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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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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미소>를 읽고 난 뒤 나는 선입견이 생겼다. 우연히 최은영 작가의 얼굴을 보고 만 것이다. 최은영 작가의 얼굴과 소설이 조용히 포개졌다. 투명하고 따뜻한 인상이었고, 소설이었다. 따뜻한 선입견이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 처음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게 무해한 사람>을 구입하고 책을 펴기 전까지 망설였다. 따뜻한 선입견이 혹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전작 <쇼코의미소>랑 너무 비슷해서 행여 지루하지 않을까. 사실 가장 큰 걱정은 후자였다. 전작은 중편소설 모음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서로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소설들 간에 비슷한 구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소설들은 거진 10~20대에 겪었던 일들을 회고하는 형태였다.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는 것은 이 걱정의 진위를 검증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희한한 건 걱정이 기우였으면 하고 바라는 내 마음이었다. 다행히 소설을 읽어가면서 그 걱정을 걷어낼 수 있었다. (최은영 작가가 내 스타일이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블핑을 좋아한다.)


회고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단어다. 더 이상 연인을 이어갈 수 없어 헤어졌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했음을 회고를 통해 깨닫는다. 그 여름편에서 이경은 강위를 나는 회색 새의 이름을 수이에게 물었다. 수이는 왜가리라고 알려준다. 시간이 흘러 이경 혼자 강가를 찾는다. 회색 새는 메타포로 작용한다.


날개죽지가 길쭉한 회색 새 한 마리가 강물에 바짝 불어 날아가고 있었다. 이경은 그 새의 이름을 알았다.(p.60)


<내게 무해한 사람>은 마음을 더듬는 소설이다. 안그런 소설이 있겠느냐만, 이 소설은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작가는 소설속 화자를 통해 찰나같은 순간에 생겨난 마음들을 조용하고도 세밀하게 조각하여 내보인다. 그것들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와 왈칵 쏟아진다. 내 속에 이런 마음이 있었던가.


얼마를 기다리든 결국 엄마는 왔다. “집에서 자라고 했는데 왜 나와 있는 거야. 위험하게 이게 뭐하는 거야. 다시 이러면 진짜 혼낸다.” 다그치다가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딸들에게 볼을 비비대던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던 길, 늘 엄마를 만날 수 있었던 그때의 기다림을 윤희는 아프게 기억했다.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니까. 윤희야, 온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것을 기다린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p.99)


여담으로 깨알 같은 디테일이 반가웠다. 파란색 화면의 천리안이 그랬고. 따뜻한 데자와가 그랬다. 데자와는 2004~6년 정도에 엄청 많이 마셨던 기억이 있었서 그 데자와가 그 데자와가 맞는지 검색해보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판기 음료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