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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까역[大阪驛] 화장실에서 보니」
햇빛도 잘 안 드는 구중충한 오사까역[大阪驛] 화장실 오줌통들 옆에서 빼짝 마른 장발의 수재형(秀才型) 청년이 혼자 디스코춤에 빠져 열심히 맴돌고 있었읍니다. 그에게는 오직 한가지 디스코 춤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생각키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듯, 열심히 열심히 응뎅이를 흔들고 두발을 몽그작거리며 맴돌고 맴돌고만 있었읍니다.
딱하다면은 많이 딱하고, 웃기다면은 또 많이 웃기는, 인류사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런 장소에서까지의 이런 몰입--그것이 일본의 본모양의 아주 중요한 것인 것만 같았읍니다.
- 『서으로 가는 달처럼…』(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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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의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문화론'이라고 일컬을 만한 에세이 유형이 범람했다. 이러한 에세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경험 또는 독창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국내 또는 해외 각국의 문화를 정의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러한 에세이들은 일반인들의 문화적인 갈증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으나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시간의 풍화 작용을 극히 견디기 어렵겠다는 인상을 준다. 작가들의 에세이는 그중에서도 그나마 읽을 만한 것이 되어 있지만 역시 그들의 본령이 되는 작품들에 못 미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문화론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경리가 일본 문화론을 쓰겠다고 생전에 공언한 것은 유명한 일이지만 사후에 출간된 『일본산고』는 그 분량만으로도 미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점에서 그의 문화론적인 에세이로는 오히려 중국 기행문인 『만리장성의 나라』가 대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한수산과 김원우가 자신의 일본 생활 및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벚꽃도 사쿠라도 봄이면 핀다』와 『일본탐독』을 출간한 바 있으나 역시 평이한 수준의 에세이로 떨어질 아슬아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으로 가는 달처럼…』과 『떠돌며 머흘며 무엇을 보려느뇨』의 서정주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령 산문집인 후자 속에서는 오늘날의 감각과 전혀 동떨어져 있는 서술이 보이고 있어 읽는 맛을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들과 구별되는 그의 유일한 강점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문에 비해 훨씬 경제적인 장르인 시 양식을 통해 일본 문화에 대한 자신의 통찰 중 하나를 단 한 장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장소에서까지의 이런 몰입'을 보이고 있는 디스코 청년의 모습은 일본 문화에서 포착한 대비적인 측면, 즉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집요함과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어떤 자폐성의 위험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이 오늘날까지도 타당성을 지닐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작가들의 일본 문화론이 대체로 이와 비슷한 견해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만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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