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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라는 소설은 밀드레드 베벨이라는 한 여성의 진짜 모습을 밝히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지만밀드레드 베벨에 대한 진실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이 소설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헤럴드 배너라는 작가가 베벨 부부를 다룬 <채권>이란 소설, 2장은 밀드레드 베벨의 남편인 앤드류 베벨의 미완의 자서전그리고 3장은 앤드류 베벨의 자서전 집필을 도운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마지막 4장은 아이다 파르텐자가 발견한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로 나뉜다.

 

<트러스트속 소설자서전회고록일기 속의 밀드레드의 모습은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밀드레드의 모습일까?

 


각 이야기의 신뢰성을 한 번 따져보자면헤럴드 배너가 쓴 <채권>이란 소설은 실존 인물을 염두에 두고 썼다해도 밀드레드가 미치게 된 과정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다.

 

앤드류 베벨에 의한 시장의 붕괴이로 인해 밀드레드의 예술 커뮤니티가 무너지자 그녀는 불안해하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이 발현되어 미쳐버리고 병원으로 요양을 떠난다. 대공황 이후 금융시장을 완벽히 장악하여 신의 위치를 겸하는 앤드류에게 더 이상 밀드레드와 병원에 자신의 영향력이 닿지 않자 의사와 치료방법을 갈아치우고 밀드레드를 죽음에 몰아넣기까지완벽하게 앤드류를 악인으로 밀드레드를 희생양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헤럴드 배너는 기본적으로 소설가이다소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더라 허구적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소설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위해 사실을 왜곡할 수 있기에 그들 부부에 대한 이해 자료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자서전은 어떨까사실 그녀의 모습은 잘 알고 있는 것은 남편 앤드류 베벨이 유일할 것이다앤드류는 이 소설의 여파로 베벨 부부의 위신이 떨어지자 아이다 파르텐자를 고용해 자서전을 집필한다하지만 아이다 파르텐자는 회고록에서 자서전의 작성과정을 폭로한다앤드류는 아이다에게 가정적인 밀드레드의 모습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하곤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밀드레드의 모습을 진짜였던 것처럼 믿고 구술하는 앤드류의 모습이 폭로된다는 점에서 자서전의 신뢰도는 급감한다.

 


아이다 파르텐자는 앤드류가 묘사한 밀드레드의 모습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기에 앤드류가 죽은지 수십년 후 앤드류의 저택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자 찾아가 밀드레드의 일기장을 발견하고야 만다그리고 진실을 위해 암호처럼 해석할 수 없는 밀드레드의 일기장을 숨겨온다.밀드레드의 일기는 밀드레드만의 고유한 서체 또는 직접 고안한 알파벳의 조합으로 작성되어 해석이 필수적이였다.


 

일기의 내용에 의하면 밀드레드는 단순한 가정적 여성이 아니라 음악에 조예가 깊었고 주식시장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다주식시장의 허점을 간파하고 대공황을 예견하는 등 앤드류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투자를 했음이 밝혀진다작가의 모든 빌드업이 진실은 밀드레드의 일기에 드러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지지만 여전히 의문스러운 점은 남아있다밀드레드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작성한 마지막 파트는 그간 밀드레드의 일기 작성 형식과 상이할뿐더러 죽음의 과정 속 의식의 흐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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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진정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의 어려움을 다룬다.

 

인물들을 생각해보면 인식의 대상인 밀드레드 베벨과 그 인식의 대상의 모습을 해치려는 앤드류 베벨이라는 진실을 가리는 모순 덩어리와 아이다 파르텐자라는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자의 구도로 나뉜다그리고 아이다 파르텐자의 삶을 기준으로 보자면 파르텐자의 아버지와 앤드류 베벨은 동일한 역할을 한다그들은 과거의 진실을 가리는 악역이다.

 

먼저 회고록에 등장하는 아이다의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진실에 다가가는 것의 어려움을 추측해볼 수 있다돈을 없어져야 할 것으로 무시하지만 그러면서도 돈을 탐하거거나 이용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특히 모순된다무정부주의 기념일 달력 디럭스 한정판을 판매하는가 하면 회고록 종국엔 딸과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딸에게 공짜 선물을 받는 것은 미신적 해악을 일으키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딸에게 1센트짜리 동전을 쥐어주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렇듯인간은 자기 자신 내부의 모순에 따라 진실로 다가설 수 없게 된다그 모순들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고 왜곡하며왜곡된 자신의 모습은 진정한 인식을 방해한다보고싶은 것만 보는 태도그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그것이 자기 자신의 모순이 진실을 인식하는데 크나큰 어려움이 되는 첫 번째 원인이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낸다.”

 


그리고 앤드류의 모습을 통해서도 진실에 다가가는 것의 어려움을 추측해볼 수 있다앤드류는 막대한 자본을 지녀 헤럴드 배너의 작품을 도서관에서 모두 지우고그의 소설이 유통되지 못하게 할 정도의 거대 힘을 거머쥐고 있다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특권으로 죽은 자에 대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임의로 모습을 찌그러뜨린다앤드류는 현실을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춰 조정하고 구부리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진정한 진실을 가리는 외부적 힘이 가해지면 인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의도에 따라 그 대상의 왜곡된 것만 보게 되며진정한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외부에 의한 왜곡은 인식을 어지럽힌다.

 

 

빌드업이나 복선상 일기에 드러나는 밀드레드를 믿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작가의 의도는 이것을 한 번 더 뒤트는게 아닐까아이다가 밀드레드의 글자의미를 제대로 해석을 했으리란 보장은 어디 있을까그리고 그 해석이 적정한 경우에도 밀드레드가 허언증 환자거나 자신을 추켜세우기 위해 거짓말했을 가능성은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죽음의 의식 과정까지 적을 수 있을까혹시 아이다가 추후에 가공한 것은 아닐까소설 구조상 거짓의 폭로의 반복은 일기를 적은 밀드레드의 진실성과 일기를 유일하게 취급할 수 있었던 아이다 파르텐자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만든다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마지막 일기에 적힌 내용 중 밀드레드의 정체에 관한 의미심장한 언급에 관한 내용이 서늘하다.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던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았을 때의 안도감을 상상해보라

 

 

 

나는 이 문구를 읽었을 때 공포감에 휩싸였다어쩌면 작가가 밀드레드의 진짜 모습에 집착했던 독자를 기망하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작가는 나를 농락하며 미로 속에 가뒀고 난 발버둥쳐봤지만 혼란스러웠다그리고 나는 아직도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미로 속에 갇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