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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약된 자본주의적 의식은 대체로 ‘아무리 부정하는 척해도 결국 돈이면 된다’라는 식으로 정리된다. 돈은 실제로 어떤 재화든 그 가격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기만 하다면 그것을 교환해 받아올 수 있는 것이고, 문제는 가격을 어떻게 매기느냐에 있지 가격을 애초에 매길 수 있느냐, 어떻느냐는 아니냐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여태까지의 역사였고, 그 편린을 최근 코로나 사태 때 느낀 이들이 많을 테다. 돈은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 시장에 올라와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아무리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무역이 발달하며 최대한 그 간극을 좁혀보려 해도 늘 쉬이 건너뛰지 못하는 자본과 실제 자원 사이의 거리를 느낄 수 있다. 기실, 최근의 세계화는 결국 이 간극을 완전히 메우는 데에 성공한 것 같았지만 요 몇 년 사이의 무역 분쟁 및 코로나는 이 표면을 덮은 포장재가 갈라지자마자 드러난 진공을 다시금 우리에게 분명히 했다.



그나마 지금 이야기하는 온갖 자원들은, 물론 필수적이기는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다소 부분적인 자원이다. 모든 현대 산업에서 필수적인 동력이자 재료로 사용되는 석유에서 이 이야기가 나온다면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별로 없다. 1970년대 OPEC의 궐기는 돈은 있지만 그 돈을 쓸 수 없는 이들에게 자원이 도저히 닿지 않던 그 신기한 광경의 예시다. 물론 이 상황은 더 많은 돈과 대처를 통해 어떻게든 보완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화폐와 권력이 여전히 무1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여전히 가능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는 석유가 단지 비싸서도 아니고, 석유가 너무나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어서도 아니며, 석유가 나는 지역이 국한적이기 때문도 아니다. <황금의 샘>은 도대체 어떻게 석유가 발견 이래로 현대까지 인류 문명의 온 모세혈관에 완벽히 침투해 들어갔기에 이럴 수 있었는지를 개괄적으로 둘러보는 책이다.



불을 켜는 기름으로서 처음 근대 사회에 등장한 석유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에너지원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산업 혁명의 동력원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석탄과 발을 맞춰 경쟁을 해나갔다. 이 석유가 어떻게 석탄의 자리를 빼앗았으며, 각각의 나라에서 사용할 자원의 가치 이상으로 전세계가 그 양을 서로 조율해야 하는 거대한 존재가 되었는지는 기나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식민주의를 유혹해 최대한 많은 땅을 ‘자세히 알아야’ 하고 그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한 데 모을 수 있어야 했는지에 대한 유인이 있고, 어떻게 돈을 찍어내는 석유가 그 찍어내는 속도로 인해 석유를 쓰는 양을 압도적으로 늘리도록 석유회사들을 유인해 수많은 자동차들로 이뤄진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는가가 포함된다.



<사이클로노피디아>를 포함한 최근의 여러 저작들은 괴상하게도 석유를 하나의 정치적-혹은, 생태적-주체로 취급하곤 한다. <황금의 샘>은 물론 그런 최근의 신유물론적인 경향보다 한참 전에 저술된 책이고, 그렇기에 석유를 탐사하는 수많은 사람과 회사들을 주역으로 내세우려고 하지만, 정작 그 시도는 너무나 많이 등장하는 사람과 회사들이 역사 속에서 빠르게 사라져감에 따라 실패한다. 그나마 가장 이 산업의 주체에 가까울 대형 석유 회사들조차 상술한 OPEC의 궐기에서 힘을 잃고 그저 많고 많은 조역 중 하나로 편입되는데,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황금의 샘>에선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석유를 괴상한 마력을 가진 주인공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존재감을 산업 시대에 서서히 드러내며 석탄을 내쫓고 자신의 온 존재를 전세계에 흩뿌리며 자신을 지하에서 지표와 대기로 퍼올리도록 인류를 지배하는, 코즈믹 호러적인 괴물.



그러한 관점은 <황금의 샘>이 끝나고 우리의 시대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셰일 오일의 추출로 더욱 강화된다. 힘을 많이 잃었다지만 여전히 석유의 주인처럼 보이던 중동 OPEC은 석유 보유량과는 별개로 국제적 영향력을 예전에 비해 많이 상실하고, 페트로달러는 2020년에는 그저 공치사에 가까운 말이 되며 기어이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이란과 다시 함께 묶이도록 한다. 이것을 다양한 인간 주체에 의한 여러 과정의 연속으로 설명하는 것도 당연히 맞지만, 어떤 정치적 주체로서의 석유를 설명 과정에 도입하는 것으로 많은 설명을 축약할 수 있다는 점은 석유가 다른 자원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론적 가치를 갖는다는 걸 입증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동시에, 석유의 내장 속에서 그 융털을 만지작거리며 이 글을 쓰는 것으로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