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JTBC 예능, 「마녀사냥(2013)」 中.
연예인. 참 좋은 직업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광고해서 맛난 거 먹고, 술 마시면서 돈도 벌고, 어디 나가서 한 껏 놀고 와도 돈이 되는 직업 아입니꺼.
일전에 이런 주제로 잡담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돈이나 일의 편리함보다도 정서적인 면을 부러워했습니다.
봐라,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슬픈 일이 생기면 같이 울어주기도 하고, 곧장 위로도 많이 해주고. 죽어도 공무원 하루 일과와 서류철의 한 줄로만 남을 우리와는 참 다른 삶이다.
그냥 얼굴만 비쳐도 박수받는다는 말까지도.
그래, 넌 다음 생에 고래로 태어나라. 고래는 나와서 숨만 쉬어도 박수를 받으니까.
어쨌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왜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걸까요? 단순히 좋다 보다도, 같이 희로애락을 함께할 정도잖습니까. 솔직히, 시청자와 연예인은 텔레비전으로 일방적으로 보기만 한 사이지, 실제로는 아무 관계 없잖습니까. 그런데 가족이나 친구보다도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다니. 생각할수록 희한합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디시인사이드, 히강악 콘.
이렇게 대중매체의 인물과 직접적인 접점이 없으면서도, 시청자가 매체의 인물에게 갖는 친밀감이 가족이나 친구에 준하는, 그런 알쏭달쏭한 관계를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 합니다.
준사회적이라고 번역되기는 하지만, 실은 여기서 Para-는 가짜를 뜻합니다. 이런 건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실제 사회적 관계를 맺은 양 친밀한 느낌을 받지만, 그냥 일방적인 느낌일 뿐 진짜 상호작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하는 쪽은 TV에 나오는 사람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느끼는데, 정작 유대감의 대상이 되는 TV 속 인물은 시청자를 아예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어쨌거나 사람을 그냥 계속 화면을 통해 보여주기만 하여도 이렇게 사랑받는 친구가 되는데, 심지어 시청자의 감정을 대변해 주기까지 한다면? 아, 그건 친밀함을 넘어 사랑으로 대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시는 연예인으로 들었지만, 굳이 텔레비전 예능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방송, 스포츠 중계, 뉴스 등. 매체를 통해 보는 인물에게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심지어 책 속 등장인물과도 형성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친구도 이런 얘기를 빼놓고는 볼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김유민, 「정봉주 “우병우, 교도소 가기싫다며 검찰에 전화”」, 『서울신문』, 2017-04-1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411500010.
"우리는 봇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였던 캐치프레이즈이다.
"우 투더 영 투더 우!"라는 유행어가 식기도 전에 나타난 표어. 이 표어는 어떤 캐릭터를 찬미하기 위해 생긴 문구이다. 그 캐릭터는 아마 웹을 자주 구경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지도 모른다.
파랑 노랑 큐브 머리끈으로 뽀인트를 준 헤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쿠☆핑쿠★한 캐릭터.
참으로 귀염뽀짝하게 생겼지만, 어째 파고들수록 인상과는 또 다르다.
이 캐릭터의 대사는,
"무, 무, 무, 무리예요! 절대로!",
"일하기 싫어! 사회가 무서워!"
따위의 절망적인 말이 대부분이고, 차림새도 그냥 츄리닝만 입고 다니는 단벌 신사. 행동거지도 길바닥에서 발광하거나 좌절하는 게 대부분.
이 답 없는 캐릭터는 바로 인기 만화 『봇치·더·록!(2018)』에 등장하는 고토 히토리.
츄리닝 입은 꼬락서니가 백수건달 같아 보이지만, 언젠가 롹으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왜 유달리 사랑을 받을까?
처음부터 밝히자면, 바로 눈물 때문이다. 이 친구가 흘리는 눈물이, 다른 캐릭터에겐 없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아, 눈물 때문에 사랑받는 캐릭터라니.
도대체 무슨 눈물이길래 그런 사랑을 받는 걸까?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
세상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외톨이, 봇치!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남에게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산 우리의 주인공 고토 히토리. 무슨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한 건 아니고, 단순히 친구 없이 홀로 지냈기 때문.
학교에 매일 나오는 꾸준함을 보이지만, 동급생들은 주인공의 존재를 모른다. 본인부터가 말 붙이기를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자신이 먼저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자신에게 대화를 걸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는 행동이라는 게 고작 이따금 가져오는 특이한 물건들로 어필을 해보는 게 전부.
그렇게 중학교 3년을 외톨이로 지냈다.
오죽하면 스스로 붙인 별명도 외톨이를 뜻하는 히토리봇치에서 따온 봇치.
