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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 흰 무명 손수건으로 하는 기술」



  이 흰 손수건 속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아무것도 없읍니다.

  (탈, 탈, 타알 털어 보인다.)


  그렇지만 나옵니다.

  감쪽같이 나옵니다.

  자, 어떱쇼, 미도파의 여점원

  이 사람이 이 손수건을 나한테다 팔았읍죠.

  (여점원 나와서 손님한테 쌩긋 웃어 보이게 한다.)


  (또 한번 손수건을 탈, 탈, 타알 털고)

  또 나옵니다.

  자-- 이번에는

  시골서 갓 올라온 색시로 한 개.

  고무신에 버선 신고

  밀양에서 올라왔네.

  무교동 왕대폿집

  벌이 좋아 올라왔네.

  (이 색시는 끌어다가 뒤에다가 세운다.)


  자--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이 밀양 색시가

  이 손수건더러

  오랜만에 참 너무나 반가와 웃긴다네.

  즈이 시골 성네 밭에서

  따다가 판 목화로 만든 거라네.

  밀양 아리랑을 저도 다 먹여서 키운 거라고…….


  아이 추워

  제기 이거야 믿을 수 있나,

  어디 밀양 아리랑이나 싫지 않건 또 한번

  먹여 보아라.

  (날 쫌 보소, 날 쫌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이 날 쫌 보소,

  이 색시 밀양 아리랑을 부른다.)


  (또 한번 손수건을 탈, 탈, 타알……)

  자-- 그럼 이번에는 할수없지, 밀양 목화꽃으로 한 송이.

  육자배기도 큰애기 손때도

  아주 썩 잘 묻은 목화꽃으로 한 송이.

  아이 추워.

  그런데 이 겨울에 진짜가 피나,

  가짜라도 근사하게 만들어야지.

  아이 추워.

  (목화 조화(造花)가 하나 또 손수건에서 불거져 나오시어

  왕대폿집 색시의 빈 손에 가 쥐어진다.)


  (손수건을 또 한번 탈, 탈, 탈, 타알……)

  자--

  이번엔 마지막으로 어디 한번 크게 놀아 봅시다.

  마지막으론 할수없지,

  할수없이 금부처님.

  (부처님

  요술 상 위에 싸악 버티고 앉히운다.)

  부처님, 부처님, 본 대로 말하소.

  저 색시가 오백 원 팁 한 장 때문에

  입에 침 바르고 거짓부렁하는 건 아니지?

  한 장 먹여 줄까? 말까? 줄까?


  "정말이다.

  한 장

  먹여 주어라."

  부처님도 제법 호박씰 깐다.



- 『서정주문학전집』(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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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내용은 사뭇 알쏭달쏭하다. 그것은 시의 내용이 전개되는 전제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시 이후 서정주는 희곡의 어투를 빌린 작품을 꾸준히 시도한 바 있으나, 그의 유사한 기법을 쓴 다른 시들에 비해 이 시는 훨씬 헷갈리게 느껴진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시는 그것을 푸는 데에 재미가 있는 법이다. 이 시의 화자는 겨울철에 길 지나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돈을 버는 마술꾼인 것처럼 보인다. 손수건에서 비둘기나 작은 물건보다도 사람이나 부처님 같은 것을 꺼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마술꾼 화자가 이들을 꺼내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는다는 데에 있다.


이 시의 주제는 서정주 자신의 가령 「인연설화조」 같은 작품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 옛날에 내가 모란꽃이었고 모란이 여자였던 것이 몇 번의 윤회를 거쳐 각각 나와 내가 보는 모란꽃이 되었다는 것이 그 시의 내용이다. 위의 시의 흐름은 거꾸로 간다. 마술꾼의 손수건에서 그 손수건을 판 미도파 백화점의 점원이 튀어나오고, 또 손수건의 원료인 목화를 딴 시골 여인이 튀어나오고, 거기에 이어서 목화꽃과 금부처가 튀어나온다. 부처가 튀어나온 것은 그가 본질적인 것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인물로 적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 맛이 개운치가 않다. 사실 화자의 말투부터가 그렇지만, 목화꽃은 조화고 부처님은 '호박씨를 깐다'는 대목에서 독자는 화자의 패거리가 '사짜'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시인이 의도한 바다. 시니컬하던 시절의 김우창은 「인연설화조」를 두고 '어느 남녀의 전생(轉生)의 역사를 가장 따분한 방법으로 나열'한 시라는 평을 남긴 바 있다. 시인은 그 시가 '따분'했다면 그것은 전생을 말하는 화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진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시가 이른바 구라를 치는 화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그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