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토르는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거듭하는 사람이고, 무거운 절망과 한줄기 희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이다. ... 헥토르 말고는 《일리아스》의 어느 누구도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일리아스》의 모든 인물들 중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인간의 희망과 공포는 미래에 대한 무지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그것이 헥토르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않는다. 그는 희랍군의 대표 전사들보다 약하지만, 그 연약함을 이기려고 몇 번이라도 다시 일어서서 막아내고 공격하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고, 아킬레우스와 마찬가지로 자기 결정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영웅이다.

물론 이 결정이 늘 스토아 현자들같이 초연하고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이 내리는 결정의 위력은 무엇보다도 '아니오'에서 드러나는데, 헥토르는 6권에서 어머니 헤카베, 제수 헬레네, 아내 안드로마케의 권유를 차례로 물리치고 전장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헥토르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가족과 시민에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그는 아들이요 남편이자 아버지이며 형이고, 모든 트로이아 사람들의 안위를 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싸우는 자이다. 그는 자기 영예를 위해서만 싸우는 희랍군들과는 다른 인물이며, 그중에서도 처절할 정도로 홀로 된 아킬레우스와는 너무나 다른 인물이다.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번역, 아카넷, 2023, pp.824-825




이게 내가 본 것 중 제일 뽕차는 헥토르 설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