봇치의 유일한 벗은 음악 게임 기타 히어로와 롹 음악. 그리고 웹에서 자신의 연주 영상을 봐주는 팬들.
고등학교로 진학한 지금. 과연 고토 히토리는 외톨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소개만 봐도 만화의 앞부분만 대강 읽어도 이후의 줄거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그러다 롹 밴드 동아리 들고, 친구도 사귀고, 연주도 하고, 인정도 받고, 콘서트도 하고, 인기도 끌고 막. 엉? 천천히 성공을 밟아가는 평범하고도 안정적인 이야기가 그려진다.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이기에 더 자세한 얘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읎지만, 저 틀을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건 명백하다.
어쨌든 이 캐릭터는 대체 무슨 존재이길래 이리도 사랑을 받는가. 이것만 봐선 감이 안 잡힌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영화 「에너미 라인스(2002)」 中.
디자인 때문일까? 하지만 디자인을 보자면, 글쎄. 머리핀으로 뽀인트 줬다지만, 그냥 단순한 헤어스타일에 옷은 츄리닝이 전부. 이거 말이 여고생이지 그냥 핑크색 백수다. 그러니 드-자인은 아닐 것이다.
츄리닝만 입은 캐릭터가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겠는가?
그럼 외형이 인기의 비결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 캐릭터의 행적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본인 말대로 다섯 살배기 동생보다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 낯선 사람의 퉁명스러운 반응에 쫄아버린다.
- 중학교 시절을 친구 없이 동급생으로만 지낸 외톨이.
- 따돌림당한 건 아니지만, 그냥 존재감이 없는 유령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
-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절을 못해서 일을 키운다.
- 척수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때문에 발작을 자주 일으킨다.
- 동아리 모임이 있을 때 자신은 쓰레기라며 쓰레기통이나 상자 속에 들어가 있는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TV예능 「무한도전(2005)」 中.
거기에 꿈도 없고, 그냥 집에서 안 나가고 싶어 한다. 방구석 백수로 부모님 등골을 부숴 먹는 미래가 매일 뇌 내에서 재생되는 데도 그렇다. 사회가 무섭기에, 약속된 파멸에서 항상 허우적 거릴 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우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이 캐릭터의 행적을 지켜본 사람들은, 특히 이 캐릭터의 팬이 된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어? 이거 완전 나잖아?"
하지만 말도 안 된다. 아니, 왜 다들 이 친구를 보고 자신 같다고 하는 건가? 다들 맨날 핑쿠색 츄리닝 입고 다니나? 남들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몸을 구겨 넣고 사나? 만약 그렇다면 만화를 읽는 것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사실, 팬들이 이 친구에게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한 건, 진짜 모습이 아닌 정서에 가깝다.
단순히 내성적인 사람의 경우부터, 사회성이 부족한 탓에 남들 앞에서 실수를 했던 경험이나, 예정된 자신의 어두운 미래에 절망하는 것이나, 사회가 무섭기 때문에 미래를 걱정한다거나 하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자잘한 실패의 집합이다.
그러니까 실은, 이 캐릭터는 딱 말로 꼬집어 말하지 못할 그 경험과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준 것에 가깝다. 즉, 봇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좌절한 경험과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감정 대리인인 것이다.
이 친구의 인기는 바로 거기에 있다. 사람들의 답답한 가슴을 확 뚫어주는 기다. 딱히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정서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된 게 있으면 '내 심정 딱 얘 같음ㅇㅇ' 하는 식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이 캐릭터가 웹의 짤방 문화와 이모티콘과 만나며 더욱 시너지를 얻게 되었다. 그런 걸 표현하고 싶을 때는 그냥 봇치 그림 하나만 쓰면 되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편리한가!
그렇게 정서적 공동체가 형성되기에 이른다. 팬들은 외톨이 봇치를 통해 외톨이가 아니게 되었다!
때문에 오늘도 팬들은 봇치를 응원한다. 자기 자신에게 해야만 했던 격려의 말을 봇치에게 해준다. 그 모습은 마치 자국의 축구선수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나, 대학에 가지 못한 삼촌이 조카의 입시를 응원하는 모습과 같다.
자신의 동지이기에 응원해 준다. 자신은 극복하지 못했던 일을 이 친구만큼은 극복하기를 기원해 준다. 질투 한 점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응원을 받는 것이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TV예능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2015)」 中.
솔직히 넌 내 대변인이 아니야…
이렇게, 우리 친구 봇치가 어떻게 인기를 끌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감정 대리인이 되어주는 것.
앗, 그렇다면 감정 대리인이 되어주기만 한다면 모두 이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겠네?
