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재롱조」
언니 언니 큰언니
깨묵 같은 큰언니
아직은 난 새 밑천이
바닥 아니 났으니,
언니 언니 큰언니
삼경 같은 큰언니
눈 그리매서껀 아울러
안아나 한번 드릴까.
- 『신라초』(1961)
-
이 시는 김우창의 「떠돌이의 귀향」에서 맨 첫 번째로 언급되고 있는 시인데, 그의 주목이 아니었다면 서정주의 시 속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소품으로 취급되기 쉬웠을 것이다. 김우창에게서 이 시가 주목된 것은 짧은 내용 안에 복잡한 내용을 담으면서 그것을 아주 편안한 언어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시는 서정주의 시적 언어가 가진 장점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의 하나로 채택되고 있다. 이 시에 대한 분석은 그의 글에서 거의 이루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설명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서정주 자신은 「속 천지유정」에서 이 시가 「무제」 등의 몇 편과 함께 실패한 짝사랑의 여운과 관계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적 사실이 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충 자료가 되는 서정주의 다른 시들과 달리 이 작품만큼은 창작의 계기가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의 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전기적 사실과 작품의 내용이 별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화자에 따르면 '언니'는 '깨묵' 같은 사람이고 '삼경' 같은 사람이다. 깨묵 같다는 것은 화자가 그에게 갖고 있는 친근감을 보여 주고 삼경 같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어두움의 이미지가 품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화자는 자신이 그에 비해 '밑천'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밑천이란 상황적 또는 심리적인 여유를 가리킨다. '언니'와 달리 밑천이 있는 화자는 그를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한다. '눈 그리매'까지 안아주겠다는 표현은 포옹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와닿게 묘사하면서 한편으로 눈 밑의 그림자, 즉 언니의 어두움까지 위로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우리는 시를 뜯어 보면서 의외로 복잡한 내용이 아주 짧고도 친근한 언어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재미있는 것이 많은 서정주의 단시(短詩)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깻묵은 깻묵이고 삼경은 삼경이지 거기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