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올해 안에 끝낼 목표 중 하나였던 ‘전쟁과 평화’ 읽기가 끝났다. 사실 이 정도 분량의 문학을 읽어본 적은 없고 중간 중간 집중력 부족으로 놓친 부분들도 있지만 완독 했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다. 버지니아 울프는 ‘전쟁과 평화’ 하나만으로도 톨스토이는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평했고 현대의 ‘일리아스’라고 까지 불리기도 하는 소설이다.


 소설은 나폴레옹이 유럽을 휘젓던 당시, 1805년부터 1820년까지의 시대를 담고 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에서 유추되는 것처럼 전쟁 소설의 냄새를 풍기는 책이지만 사실 전쟁보다는 사회 전반에 대해(정확히는 귀족 사회)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그리고 가장 뛰어나다고 평할 만한 부분이라면 역시 플롯 구성이라 볼 수 있겠다. 소설에는 500명이 넘는 가상의 그리고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중 스토리에서 조연의 위치를 차지하는 등장인물들이 30명, 주연만 따져도 10명 가까이 된다. 이 정도 되는 인물들을 다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톨스토이는 이 캐릭터들끼리 서로 엮고 이으며 거대한 서사를 보여준다.


 재밌는 점이라면 톨스토이 자신은 이 책을 소설로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두고 소설도 서사시도 연대기도 아닌 책이라 말한다. 굳이 따지자면 작가 스스로의 역사관에 다룬 스토리 있는 논문? 정도


 소설(물론 여기서는 계속 소설이라 칭하겠다)의 중후반부부터 작가는 소설에 개입하며 등장인물들과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한다. 그리고 에필로그 2부에 가서는 자신이 소설을 쓴 목적에 대해서 길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역사에 대한 설명은, 몇몇 중요인물들의 의지와 행동을 기반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것, 역사를 설명하기에 부족하고 개별적인 인간들의 자유와 그들의 행동이 나타나게 되는 필연을 관찰하며 역사를 다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가의 이런 가치관은 소설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여러 계획들, 의지들은 번번이 실패한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고 그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할 때에 비로소 행복을 찾게 된다. 이러한 모습의 대표적인 모습이 니콜라이 로스토프라 생각한다. 군대에서 진정한 삶을 위해 노력한 그는 오히려 아버지가 남긴 부채를 떠맡고 그에 따라 지냈을 때 제대로 된 행복을 느끼며 산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행동은 서로 얽히고 엮이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움직이던 인간의 입장에서는 모든 게 우연에 따라 벌어진 일인 것이다.


 톨스토이는 우연에 의해 흘러가는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했고 이를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했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의도를 넘어 소설 자체의 완성 또한 탁월하게 일궈냈다. 스토리는 다채로운 면을 보이고 인물들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끝이 찝찝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사건의 결말이 깔끔하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 또한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다. ‘전쟁과 평화’는 가장 모범적인 소설이다. 가장 뛰어난 소설이냐 에는 고민을 해봐야하겠지만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따진다면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