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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이번 신간 다 읽음. 감상평을 적기 전에 하루키 장편소설 정리부터 먼저 하겠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1q84,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기사단장 죽이기,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 양을 쫓는 모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댄스댄스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스푸트니크의 연인, 1973년의 핀볼, 애프터 다크


내 취향에 따른 최상, 상, 중, 하로 나눔


최상: 태엽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 댄스댄스댄스

상: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양을 쫓는 모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상실의 시대

중: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 애프터 다크, 1Q84, 스푸트니크의 연인

하: 1973년의 핀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기사단장 죽이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처음 하루키를 입문한 건 상실의 시대였음. 소설을 이런 식으로 쓸 수 있구나 싶어서 놀랐고 세밀한 묘사와 공감가는 문장들에 좋아하게 됌.

그 후로 하루키 장편 소설을 하나씩 읽어감. 그때 내가 하루키를 읽었을 때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나오기 전이었음.

대체적으로 하루키 소설 대부분이 나쁘지 않았고 좋았음. 태엽감는 새나 해변의 카프카 읽으면서 놀라기도 함.

그런데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나왔을 때 솔직히 많이 기대하고 샀지만 내가 그 전에 하루키에게 받았던 인상은 거의 없고

좀 애매모호했음. 그래도 하루키니까 믿고 기다렸음. 하지만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으면서 엄청나게 실망을 함. 일은 이리저리 벌리고 궁금하게 해놓고

하나도 수습하지 않고 끝을 냄. 지루하고 재미없었음. 당연히 세밀한 묘사는 좋지만 내용이 없음. 재능이 이렇게 소멸하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음.

그리고 이번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젊었을 때 쓴 건데 정리가 안 돼 이번에 정리하게 됐다고 해서 기대하고 사서 읽음.


1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감. 똑같은 세상이 나오고, 그림자를 만나서 똑같이 행동함. 그저 설정이 조금 바뀜

17살 때 16살의 여자아이를 좋아하게 되는데 그 여자애가 사라지고, 그 여자애와 같이 만든 비현실적인 세상으로 들어가서 그 여자애를 만남. 그리고

원더랜드와 비슷하게 그림자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본인은 이 세상으로 남음. 그 후의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2부로 넘어감.


2부


넘어가면서 좀 더 다른 무언가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현실 세상으로 돌아와서 이상한 도서관에 가더니 그다지 매력이 없는 인물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고 함. 소에다라는 도서관 직원, 고야쓰라는 도서관 전관장(유령), 옐로 서브마린 소년 등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일대기를 보여줌

고야쓰가 거의 중심 인물인데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서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놀다가 10살 어린 여자한테 반해서 결혼함. 결혼 후 잘 지내다가 불의에 사고로 아이가 죽음. 아이의 죽음 때문에 아내가 자살함. 불쌍하긴 하지만 어떤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캐릭터인데 유령이 돼 무슨 굉장히 특별한 캐릭터인 것처럼 꾸미지만 딱히 뭐가 특별한지 1도 모르겠음. 소에다는 일을 잘하는 직원인데 처음엔 뭔가 있을 것처럼 여러 설명을 붙이지만 딱히 아무것도 없음.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3부에서 중심 인물인데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사람들과 교류를 거의 안 함. 늘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영매 같은 존재. 뭐든 걸 다 외우고 모든 상황을 한 번 들으면 다 맞춤. 그 소년이 갑자기 뚱딴지 같이 주인공이 들어간 그 비현실 세상으로 가고 싶어함. 그리고 그 세상으로 들어감. 근데 그 세상으로 들어가는 조건이 주인공의 귀를 깨무는 것임.


3부


비현실 세상에서 빠져나왔을 때 정신이 현실 세상으로 있어 자신이 현실 세상으로 산 줄 알았지만 남아 있던 본인은 그대로 그 비현실 세상에 있음. 현실에 있던 존재는 그림자였는데 그림자가 자신이 본체라고 착각을 함. 그래서 그 불확실한 세상이 나옴. 거기서 잘 지내고 있던 주인공은 이 세상으로 들어온 옐로 서브마린 소년과 합체가 되고 얘기를 나누다가 무언가를 깨닫고 현실 세상으로 돌아감.


정리

묘사나 글 쓰는 것은 확실히 세밀하고 좋은데 내용이 없음. 캐릭터들도 딱히 공감이 되지 않고 정이 안 감. 뭔가 되게 특별한 사람들처럼 묘사하지만 하나도 궁금하지 않음. 이게 하루키가 아닌 다른 작가의 이름이었다면 이 정도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싶기도 함. 솔직히 하루키가 저자가 아니었다면 다 읽지도 않았을 듯. 계속 뭔가 있겠지, 뭔가 있겠지. 하다가 끝나버림.


하루키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공감가는 문장과 살아 있는 캐릭터들 때문이었음. 글도 잘 읽히고. 하지만 그게 스스로한테는 단점으로 느껴진 듯함. 노벨문학상을 자꾸 떨어지고 세계적으로 봤을 때 뭐 가볍다는 평을 받으니 뭔가 좀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음. 근데 그게 뭔가 엄청나게 거만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함. 자신이 하루키니까 이렇게 써도 돼. 라는 듯한 느낌임. 이렇게 써도 나중에 알아서 사람들이 분석하면서 명작으로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음. 어떻게 이렇게 재능이 사라져버릴 수 있는지 의아함.


반박이든 욕이든 상관없음. 제발 내가 잘 못 읽었다면 알려주셈. 나도 하루키가 이렇게까지 재미없는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음. 내 수준이 낮아서 제대로 읽지 못한 게 나을 것 같음. 한때는 그래도 하루키를 참 좋아했는데 이젠 싫어질 지경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