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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의 대명사로 알려진 철학자이다. 그런데 현실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현실이 냉혹한데 어떻게 동화를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사실 그림형제의 동화도 원전은 잔혹 버전이다)
<행복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서두에 언급하며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고통과 쾌락 사이의 중용의 미덕을 강조해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은 현대의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쇼펜하우어에게 있어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쾌락에 비해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섬찟한 비유로 먹이를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쾌락과 그에게 잡혀 먹는 초식동물의 고통을 그는 이야기한다. 책을 읽지 않았다고, 순전히 자기 생각임을 강조한 남성성 판매자 앤드류 테이트도 비슷한 언급을 한 적 있다. (우울증은 없다고 주장하는 아래 영상 참조)
https://youtube.com/v/aV2hrExvzvE?si=_dFQ3jQHZFhSVMj_우울증, 믿어서 좋을 게 뭐야? #앤드류테이트우울증, 믿어서 좋을 게 뭐야? #앤드류테이트youtube.com
고통을 피한 상태, 어쩌면 지루한 상태가 행복한 상태이다. 쇼펜하우어가 분석한 지루함의 이유는 사색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의 지성 문제가 크다. 그런데 그의 논조를 보면 엘리트주의(천재 주의)가 돋보여 딱히 노력으로 지성을 달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철학자의 잘난 체가 좀 거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지루함을 피하려고 단순한 섹스 도박, 마약 등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쾌락은 역치로 지루해지고 일상을 망가뜨려 고통으로 쉽게 전이된다.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의 <도파미네이션> 역시 약물 남용과 중독으로 인해 쾌락 중추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고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쉽게는 찬물 샤워(!)에서 극단적 비마취 수술까지) 현대 의학적 지식이 빈약했던 19세기에 갇힌 쇼펜하우어의 오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보면 곧잘 ‘이게 내 것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 대신 가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은 우리가 지닌 것을 잃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재산, 건강, 친구, 애인, 아내, 아이, 말, 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체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러한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서 권유한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즉시 예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온갖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힌 내용이다. 일종의 에세이 모음집인데, 현대적 사고에 놀랄 수도 있고(특히 동물 보호에 대해), 전근대적 사고(여성에 대해)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라고 믿는다.
내겐 독서와 관련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쇼펜하우어는 한정된 시간에 따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책을 잘 골라 읽어야 함을 역설했고 어렵게 글을 쓰는 헤겔을 비롯한 독일 관념론 일파를 고르게 디스(diss) 했다. 이를 통해 개인적 원한(열등감)을 차지하더라도 헤겔은 당대 최고 지성의 독일인도 읽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있어 오히려 독서가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자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길 권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그의 끔찍한 시들과 어설픈 색채론)을 덮고 나면 쇼펜하우어는 지독히 현실적인 철학자임을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방송 콘셉트 상 독설로 유명하지만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개그맨 박명수를 연상케 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 쇼펜하우어에 관심을 갖고 그의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입문해도 좋지만 이 책과 난이도 차이가 엄청나다. 독일 관념론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책을 읽길 권한다. 철학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를 통해 반철학의 계보를 잇는 그 유명한 니체를 이어서 읽길 바란다.
"이러한 모든 사실 이외에도 종이 위에 적힌 생각은 모래 속에 남은 보행자의 발자국과 진배없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걸어간 길은 알 수 있지만,
그가 길을 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눈을 사용해야 한다.
악서는 많이 읽게 되지만, 양서는 자주 읽지 못하는 법이다.
악서는 정신의 독약이라서 정신을 파멸시킨다.
양서를 읽기 위한 조건은 악서를 읽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중
<행복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서두에 언급하며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고통과 쾌락 사이의 중용의 미덕을 강조해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은 현대의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쇼펜하우어에게 있어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쾌락에 비해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섬찟한 비유로 먹이를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쾌락과 그에게 잡혀 먹는 초식동물의 고통을 그는 이야기한다. 책을 읽지 않았다고, 순전히 자기 생각임을 강조한 남성성 판매자 앤드류 테이트도 비슷한 언급을 한 적 있다. (우울증은 없다고 주장하는 아래 영상 참조)
https://youtube.com/v/aV2hrExvzvE?si=_dFQ3jQHZFhSVMj_우울증, 믿어서 좋을 게 뭐야? #앤드류테이트우울증, 믿어서 좋을 게 뭐야? #앤드류테이트youtube.com
고통을 피한 상태, 어쩌면 지루한 상태가 행복한 상태이다. 쇼펜하우어가 분석한 지루함의 이유는 사색할 수 없는 많은 이들의 지성 문제가 크다. 그런데 그의 논조를 보면 엘리트주의(천재 주의)가 돋보여 딱히 노력으로 지성을 달성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철학자의 잘난 체가 좀 거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지루함을 피하려고 단순한 섹스 도박, 마약 등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쾌락은 역치로 지루해지고 일상을 망가뜨려 고통으로 쉽게 전이된다.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의 <도파미네이션> 역시 약물 남용과 중독으로 인해 쾌락 중추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고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쉽게는 찬물 샤워(!)에서 극단적 비마취 수술까지) 현대 의학적 지식이 빈약했던 19세기에 갇힌 쇼펜하우어의 오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보면 곧잘 ‘이게 내 것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아쉬워한다.
하지만 그 대신 가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은 우리가 지닌 것을 잃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은 재산, 건강, 친구, 애인, 아내, 아이, 말, 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체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러한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기서 권유한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우리는 그러한 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에
즉시 예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온갖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 쇼펜하우어의 행복론 중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은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힌 내용이다. 일종의 에세이 모음집인데, 현대적 사고에 놀랄 수도 있고(특히 동물 보호에 대해), 전근대적 사고(여성에 대해)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은 읽는 이의 몫이라고 믿는다.
내겐 독서와 관련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쇼펜하우어는 한정된 시간에 따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책을 잘 골라 읽어야 함을 역설했고 어렵게 글을 쓰는 헤겔을 비롯한 독일 관념론 일파를 고르게 디스(diss) 했다. 이를 통해 개인적 원한(열등감)을 차지하더라도 헤겔은 당대 최고 지성의 독일인도 읽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글쓰기에 있어 오히려 독서가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자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길 권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그의 끔찍한 시들과 어설픈 색채론)을 덮고 나면 쇼펜하우어는 지독히 현실적인 철학자임을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방송 콘셉트 상 독설로 유명하지만 남몰래 선행을 베푸는 개그맨 박명수를 연상케 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 쇼펜하우어에 관심을 갖고 그의 주저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입문해도 좋지만 이 책과 난이도 차이가 엄청나다. 독일 관념론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책을 읽길 권한다. 철학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를 통해 반철학의 계보를 잇는 그 유명한 니체를 이어서 읽길 바란다.
"이러한 모든 사실 이외에도 종이 위에 적힌 생각은 모래 속에 남은 보행자의 발자국과 진배없다. 다시 말해 그 사람이 걸어간 길은 알 수 있지만,
그가 길을 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눈을 사용해야 한다.
악서는 많이 읽게 되지만, 양서는 자주 읽지 못하는 법이다.
악서는 정신의 독약이라서 정신을 파멸시킨다.
양서를 읽기 위한 조건은 악서를 읽지 않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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