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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나서, 쓸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생각했다. 깊은 숲의 여학생 보다도, 더 조용히 생각했다. 40일 정도 생각했다.

하루, 하루, 쓰는 실력이 넘쳐서 무슨 말을 써도, 아무리 되는대로 써도, 아무리 제멋대로 써도, 그게 그렇게 나쁜 문장이 아니고, 얼추 완성된 소설,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 이건 위험하다.

슬럼프. 치기만 하면, 반드시 안타. 달리기만 하면, 꼭 10초 4. 10초 3도 아니고 5도 아니다.

슬럼프란 이런, 열정이 사라진 하얀 태양 아래 권태, 진공관 속 무게를 잃은 깃털, 꽤나, 견디기 힘든 것이다.

시시각각 나의 모습, 웃었다, 화냈다, 하필 이럴 때 활활 타오르는 볼, 옥수수 우적우적, 홀로 엎드려 훌쩍훌쩍 울고 있다, 다 쓰고 나서, 한참 뒤에 느껴지는 무기력함,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젊은이를 위한 고귀한 문자임을 의심치 않으니,

그게 바로, 슬럼프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