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은 한 나라와 체제를 만들고 그 정점에 있던 장본인이 그 시스템을 파괴하려 했던 매우 기묘하고도 이상하고, 세계사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정치 운동입니다.
당연히 문혁이 벌어졌던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도 굉장히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인터넷에는 '권력을 잃은 마오가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 홍위병을 동원하고 문화재를 파괴한 것 ㅋㅋ' 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물론 그런 인식이 거짓은 아니지만, 그건 문혁 본질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굉장히 피상적으로 보는 것이라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문혁이 몇 년 동안 벌어졌는지조차도 논쟁의 대상입니다. 중국공산당에서는 1966년부터 1976년까지의 10년설을 밀고 있고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긴 합니다만, 모두가 수긍하는 견해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1966년부터 1968년까지의 3년설도 이야기 되고(좁은 의미의 문혁설), 1966년부터 화궈펑이 문혁 종료를 선언한 1977년까지의 '11년설'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과거에는 1966년부터 린뱌오가 사망한 1971년까지의 '5년 문혁설'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오가 문혁을 발동한 이유로는 권력 투쟁설과 노선 투쟁설이 거론됩니다. 권력 투쟁설은 마오 본인이 말한 것처럼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이 자신을 "죽은 조상 대하듯 하며" 중요한 업무에서 소외 시켰고,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견해이고, 노선 투쟁설은 마오쩌둥 본인이 아직 살아 있는데도 류나 덩이 자본주의 노선을 실행하려고 하고 있으니 만약 자신이 죽고 나면 얼마나 더 우파적 정책을 실행하겠냐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마오의 불평과 달리 실제로 이 시기 마오의 권력이 제한되고 중요 업무에서 소외되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는데다,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은 문혁 초기 이미 제거되었는데도 문혁은 그 이후로 오랫 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완전한 설명은 아닙니다.
또, 일반적으로 문혁을 마오가 주동하고 홍위병들이 추동하여 일어난 난동으로 인식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왜 기층 학생들이 마오에 부름에 따라 홍위병이 되었는지도 중요하게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두 개의 문혁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오가 일으킨 위로부터의 문혁과, 기층 인민들의 아래로부터의 문혁이죠. 물론 당시 학생들은 마오쩌둥 개인 숭배를 세뇌받으며 성장한 세대였고 그렇기 때문에 마오의 영향력이 컸지만 분명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혁은 마오 사후의 중국에서 극좌파의 입지를 극도로 축소시켜 역설적이게도 개혁개방의 토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또, 개개인의 인생을 보아도 10년 가까운 시간을 빼앗아 버림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큰 사건이다보니 중국 현대사를 다루는 책이라면 문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런 통사류의 책들은 지면의 제한이 있어 문혁에 대해 자세하게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책들이지 추천 여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1.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지난 해 절판됐는데 나름 스테디셀러였죠. 마이스너 본인은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중국 지성사를 전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마오에 대해 다소 옹호적인 입장이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명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프랑크 디쾨터의 인민 3부작과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 송재윤의 <슬픈 중국> 3부작, 판초프의 <마오쩌둥 평전>과 <설계자 덩샤오핑>
3. 백승욱의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과 <문화대혁명: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4. 야부키 스스무의 <문화대혁명>
원래는 1989년작인데 한국어판은 2017년에 나왔고 지금은 절판됐습니다. 좋은 책이지만 단점도 있어서 웃돈 주고 중고로 주고 살만한 책은 아니고, 도서관 같은데 있으면 보면 좋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내고 2년 후인 1991년에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라는 책을 냈는데(한국어판은 2006년) <문화대혁명>보다 후퇴한 점이 있어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5. 첸리췬의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1949~2009>
상하권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비판적 지식인으로 베이징대 교수를 지낸 첸리췬이 대만 대학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부제가 다르게 쓴 역사일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해 색다른 견해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6. <중국 현대 정치사>에서는 제3장과 제4장이 문혁 시절을 다룹니다.
7. 그 외에 문혁 시절을 다룬 회고록 등으로는 션판의 <홍위병>, 한샤오궁의 <혁명후기>, 지셴린의 <우붕잡억>, 펑지차이의 <백 사람의 십 년>, 장이허의 <나의 중국 현대사> 등이 한국어판으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페어뱅크의 신중국사나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명작(통사)이지만 나온지 제법 시간이 되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내가 진짜 찾던 글이네 혹시 제일 읽기 쉬운 걸 추천해 준다면?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중국 현대 정치>가 통사류의 책중에서는 그나마 문혁에 대해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첸리췬의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 1949~2009>도 좋았는데 다른 책으로 먼저 문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다음 '색 다른 시각'을 느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백승욱의 책도 좋았고, 딱 문혁 시기에 대해 다루는 건 아니지만 문혁에서 덩샤오핑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 대해서는 안치영의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이 자세하게 적고 있습니다. 판초프의 <마오쩌둥 평전>과 <설계자 덩샤오핑>도 몇몇 오류와 한계가 있지만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개인적 이야기에 대해서는 <홍위병>, <우붕잡억>, <백 사람의 십 년>, <나의 중국 현대사>도 좋은데 아마 지금은 거의 품절되었
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을거에요. 다 읽기 어렵게 문장을 꼬아놓거나 궤변을 늘어놓은 책들은 아니라서(한샤오궁 제외) 어느 책을 잡아도 괜찮으실 거 같긴 해요.
개추
우와
전 중국 현대사의 윤곽을 이와나미신서 중국 근현대사 시리즈로 잡았었는데, 혹시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문혁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읽어 보진 않았는데 좋은 책이라는 평을 접한 기억이 나네요. 이와나미 신서 시리즈는 다 기본 이상은 하죠.
개추 - dc App
한국인이 쓴 것도 있네. 송재윤 이건 좀 어떰? 반중인사 책임?
너무 반중이라 객관성은 다소 떨어지긴함 - dc App
1번 좋은 책이지
마오쩌둥을 비판한 홍위병인가 그런책도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