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29bcde21e0c030a36fadc2f84481766e0b5bf8ad93022f0e3c65340350074ab1cdd621c7139f2a9a22d2f9b1e4c62284b8736c76ca

처음은 역시 독갤에 하나둘씩 올라오던 후기글을 보게 된 게 계기였다.
평소에 독후감을 쓸 때 필력이나 문장 구성력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가끔 감상문 고수들의 유려한 글을 보면 현타가 옴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에 구매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다.

실천 이론에 대해 상세히 가르쳐 주는 교정서같은 느낌을 기대했는데
펼쳐보니 여러 예시문을 들어 '잘 쓴 문장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직접 가슴을 통해 깨닫게 해주고 동시에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었던 문장 개념을 재정립시켜주는 책이었다.
강화(強化)서인 줄 알고 샀는데 강화(講話)서였다;

대강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몇 가지 요약정리해 보자면

첫 번째로는 외래어 사용에 대한 화자의 입장이었다.
화자는 작문에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외국어가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 형태로 정착한 이상 이미 우리말이라는 입장이다.

평소에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표기해야 한다는 활동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화자의 입장에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단번에 의미 파악이 안되는 생소하고, 입에 잘 붙지 않는 외래어는 우리말로 표기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홈페이지'를 '누리집'으로, '메뉴'를 '보기'로, '콜센터'를 '전화 안내 상담실'로 바꾸어 부르라는 등의 시도는 이미 친숙한 외래어를 굳이 어거지로 바꾸는, 시대를 역행하는 의미 없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평어는 다수를 대상으로, 경어는 일 대 일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준다는 화자의 설명을 통해 평소 어렴풋이 느끼기만 할 뿐 평어로 된 책과, 경어로 된 책을 읽을 때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명확히 알게 된 것 같아 막힌 코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용어와 문장 파트에서는
'자기만의 유일어를 찾고, 만들어라'가 키워드였는데
가끔가다 시를 지을 때 정해져있는 단어를 내 맘대로 변형해서 나만의 단어를 만드는 것,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항상 형식대로 가자는 방향이었는데
책 속에 제시된 예문들을 보고(사뭇치게, 하이얀 등) '그렇게 해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더욱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마음대로 한 번 변형시켜보자'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퇴고의 이론과 실제 파트에선
퇴고 전의 예시문이 먼저 제시되길래 읽어봤는데 내 눈에는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하게 잘 쓴 문장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중복되는 용어나, 전체적인 문장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한 표현의 부제 등등 어색함 없이 읽었던 문장 속 상당히 많은 부분이 뜯어고쳐짐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퇴고는 정말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구나 새삼 느꼈다.
그렇게 끝없이 퇴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화자는 처음 문장을 쓸 때 전하고자 했던 바가 흐릿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실 평소에 글을 쓸 때 중복되는 표현이나, 상황에 적절한 유일어를 찾지 못해서 적당히 애매한 단어를 사용한다든지, 문장의 형식이 어색하다든지 작성중에도 많은 불편한 감정이 오가는데, 허접한 문장을 쓰면서도 귀찮아서 여러 번 퇴고하지 않는 좋지 않은 습관은 고칠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책 속에서 정말 많은 작품들을 발췌해 설명을 해주는데, 예문이 짧은데도 정말 감명 깊고,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로 감동을 주는 글들도 있었지만, 생소한 한자어가 많은 옛 글이나, 개인적으로 감흥을 잘 느끼지 못하는 기행문 같은 경우는 스킵 하면서
넘어갔다.
나중에 재독하게 되면 진득하게 읽어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