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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앞두고 일본 미스터리 소설 두 권을 골라 보았다.


한 권은 <건널목의 유령>(한국 2023, 일본 2022)이고, 다른 한 권은 <테스카틀리포카>(한국 2023, 일본 2021)이다.


건널목의 유령의 저자는 다카노 가즈아키이다. 13계단, 제노사이드로 유명한 작가이며 11년 만의 신작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2023년 상반기 나오키 상 후보작에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테스카틀리포카의 저자는 사토 기와무이다. 국내에는 이 작품을 통해 최초로 소개되는 작가인 듯하다. 이 작품으로 2021년 상반기 나오키 상을 수상하였다.



<건널목의 유령>


(국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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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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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유령이라는 단어가 박혀 있어 처음에는 식상한 느낌을 주었다. 일본판 표지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식상한 느낌. 일본의 사형제도(절차)를 13계단으로 비유한 전작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독자에 따라서는 결말도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긴 유령이라는 제목이 달려있는데 새로운 것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탄탄하다. 13계단, 제노사이드 등에서 검증된 작가라 그런지, 그 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만족하며 읽었다.


책의 배경은 버블 붕괴를 겪고 세기말을 앞둔 1994년의 일본인데 아날로그적인 면과 오컬트적인 면이 합쳐져 작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철도와 그 위를 매일매일 지나가는 수 많은 기차 그리고 그 시각에 맞춰 보행길을 열고 닫는 건널목은 바로 인간의 영역인 이승세계를 상징하는 반면, 유령은 저승세계 그 자체를 상징한다. 더하여 건널목은 평소에는 통행이 허용되지 않지만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일정한 시간에만 통행이 허용되는 장소이다. 마찬가지로 유령은 저승에 있어야 할 것이 이승에 잠시 나타나곤 하는 것이다. 양쪽의 세계를 드나드는 경계에 서서 저자는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이 소설은 "건널목"의 유령일까 아니면 건널목의 "유령"일까? 결말은 어느 쪽인지 생각해 보며 읽어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저자는 양쪽 사이를 균형 있게 오가고 있다.


영화 한 편을 본 것과 같이 흡입력 있는 작품이고, 분량도 350여 쪽으로 많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마 추석 전날에 책을 펴 본다면 추석 날에는 또 다른 책이 필요할 것이다.


주제도 명확하고 순수문학에서 볼 법한 아름다운 문장도 보인다. 다양한 직업군이나 장소가 나오지만 어색한 부분이 없어 무엇보다 저자가 취재나 조사를 단단히 하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실한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테스카틀리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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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카틀리포카는 아즈텍 신화의 신으로 '연기를 내뿜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나오지만, 아무래도 현재의 멕시코 땅에서 전해져 내려온 신화인지라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700쪽에 가까운 책의 분량과 더불어 아즈텍 신화를 기반으로 한 점은 이 책에 대한 진입 장벽이 될 듯 하다.


이 책은 범죄 미스터리 소설로 무엇보다도 스케일이 크다. 장소의 스케일도, 범죄의 스케일도 굉장하다. 잔혹한 장면의 묘사에도 거침이 없다. 영화로 치자면 19금 딱지가 붙은 글로벌 스팩터클 범죄 액션 영화이다. 영화로 만들면 예산이 엄청나게 필요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신화에 대해 그 의미와 상징을 이해하고 그것을 소설이란 형식으로 구현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즈텍 신화의 상징이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감탄이 나올 정도로 너무나도 자세하고 집요하게 구현해 놓았다.


소설 자체는 재미있지만 아쉬운 점은 아즈텍 신화를 완벽할 정도로 해석하고 구현해 내놓은 작품임에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주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저자의 역작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라는 느낌이다. 전체 분량도 길지만 그 중에서 서론 부분이 너무 긴 것도 아쉽다.


다만 소설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므로 긴 연휴를 이용하여 아즈텍 신화와 그에 기반한 범죄 소설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같은 클래시컬한 분위기의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건널목의 유령>을, 새롭고 스펙터클한 범죄 액션과 같은 현대 분위기의 작품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테스카틀리포카>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