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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은 1차 대전 이전부터 '마약 강국'이었다고 합니다. '독일 제국'은 아편에서 모르핀을 분리 추출해낸 "마법의 약리학적 메피스토"(p.23)를 이뤄냈고, 헤로인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마약과 관련해서 <메이드 인 저머니>는 품질 보증서나 다름 없었다"(p.26)는 군요.
'바이마른 공화국' 시절에도 독일과 나치는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였다고 해요. 한 예로, 1928년 베를린의 약국에서 '합법적으로' 처방되어 팔린 모르핀과 헤로인의 73kg에 달했습니다.
물론 나치는 이런 현상을 마땅치 않게 생각했고, 집권한 이후로는 마약 규제책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39년 11월에는 마약의 한 종류인 페르비틴을 처방전 의무 약품으로 등록했고, 1941년 6월에는 아편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전혀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민간 소비량은 매년 150만 정 넘게 증가했다"(p.148)네요.
'나치 독일' 시절에는 메스암페타민을 넣은 과자가 출시됐는데 "카페인과 달리 인체에 무해"(p.62)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고, 조산, 뱃멀미, 산후 우울증, 고소 공포증, 꽃가루 알레르기, 정신분열증, 불안장애, 우울증, 의욕 상실 등에 마약이 사용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마약을 "찾는 일은 점점 일상이 되어 갔다"(p.92)
2. 나치 독일군도 마약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나치 독일은 성공 가도를 달리던 대전 초기부터 몰락의 길을 걷는 후기에 이르기까지 늘 마약과 함께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낫질 작전에서는 병사들이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마약이 대거 사용됐습니다. 정신력으로 피로를 이겨내라고요? 아뇨 "독일 병사들에게는 굳이 그런 불굴의 의지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페르비틴을 두고 어디다 쓰겠는가?"(p.95) 저자는 이런 독일군을 보고 "화학 약품에 의존한 세계 최초의 군대"(p.97)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합니다.
3. 히틀러는 어땠을까요? 당시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담배나 술, 커피를 포함해 "몸 안에" "어떤 독도" 들이지 않는 깨끗하고 청렴하며 오직 독일 민족의 부흥만 생각하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생겨나지 말았어야 했을 뿐 아니라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신화"(p.35)라고 비판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히틀러는 마약 중독자였기 때문이죠. 여기서 히틀러의 주치의로 알려진 테오도어 모렐이 등장합니다. 의사들을 싫어했던 히틀러는 모렐만큼은 굉장히 총애했습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전쟁을 이겨 내면 나는 당신한테 정말 큰 보상을 해줄 생각이야"(p.255)라거나 "아침에 와줘서 너무 좋아!"(p.245)라고까지 말할 정도였죠.
왜 모렐은 히틀러의 총애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아픈 원인을 찾아내려는 다른 의사들과 달리 모렐은 그저 "주사 한 방으로"(p.50) "의료 처치를 대체"(p.50)했기 때문이죠. 특히 그런 주사 요법은 "주사를 맞고 나면 매번 몸이 좋아지는 것이 즉각 느껴졌"(p.51)기 때문에 히틀러에게 더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모렐 박사의 주사요법에는 마약뿐만 아니라 동물성 재료로부터 분리 추출된 성분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자는 "히틀러는 고기가 든 음식을 먹지 않았"(p.171)지만, "고도로 농축된 동물성 물질이 그의 혈관을 순환했기 때문에"(p.171) "엄밀히 말하면 […] 채식주의자라고 말할 수 없었"(p.171)고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4. 그러니까 모렐은 "오늘날이라면 […] 돌팔이로 낙인찍힐 뿐 아니라 감옥행도 각오"(p.226)해야 할 수준이었다는거죠. 하지만 모렐이 그저 잘못된 처방을 했던 돌팔이기만 했던 걸까요?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합니다.
모렐은 자신의 '마약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돼지, 위, 췌장 ,뇌하수체, 척수, 소, 간, 돼지 간, 양 간을 수백 대의 화물차나 제국 열차에 톤 단위로 실어 수백 킬로미터씩 운송"(p.196)했습니다. 이들 약탈품의 목적지는 "점령지 체코슬로바키아의 아리안화된 모렐 공장"(p.196)이었습니다. 만약 그의 '원재료'들이 실린 열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교통부 장관이나 철도청장, 운송 사령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뒷일을 감당할 수 없을"(p.197) 거라는 협박과 총통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당근을 섞어 가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습니다.
5. 그렇다면 히틀러는 마약 때문에 이상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니 조금은 참작할 여지가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에 쓴 『나의 투쟁』을 보면 이미 그가 마약을 하기 전부터 끔찍한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히틀러는 항상 자기 의지의 주인이었고, 자신이 무엇을 하느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깨어 있는 정신으로 냉철하게 행동[…] 끝까지 일관되게 행동했고, 지독히 철저했으며, 결코 미치지 않았다"(p.273)면서 히틀러에게 마약은 그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였고, "천하의 몹쓸 죄악이 경감될 수는 없다"(p.273)고 말합니다.
6.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있는데, 예를 들어 모렐이 언제나 도전 받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한번은 총통 본부에서 일하던 이비인후과 전문의 기징은 외과의와 연합하여 "일주일에 알약을 120~150개씩 먹고, 주사도 대략 8~10방씩 맞는 국가 원수는 세계에서 히틀러가 유일할"(p.254) 것이라며 모렐을 공격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자신이 총통 본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또, 1943년 5월부터 나치 독일에서 신약 출시는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렐의 '마약 제국'은 히틀러의 특별 지시로 성장해갈 수 있었습니다. 히틀러는 자신이 먼저 모렐의 '신약'을 사용해보고, 그 다음에는 총통 본부에서도 사용해보고 효과기 있으면, 정부 허가 없이 독일 전역에서 판매할 수 있다고 배려해준 것이죠. 그러니까 모렐은 "총통 본부의 그 분을 <실험실 토끼>로 사용"(p.199)했던 셈입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말년에 보인 이상 증상들을 보고 파킨슨병 증상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저자는 사실 마약 중독자들의 금단 증상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7. 저자는 그간 모렐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1200페이지에 달하는 요아힘 페스트의 책에서 모렐은 7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데 이는 "저자가 그 주치의를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p.156)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코카인 같은 "명백한 마약 복용"(p.237) 역시 "히틀러 전기 작가들은 […] 거읜 눈치채지 못했다"(pp.237-238)고 평합니다.
또, 모렐을 심문했던 연합군 역시 모렐의 필적을 잘못 보고 마약류인 '오이카돌'을 '엔카돌'로 잘못 해석하는 등 실수를 범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그 동안 잠들어 있던 방대한 양의 당대 문서들을 섭렵하여 흥미로운 책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진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사료를 오독 해서 내놓은 잘못된 주장이거나 왜곡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탄탄한 문장으로 엮어놓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번역본 나왔넹. 이거 발간당시에 독일에서도 유명했음.
넵 번역본은 작년에 열린책들에서 나왔더라고요
리뷰가 깔끔하구만!! 당시 미군도 마약 문제 심했다더라, 부상병들 고통이 심하니 모르핀 투여를 막 했는데,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됐다고 하네. 확실히 광기의 시대가 마약을 촉진 했는지 마약이 광기의 시대를 더욱 부추겼는데... 닭과 알의 문제로 보이지만, 리뷰를 보니 무조건 닰이 문제같군ㅋㅋㅋ - dc App
부추겼는지 - dc App
감사해요. 사실 당시 독일뿐만 아니라 미군, 일본군도 마약을 사용했다고는 하더라고요. 정말 광기의 시대였던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