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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기적으로 일본 망가 사이트에 접속한다. 그리고 흙 속의 진주를 찾는다. 나는 에로만화가 좋다. 에로만화는 대중의 멸시를 받지만 에로만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미학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는다. 스터전의 법칙에 따라 에로만화의 90%가 쓰레기여도 10%에서는 참신함을 느낄 수 있고 5%에서는 탁월함을 1%에서는 천재성을 마주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에로만화를 본다. 수많은 에로만화잡지가 발행되고 수없이 많은 작가들이 에로만화를 그린다. 그런데 에로만화는 소위 연구자들의 정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에로만화는 단순히 보는 이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저급한 픽션이 아니다. 에로만화는 도리어 인간의 욕망과 윤리를 탐색하는 실마리가 된다. NTR, 고어, 강간, 료나, BL, 백합, 수간, 근친, 시간, 조교, 쇼타, 거유, 신체훼손, 신체개조, 퍼리 등은 도착증자의 낱말이 아니라 인간 정신과 신체가 가진 가능성의 표현이다. 에로만화는 윤리의 한계를 넘나들고 정상의 한계를 넘나든다. 한계를 넘어서는 곳에서 나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윤곽선을 본다. 라캉인가 바디우인가에 따르면 언어적인 욕망이 좌초하는 상징계의 틈에서, 공백으로서의 실재를 통해 주체라는 진리-사건이 벌어진다지 않는가.

에로만화는 진지한 탐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인간 이해에 기여할 수 있고 자본의 지배을 초월하며 진정한 창조성이 발견되는 현대의 영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에로만화에 대해 갖는 이론적 인식은 얼마나 빈약하며 심지어는 천박한 수준인가. 아무도 에로만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통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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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에로만화 스터디즈 라는 책이 내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 찾아보니 50년대생 저자에 의해 2000년대에 발간된 책이다. 2023년 현재 에로만화를 미학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갖는 지위를 위상학적으로 전복시키고자 하는 젊고 대담한 연구자가 정말 단 한 명도 없을까? 에로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쓸쓸함을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