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처음에 노르웨이 숲을 읽고 그다음에 카프카 읽고 1q84는 읽다 접었는데


노숲이 한번 읽었을때 좋았던 건 물론 이야기 자체였어.
거기서 나오는 하루키 특유의 생생한 야스의 묘사나 대비되는 입체적인 두 여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큰 가지가 좋았었는데

두번째 읽을 때 부터는 오히려 잔가지들에 집중하게 되더라고.
예를 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미도리를 잠시 머리 식히게 보내두고 미도리 아버지의 병상 옆에서 혼자 이야기하는 장면임.
밖에 가을풍경을 이야기하거나 ‘난 이런 나른한 일요일을 빨래하면서 책을 읽으며 보낸다’ 라고 말하면서
오늘 처음 보았을 뿐더러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한다는게 이질적이면서도 와타나베답다고 생각했지.

또 두번 읽고서야 선배나 특공대의 대사나 이야기도 더 큰 울림을 주더라고. 특공대의 서사가 그렇게 많이 나왔지만 실제 기숙사 룸메이트 관계처럼 한학기가 지나면 소식조차 알수 없게 되버리는 장면이라던가 선배가 마지막에 자기자신을 동정하지 말라는 대사처럼.

하루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밍숭맹숭한 감정을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하는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상실의 시대가 좋았던건데
정작 다른 작품은 너무 관념적이라서 읽기 힘들었어.

그래서 하루키의 글빨이 제일 잘 발휘되는 곳이 단편하고 수필이 아닐까.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한 주제를 던져주고 맺음까지 깔끔.

또 장편은 어느새부터 중간에 야스하겠구나 하면서 기시감이 느껴지면 굉장히 읽기 싫어져버려서

야스를 참 잘 사용하는 작가는 맞지만 기승전 야스, 재즈 하지말고 노숲에서 좀더 곁가지 서사를 잘 갈고 닦았으면 더 높은 문학적 성취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물론 그만큼 글을 쉽게 읽게 해주니까 하루키 글이 좋은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