물론 아닐 것이다. 여기선 실패한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게 좋겠지만, 그 정도로 실패한 사례는 실패했기 때문에 나도 존재를 모른다.
그래도 봇치와 비슷하지만, 봇치만큼의 붐을 일으키지 못한 사례는 소개할 수 있다.
마침 적절한 비교 대상이 있다. 봇치와 똑같이 만화책 원작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정도로 인기를 지닌 내성적인 캐릭터.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굿스마일컴퍼니.
바로 만화 『내가 인기 없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들 탓이야!(2011)』의 주인공 구로키 도모코.
근데 이 친구는 앞서 소개한 고토 히토리보다 상태가 심각하다.
의사소통 방법을 대화가 아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배우는 데다, 친구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심성이 뒤틀렸으며, 겉은 조용한 데 반해 속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사람 모두를 깔보고 비웃는 말로 가득하다. 친구를 가지고 성적인 망상도 하는 데다, 툭하면 성희롱을 해댄다. 그리고 사람을 사귀는 걸 스스로 포기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꾸미지 않는다. 심지어 잘 씻지도 않는다.
만화가 영상화될 정도로 제법 인기는 있었던 모양이지만, 오늘 소개한 히토리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아니, 캐릭터에 대한 반응부터가 다르다.
고토 히토리의 경우, 팬들이 성격이나 심리와 행동 등이 자신과 무척 닮았다며 공감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 반해, 구로키 도모코는 팬들부터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만화 나루토(1999) 中.
다루는 에피소드를 떠나서 캐릭터부터가 다르다.
고토 히토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긴 하지만, 항상 노력을 멈추지 않는 캐릭터이다. 사회성이 굉장히 부족하긴 해도 언제든 사람들과 섞일 준비를 한다. 또 항상 자기 자신을 넘으려는 노력을 한다. 때문에 누군가 조금만 등을 밀어주면 성장을 이뤄내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도모코는 해도 안 되는 친구다. 방법도 모르고, 뭔가 꾸준히 하는 법이 읎다. 사회성은 없는데 자기 표현 욕구는 강해, 행동 하나하나가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대실수의 연속이다. 틀을 깨고 나갈까 말까 하다 결국 좌절만 한다.
인간 자체도 굉장히 꼬여있고. 막말로 오타쿠 계층의 부정적인 스테레오 타입을 구현한 것에 가깝다. 그림이 예쁘게 나와 그렇지.
그래서 고토 히토리 보고 "얘 꼭 나 같애ㅠㅠㅠ" 하는 사람은 꽤 보여도, 도모코를 보고 "얘 꼭 나 같애ㅠㅠㅠ"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쟤 나랑 똑같아!'라는 말이 독자 입에서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차이는 그런 것이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코메디닷컴, https://kormedi.com/1415461/%EF%BB%BF%EC%8A%A4%EC%8A%A4%EB%A1%9C%EB%A5%BC-%EC%86%8D%EB%B0%95%ED%95%98%EB%8A%94-%EA%B1%B0%EC%A7%93%EB%A7%90-3%EA%B0%80%EC%A7%80/.
경우는 다르지만 좀 더 쉬운 예시를 들자면, 우영우를 따라 하는 사람과 말아톤의 초원이를 따라 하는 사람의 차이이다.
작중 우영우의 행동과 버릇은 개성으로 치부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편이다. 소음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 끼고 다니는 습관이나, 속재료 확실히 보인다고 김밥 먹는 것이나 그냥 비장애인도 가질 법한 버릇이니까. 고래 좋아하는 거? 아, 뭐, 그 정도야. 아는 거 나오면 신나서 떠들 수도 있지. 독특한 인사법? "반갑구만~! 반가워요~!" 하고 드라마 흉내로 많이들 했잖은가. 그 연장일 뿐이다. 그러니까, 우영우를 흉내 내는 건 실은 우영우의 매력을 가지기 위해, 닮기 위해 흉내 내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사람에게 배우 박은빈을 닮았다고 해보자. 매우 기뻐할 것이다. 근데 우영우 같다고 하면 역효과.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영화 「타짜(2006)」 中.
하지만 초원이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사실, 코미디 프로나 예능에서 초원이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하는 바와 같이 웃기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7번 방의 선물(2013)」이나 기봉이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처럼 특징이 같은 캐릭터라 할지라도 흉내 낼 만큼의 매력을 가진 경우도 있고, 흉내 자체가 자학개그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봇치가 감정 대리인이 되어 인기를 끈 건 정서 이전에 사람들로 하여금 캐릭터를 흉내 내고 싶을 만큼의 매력이 있어서이고, 도모코는 흉내 자체가 자학이 되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디시인사이드, 봇치더락 갤러리.
