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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수줍은 반항아였으며, 화가이기를 꿈 꾼 사진작가였고, 
땅에 발을 딯고 하늘을 날아다닐 줄 알았던 모순적 행동가이자 공상가였다.


20세기 중엽, 격동의 시대.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 사회의 한 가운데로 날아들어가고, 주변으로 걸어나가며

우리가 존경해 마지 않는 모든 예술가, 직업인, 정치인, 종교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사람들이 그토록 울부짓고 환호했던 모든 역사 속 사건들의 정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포착해냈다.


그는 자신의 시선과 라이카 카메라로 포착해낸 사진이라는 단 하나의 틀을 제외하고는

계급, 계층, 지위, 권력, 기관, 이념 등 모든 형태의 틀을 거부하며 살았지만,

그러한 무정부주의적 삶과 그덕에 얻어진 결정적 사진들의 위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낸 거인"이라는 틀을 부여하고 말았다.


그는 시대를 포착해낸 진정한 예술가였지만, 그 사진들이 그를 시대가 만들어낸 작가로 이끌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그는 시대를 살아갔던 한 개인이었기에, 그런 모순을 사랑하면서 또 상처받았다.

 

이 책은 그 세가지 면모를 드러내는 르포적 성격의 일화들을 모아 개성 넘치고 풍부한 캡션을 달아둔 하나의 회고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세계를 단어를 하나로 표현하자면 역시 "결정적 순간"이다.

그가 찍었던 수백만 장의 사진이 이 하나의 단어로 응축된다.


그의 수많은 사진들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응축된다는 사실은

한 컷의 프레임 안에 인물, 공간, 상황, 사회, 그리고 하나의 시대까지 응축해 담아냈던 그의 사진들처럼 분명하며,

엄격한 기하학적 형식 형용하기 힘든 실존적 내용을 결합시킨 그의 작품처럼 아름답고

변화하는 삶 그 자체를 찬양하면서도, 고작 한 순간에 정지되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수단으로써의 사진처럼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결정적 순간이라는 표현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모든 형상들처럼 영원하다.


영원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우연의 일치라는 삶의 신비가 그렇다고 믿었다. 


젊은 시절 듣게 된 본인 삶에 대한 예언이 하나하나 들어맞아갈 때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완벽한 사진을 건질 때 마다,

오랜 친구의 편지를 빈 봉투인줄 알고 뜯었던 날 그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됬을 때도,

늘그막에 묵게 된 숙소 방이 부모님이 자신을 잉태했던 그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삶은 그에게 하나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그는 순간에 대한 인식 속에서 영원성을 발견했다.

모든 것이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삶 속에서 영원한 것은 의미가 현현되는 찰나의 한 순간이었다.


순간을 살아온 그의 삶 찰나의 무한한 연속이었고, 그것이 그를 영원으로 인도해준 운명임에 다름없다면,

그렇다면 그의 결정적 순간은 모두 운명적 순간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무방하리라.



책의 저자인 피에르 아술린은 브레송에게 다가온 그 운명적 순간들을 한데 모아 현재의 삶으로 다시 써냈다.

지난한 현실들 속에서 영원히 간직될 결정적 순간들을 포착해내는데 평생을 바쳤던 브레송의 삶을 거꾸로 조직해낸 셈이었다. 

기록으로써의 글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이야기로써의 글을 통해서 카르티에 브레송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덕분에 
찰나일 수 있었던 그의 운명적 순간들을 끊임없이 생동하는 이야기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브레송이 사진의 피사체들과 우정을 먼저 나누고 편안한 상태에서 그들의 진실된 순간을 포착했다면,
피에르 아술린 또한 브레송과 먼저 친구가 된 후에야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운명적 순간들을 모아 엮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그들은 현실의 한 순간, 결정적 순간, 운명, 우연, 
무엇이라 부르든 간에 잡아채 표현할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길어내기 위해 현실을 재단하기보다는 현실과 친구가 되기를 택했다.

그들에게 현실은 저항해야 할 무언가도, 순응해야할 무언가도 아니었다.
그저 바라보고 표현해야 할 대상이자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한 세계였다.

한쪽에선 복종을, 다른 한쪽에선 전복을 요구하는 격정의 시대
브레송은 그 시대에 끊임없이 자신의 시선을 던지며 20세기가 가진 결정적 순간들을 길어냈고, 
피에르는 그 순간들을 다시 모아 자신만의 독창적 시선을 통해, 변모하는 이야기로 다시 썼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세기의 눈"이다.

출신, 기질, 미학적 지식과 예술적 교양, 기술, 인맥, 시대적 상황, 운 모든 외부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카르티에 브레송은 그저 자신의 시선 하나를 예술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꼽는다.

그는 자기 내면의 시선을 자신의 눈동자와 카메라 렌즈에 일치시켜 세상을 바라보았고, 
세기의 눈으로 본 결정적 순간을 사람들에게 남겨주었다.

가장 훌륭한 인간에게 훈장을 줘야한다면, 자신 내면의 필요에 따라 살아가는 자에게 주어야하지만,
정작 그는 이미 자기 일을 했기 때문에 훈장을 필요로하지 않는다고 역설한것 처럼

우리가 모두 내면의 시선을 통해 타인과 친구가 된다면, 
그가 바랐던 공동체적 개인주의자로서의 삶은 이 세상을 조금은 더 편안한 곳으로 만들어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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