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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안 유명한 시 읽기 001 002 003 004 005 006 007 008 009 010 |
「두견새와 종달새」
한밤중에 슬프게 목울음 우는
선운산 두견새에 그 까닭을 물으니
"서러워도 너이는 울 줄도 몰라
내가 대신 우노라"고 대답합디다.
이른 아침 하늘 높이 깔깔거리는
선운산 종달새에 그 까닭을 물으니
"너이는 어린애 때 웃음도 잊어
내가 대신 웃노라"고 대답합디다.
「진부령의 처갓집」
진부령 까치마을 우리 처갓집
찾아들어 한 사흘 편히 쉬구서
떠나려니 이슬비가 축축이 오네.
"더 있으라 이슬비가 저리 온다"고
장모님은 좋아라고 만류하시네.
"가라고 가랑비가 내리는데요."
내가 살짝 한마디를 건네었더니
"진부령서 제일로 미련한 곰도
그런 소린 않을 거다" 미소하시네.
진부령 처갓집에 있을 이슬비.
「비 오시는 날」
이리도 차분히 비 오는 날은
충청도라 중복산 그 너머 산골
맑디맑은 냇물에 쉬어서 노는
물고기들 정말로 호젓할 거야.
그것을랑 우두머니 굽어다보는
낙락장송 소나무도 호젓할 거야.
그러니까 우리들도 마지못해서
콩이나 보리라도 볶아서 먹네.
「땡감」
감나무에 땡감이 열리어 있네.
이슬비가 그 우에 내려 뿌리네.
그 밑에서 애기가 오줌을 누네.
찌그만 풋고추로 오줌을 누네.
단군 할아버님 어디 가셨나 했더니
여기에 숨으셔서 웃고 계시네.
땡감 웃음으로 웃고 계시네.
「시월이라 상달 되니」
어머님이 끓여 주던 뜨시한 숭늉,
은근하고 구수하던 그 숭늉 냄새,
시월이라 상달 되니 더 안 잊히네.
평양에 둔 아우 생각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안 잊히네. 영 안 잊히네.
고추장에 햅쌀밥을 맵게 비벼 먹어도,
다모토리 쐬주로 마음 도배를 해도,
하누님께 하누님께 꿇어 엎디려
미안해요 미안해요 암만 빌어도,
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 『노래』(1984)
-
서정주의 열한 번째 시집 『노래』는 음악성에 초점을 두고 의도적으로 정형시의 문체로 씌어진 시들을 모은 것이다. 이에 앞서서 발표한 세 권의 프로젝트적 시집에서 소재의 확장과 형식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것과는 대비되는데, 산문시를 비롯한 실험적 시도에 치중하면서 시 특유의 음악성에 대한 자각을 새로이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래』에 수록된 시들은 전통적인 형식 탓이기도 하겠지만 특히 소재의 평이함으로 인해 밋밋함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월령가 계열의 구성 하에 각 계절마다 느끼는 감정을 간곡하게 노래하고 있어 대체로 나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앞서 『질마재 신화』를 언급하면서 썼던 말이기도 하지만 『노래』 역시 소재와 형식이 통일된 탓인지 수록 시편 간의 눈높이가 엇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역시 사람마다 선호하는 작품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김화영은 『미당 서정주 시선집』에서 「비 오시는 날」 「석류꽃이 피었네」 「땡감」 「이 가을에 오신 손님」 「겨울 여자 나그네」의 다섯 편을 싣고 있다. 이남호는 『국화 옆에서』에서 「비 오시는 날」 한 편을 실었으며 이후 에세이 『남김의 미학』에서는 「구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진부령의 처갓집」과 「시월이라 상달 되니」는 개인적으로 이 시집에서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전자는 비의 이름에서 착안한 언어유희가 돋보이고, 후자는 서정주의 후기 시에서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통일에 대한 열망을 노래한 시의 하나이다. '평양에 둔 아우'란 시적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자전적인 사실에 기반한 언급은 아니다.
뭐야 진짜인 줄 알았더니 구라였노
서정주 동생이 네 명인가 그런데 북으로 간 사람은 없는걸로 알고있음. 애초에 우익 진영의 대표 문인이라 갈 생각도 없었을듯..
상달 1 上달 명사 민속 ‘시월’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햇곡식을 신에게 드리기에 가장 좋은 달이라는 뜻에서 온 말이다. 다모토리 명사 소주를 큰 잔으로 파는 선술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