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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묏집 개피떡」



알뫼라는 마을에서 시집 와서 아무것도 없는 홀어미가 되어 버린 알묏댁은 보름사리 그뜩한 바닷물 우에 보름달이 뜰 무렵이면 행실이 궂어져서 서방질을 한다는 소문이 퍼져, 마을 사람들은 그네에게서 외면을 하고 지냈읍니다만, 하늘에 달이 없는 그믐께에는 사정은 그와 아주 딴판이 되었읍니다.

음(陰) 스무날 무렵부터 다음 달 열흘까지 그네가 만든 개피떡 광주리를 안고 마을을 돌며 팔러 다닐 때에는 "떡맛하고 떡 맵시사 역시 알묏집네를 당할 사람이 없지" 모두 다 흡족해서, 기름기로 번즈레한 그네 눈망울과 머리털과 손 끝을 보며 찬양하였읍니다. 손가락을 식칼로 잘라 흐르는 피로 죽어가는 남편의 목을 추기었다는 이 마을 제일의 열녀 할머니도 그건 그랬었읍니다.

달 좋은 보름 동안은 외면당했다가도 달 안 좋은 보름 동안은 또 그렇게 이해되는 것이었지요.

앞니가 분명히 한 개 빠져서까지 그네는 달 안 좋은 보름 동안을 떡 장사를 다녔는데, 그 동안엔 어떻게나 이빨을 희게 잘 닦는 것인지, 앞니 한 개 없는 것도 아무 상관없이 달 좋은 보름 동안의 연애의 소문은 여전히 마을에 파다하였읍니다.

방 한 개 부엌 한 개의 그네 집을 마을 사람들은 속속들이 다 잘 알지만, 별다른 연장도 없었던 것인데, 무슨 딴손이 있어서 그 개피떡은 누구 눈에나 들도록 그리도 이뿌게 만든 것인지, 빠진 이빨 사이를 사내들이 못 볼 정도로 그 이빨들은 그렇게도 이뿌게 했던 것인지, 머리털이나 눈은 또 어떻게 늘 그렇게 깨끗하게 번즈레하게 이뿌게 해낸 것인지 참 묘한 일이었읍니다.



- 『질마재 신화』(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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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마재 신화』는 서정주의 시집 가운데서도 특히 작품의 수준이 균일함을 보이는 편이다. 「신부」나 「침향」을 비롯한 대표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밖의 작품에서는 억지로라도 순위 매기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시 애호가 사이에서도 선호 작품이 딴판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가령 이 두 작품 외에 김화영은 「소자 이 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 기운」과 「신발」, 「지연승부」를 대표작으로 꼽고 있는 데 반해, 이남호는 「상가수의 소리」와 「박꽃 시간」, 「말피」, 「신선 재곤이」를 꼽고 있다. 「알묏집 개피떡」은 '이 생원네 마누라님'이나 '재곤이' 등과 함께 시집 속에서 인물 이야기의 유형에 해당하는 시인데, 흔히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아니나 거기에 전혀 뒤지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윤리와 문화적 이익 사이의 모순적 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그 점에서 『질마재 신화』 속에서는 예외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과거보다는 현재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악마의 재능을 가진 인물인 알묏댁의 모습은 자연히 작자인 서정주 자신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유종호가 「서라벌과 질마재 사이」의 끝자락에서 서정주의 행적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위의 시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시의 결론을 알묏댁을 봐주자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완전한 오독이다. 마을 사람들이 보름 동안은 그를 봐주지만 그것이 끝나면 다시 그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절반의 문화적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서 절반의 윤리적 비판이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종호는 서정주의 실태에서 계고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실태 자체를 고발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고 있다. 서정주를 비판하려는 데 있어서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을 짚고 있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