의 욕망은 매우 자주 어리석은 정열로 변질했다.」


「아마도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잘 세계의 호의적인 기호들을 해독하고 불러낼 줄 알았는지 모른다. 그들의 귀와 손가락, 그리고 그들의 입과 혀는 마치 끊임없이 망을 보는 복병처럼 정확한 순간들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고요한 평안과 영원의 감정에 흠뻑 젖어, 추호의 긴장도 존재하지 않는 달콤한 균형의 순간에도, 무언가 일시적이고 연약한 어떤 것이 흔들리고 있는 듯했다. 따라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위해서는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매우 사소한 느낌, 단순한 망설임의 순간, 연약한 서투른 몸짓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삐걱거렸다. 그것은 결코 멈추어서는 안될 일종의 계약, 약하고 측은한 어떤 것,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단순한 분노의 순간,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어떤 위험하고 불확실한 것이었다.」





펭귄클래식 김명숙 역, 2011.


「그들에게는 단순함과 냉철함이 부족했다. 그들을 가장 심각하게 괴롭히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물질적인 여유가 아니라 일종의 자유, 기분 전환이 부족했다. 그들은 쉽게 흥분하고 발끈했으며 갈망이 지나쳐 질투심에 불탔다. 부자가 되고 싶고, 더 부자가 되고 싶은 집착은 대개 사소한 물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는 행위로 드러났다.」


그들은 다른 사람보다 유리한 신호들을 더 잘 알아채고, 때로 조장할 줄도 아는 것 같았다. 귀와 손가락, 혀가 마치 매복 상태로 조만간 촉발될 이 달콤한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평온함과 영원함의 감정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는 어떤 긴장도 끼어들지 못했다.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모든 것이 감미롭게 천천히 흘러갔다. 강렬한 기쁨이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것들을 고양시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조화로운 상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소한 불협화음, 대수롭지 않은 주저의 순간들, 무례한 태도만으로도 그들의 행복은 무너져 내렸다.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일종의 계약, 그들이 대가를 지불했던 무엇, 불안정하고 딱한 무엇인가, 잠깐의 행복한 순간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더 위험하고 더 불확실해 보이는 일상과 삶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은 단락인데 두 판본 번역이 이만큼이나 다름...

다들 그냥 펭귄으로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