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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내 어깨에 가볍게 머리를 기댄다. 마치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오른 것처럼.


나는 다시 한번 너의 작은 손 위에 내 손을 포갠다. 우리는 손 크기가 꽤 다르다. 네 손이 얼마나 작은지 볼 때마다 나는 번번이 놀란다.


그 작은 손으로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는지 감탄한다. 이를테면 병뚜껑을 비틀어 딴다거나, 여름밀감의 껍질을 벗긴다거나.




이윽고 너는 울기 시작한다. 소리를 죽이고 몸서리치듯 어깨를 가늘게 떨면서. 너는 울지 않으려고 지금껏 쉬지 않고 걸음을 서둘렀나보다.


나는 네 어깨를 가만히 감싼다. 네 눈물이 내 청바지 위에 톡톡 소리내어 떨어진다.


이따금 짧은 오열 같은 것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말다운 말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나 역시 계속 침묵을 지킨다. 그저 그곳에 앉아 그녀의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 경험은 난생처음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슬픔을 오롯이 받아들인다는건. 누군가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내맡긴다는 건.


내가 좀더 강하면 좋을 텐데. 좀더 힘주어 너를 안고 좀더 믿음직한 말을 해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단 한 마디로 그 자리에 걸린 나쁜 주문을 확 풀어버리는, 올바르고 적확한 말을.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직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사실을 슬프게 생각한다. p.88






속단이긴 하지만, 제가 읽어본 하루키 작품 중 에서 초반 도입부가 가장 감미롭습니다. 커피에 맥주에 하이볼 마시면서 읽고있으니 카페인 때문인지 알콜 때문인지 눈물이 나네요.



늙어서 그런지 요즘 눈물이 느나봅니다. 내일 출근만 안했으면 밤 새 읽고싶은데 내일을 기약해야겠네요. 23시까지만 읽다 자야겠읍니다.



M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