감정 대리인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사실 봇치 만화로 떠들만한 얘기는 이미 끝났지만, 글의 구조상 이런 게 없으면 허전하기 때문에 정석적인 교훈으로 보일 만한 말을 아무렇게나 주절거리며 마치려고 한다.
여태 감정 대리인의 역할을 아주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감정 대리인의 대두 자체가 그리 좋은 현상은 아니다.
사람들이 감정 대리인을 사랑하는 이유는, 실은 감정을 표현할 때의 위험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은 이모티콘이나 그림도 텍스트만큼이나 만만찮지만, 텍스트로 전했을 때 괜한 오해나 시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였다. 별것 아닌 미묘한 말투나 표현이 오독되어 공격과 책임의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은 감정을 표현해야 살기에 그림으로라도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뉴스원.
하지만, 사람은 의존하는 만큼 나약해진다.
마치 전동 휠체어에 의존하는 노인처럼.
노인이 전동 휠체어에 의존하면 결국 다리 근육도 줄어들어 나중엔 스스로 걷는 게 전보다 힘들어진다. 우리도 감정 대리인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우리 자신도 표현하는 법을 잊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의 글로, 스스로의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앞서 말했듯 감정 대리인의 대두가 말실수, 전달의 오독 가능성과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훈련한다고 나섰다가는 욕설과 책임 속에서 익사할 것이다.
텍스트만으로 오독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요목조목, 생략 가능한 것도 전부 적어두는 것이다. 이러면 두 줄로 끝낼 말이 이십 페이지로 늘어난다. 지금 보는 이런 글처럼.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고파스, https://www.koreapas.com/m/view.php?id=gofun&back=1&tagkeyword=&no=249955
왜냐하면 우리에겐 이모티콘이 제공하지 못하는, 규격 외의 감정과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감정 대리인이 전부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이젠 개인이 이모티콘도 만들고,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 감정의 규격화는 물론이고 다양성까지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글쎄.
사람들이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이모티콘을 업체에서 만들었기 때문이고, 웹에서 쓸 수 있는 이유는 팬이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즉, 감정 대리인을 누군가 만들어 주기 전까진, 우리의 감정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디시이슈, 「요즘 20대들이 많이 걸렸다는 공포증」, https://issue.dcinside.com/304251/.
결국 우리는 제대로 된 말조차 할 줄 모르게 될 것이다.
각자 채택한 감정 대리인이 표현하는 감정과 자신이 삭여만 왔던 감정이 많이 겹치긴 할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그저 빌렸을 뿐이다.
내 감정조차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슨 미래가 있을까.
적어도 내 눈물은 내가 흘릴 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그 정신이야말로 사람을 바로 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주인공 고토 히토리도 작중 인물들에게도 자기 세계 안에서만 산다는 평을 듣지만, 자기 눈물은 자기가 흘린다. 그런데 정작 독자 자신이 자신의 눈물을 남이 흘려주기를 기다려서야 되겠는가.
발아래 땅을 눈물로라도 일궈낼 때다. 적어도 내 삶의 범위만큼은 확실히 챙겨야 할 때다.
나 자신의 설 곳이 저 만화 속 주인공만큼 세계구가 아닌, 한 뼘 치 영역에 불과해도 말이다.
봇치야, 울지 마라! 네 눈물은 필요 없다!
내 눈물은 내가 흘린다!
씹덕만화대회의 완벽한 시작글이군요 (주륵)
갤이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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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씨발........
현대로 올수록, 특히나 요즘은 아무도 진지함 따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듦. 그저 우스꽝스럽고 한심해 보일 뿐이라고만 생각해서 냉소와 유머의 가면 뒤로 숨으려고 애쓰는 것 같음. 커뮤니티는 단문과 이모티콘, 유행어, 밈으로 도배되어가고, 영상물의 트렌드는 점점 더 과장스런 편집, 가볍고 짧은 내용, 빠른 전개로 물들어가고....
https://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7094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6277207b
https://www.yna.co.kr/view/AKR20230626067100004
단순히
삶이 팍팍해져서... 라고 요약할 수도 있겠으요....
도모코는 중반부터 인싸가 되는 기만자라서 없는거 아니냐
봇치추 - dc App
사진마다 출처 달아놓은 거 ㅈㄴ 열받네 ㅋㅋ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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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제야 봤네 굿굿. 결국 대리만족인가 - dc App
아니 이거 글 진짜 명문인데요? 눈팅 중 감동받고갑니다. 이런 통찰을 갖고 글 써보고싶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