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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 방학도 다 갔다. 이번 방학은 전공보다 인생에 대한 깨달음이 급했다. 정신수양을 가능케 할 메타지식이 필요했다. 뭐가 좋을까 하다가, 느닷없이 쇼펜하우어라는 양반이 떠올랐다. 그 양반의 헤어스타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10년도 더 전에, 윤리와 사상을 사탐으로 선택할 때, 잠깐 이 양반을 만났었다. 염세주의자. 내가 이 철학자에 대해서 기억하는 전부다. 나는 도서관으로 가서 쇼펜하우어의, 그리고 쇼펜하우어에 대한 책을 몇 권 빌렸다. 그렇게 8월을 이 독보적인 양반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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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임마누엘 칸트 죽돌이었다. 칸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집 서재에는 칸트 초상화를 걸어 놓고, 자신만이 칸트의 거의 유일한 계승자라고 생각했다. 쇼펜하우어의 생각은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나의 작고 소중한 칸트는 욕해도 나만 욕할 수 있어!" 그래서 스스로는 칸트의 견해를 일부 비판하면서도, 그 당시 칸트의 이론을 뒤집으려고 했던 학자들을 끊임없이 비난한다. 인신공격 수준으로 말이다. 덕분에 쇼펜하우어는 학계에서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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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족이유율이니 플라톤 미학이니 하는 복잡한 얘기는 차치하고, 쇼펜하우어는 세계가 졸라게 무식하고 폭력적이고 생각 없는 하나의 에너지에 의해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걸 "의지"라고 불렀다. 하여간, 이 에너지는 사람으로 하여금 뇌 없이 계속 욕망하게 한다. 인간은 그저 성욕으로 돌아가는 기계다. 그런데 욕망은 절대로 완전하게 채워지는 법이 없다. 욕망 다음에는 권태가, 권태 다음에는 욕망이, 우리는 그저 반복한다. 자연이 진공 상태를 싫어하는 것처럼, 욕망은 현자타임을 싫어한다. 그러니까 이 양반한테는 세계란 최악 그 자체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장 큰 행운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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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런 인문학 분야의 천재들은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태어난 게 아무리 좆같아도, 그 사실은 못 바꾸더라도, 조금은 덜 좆같아지는 방법을 찾아 주고 싶었던 게 이 츤데레 양반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서로의 이기주의를 인정하라. 자신의 이기심이 다른 사람의 이기심을 해치지 않게 하라. 너네 다 똑같이 좆됐으니까 서로 동정심을 좀 가져 봐라. 욕망이 생기거든, 참아 봐라. 하고 싶은 대로 어차피 다 못 하니까, 좀 참아 봐라. 세계의 본질은 원래 비이성적이니까, 대가리는 적당히 굴리자. 음악 감상이 조금 도움이 될 거다. 그러면, 우린 좀 덜 불행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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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 버림 받고 30여 년을 프랑크푸르트에서 혼자 살던 그는, 말년에 갑자기 유명해져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또 국제적인 학회에서 상도 받는다. 30여 년을 프랑크푸르트의 미치광이로 살던 그는, 죽음을 10년 정도 앞에 두고서야 사람들 앞에 '프랑크푸르트의 현자'로 선다. 평생을 누구든 다 좆까라며 살던 쇼펜하우어도 말년에 찾아온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에는 흡족해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이 양반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인지라, 욕망을 전부 내려 놓진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죽을 땐 쿨했다. 묘비명으로 아무것도 쓰지 말라는 것이 유언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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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덩어리인 나는 아무리 봐도 쿨해지긴 글렀다. 30살 먹고 대학원을 다니는 나는 쇼펜하우어가 주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30살에 완성했다는 사실부터가 짜증 나고 질투 난다. 글을 짧게 쓸 수 없는 병이 있는 나는 묘비에 뭔갈 잔뜩 써 넣고 싶어 할 것만 같다. 세계가 거대한 의지라는 걸 깨닫게 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댔는데, 나는 그걸 읽고는 오히려 더 좆됐구나 하는 느낌만 받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어. 아니, 너에게서 연락이 오면 좋겠어. 이제 그만하면 좋겠어. 아니, 뭐라도 해야겠어. 혼자서 가만히 있어야지. 아니, 누구를 좀 만나면 좋겠어. 나는 어쩌면 뒤를 보면서 천천히 걷는 중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부터 시작인 걸까? 이제 나는 목이든 몸뚱아리든 하나를 돌리는 법만 배우면, 저 불구덩이나 그 반대쪽 중 정확히 한 방향으로만 걸을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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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어느 날 중고 서점에서 쇼펜하우어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리고 홀린 듯이 이 책을 사서는, 2주 동안 밥도 안 먹고 그 책만 봤다고 한다. 그리고 니체는 결심한다: "의지"와 맞짱을 떠야겠다. 이후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등에 업고 서양철학사의 깡패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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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인간 내리 사랑 방식을 체득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시키는 대로 해 보면 나아지는 게 하나는 있을까? 나도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학기 중에는 SNS나 또 지우고 전공 공부나 해야지. 이것도 일종의 연습이다. 욕망하고 멀어지려는, 뭐 그런, 얕은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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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갤에는 글 처음 써 봅니다.
종종 몇 권씩 읽고 쓸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이어이 자주오라고
쇼펜하워식 철학같지도 않은 철학 역겨움 걍 잠언 인생명언 싸개 .. 의지 욕망 세계 욕망. 머 마음을 비우고 어쩌고 인간보고 어떻게 살아라 인생이란 이런거고 저런거고 그딴게 먼 철학
러셀 읽고 에세이충이라 하는 격
쇼펜하워 얘기하는 사람들 100명중에 99.9명은 인생명언 몇마디랑 한두줄로 축약된 인생철학에 감명받고 찬양하던데
<의표세>의 원문이나 <의표세>의 입문서 한 번 보시면 또 다를 거 같네요. 저는 쇼펜하우어라는 인간이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쇼펜하우어 읽고 불자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