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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61년 초

당시 박경리는 <내 마음은 호수>와 <푸른 운하>의 연재를 연이어 마치고 쉬고 있을 때였음


소설 연재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박경리에게 연재 완료는 오히려 생계를 막히게 하는 장애물이었는데,

이때 마침 을유문화사에서 '연재 없이' 소설을 집필하는 특이한 제안을 해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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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을유문화사에서는 연재 없이 씌어진 소설을 그대로 출간하는 '한국신작문학전집'이라는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었음

지금이야 안 유명하지만 이때 전작 형태로 출간된 손소희의 <남풍>, 정한숙의 <끊어진 다리>, 유주현의 <강 건너 정인들>, 강신재의 <임진강의 민들레> 등이 모두 나름의 성공을 거두게 됨


잘나가는(그러나 생계가 팍팍한) 작가였던 박경리 또한 이 시리즈에 참여할 의사가 있었고

당시 구상 중이던 <김약국의 딸들>을 여기에 맞춰서 집필할 생각을 하게 됨


그런데 분량 문제에서 난관에 부딪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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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측에서 제시한 분량이 원고지 1000~1500매였던 데 비해

박경리가 처음에 구상한 분량은 3000~4000매였음


이 문제 때문에 처음 을유문화사의 제안을 거절했던 박경리는

고민 끝에 결국 원고지 2000매로 합의를 보기로 하고 집필을 시작함


잘은 모르지만 <시장과 전장>을 비롯해 박경리의 일반적인 장편 분량이 대체로 이 정도가 아니었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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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쉬고 있던 때라 이런 제안이 가능했지, 다른 데서 연재 교섭이라도 있었더라면 <김약국의 딸들>은 아마 못 씌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박경리는 회고하고 있음


그런데 몇 달 뒤 을유문화사 측에서 2000매 분량을 1500매로 줄일 수 없겠냐는 제안이 들어옴

박경리는 이미 집필을 반쯤 해놓은 상황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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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듣고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지만(실제로 한 말)

박경리는 그럭저럭 합의 끝에 1961년 말 <김약국의 딸들> 원고를 1500매로 완성해 출판사에 넘겼음


<김약국의 딸들>이 <시장과 전장>이나 <파시> 등에 비해 유독 짧은 건,

그래서 내용 전개가 생각보다 스피디하게 이루어지게 된 건 이것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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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박경리는 탈고와 동시에 <노을진 들녘>을 연재하기 시작함 (1961년 10월)




*



  책이 나오기까지 나는 내 손으로 썼으면서도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하게 내 앞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불안하게 한 것은 교정을 보아주신 시인 P씨께서

  "너무 딸들이 많아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을 때 나는 심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책이 나와서 읽어보았을 때 생각한 것보다 비교적 정리가 된 것에 우선은 안심했으나 여전히 아쉽게 여겨진 것은 매수의 제한으로 작품의 호흡이 빨라 다이제스트한 것 같은 점이다.

  제목이 말하듯 그 소설은 김약국의 딸들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독자들도 물론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시초의 의도는 김약국 그 사람의 얘기를 하려 했던 것이다. 어느 신문에도 슬픈 여인상의 묘사라 했었지만 목적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사실 김약국 한 사람을 파고 내려간다 하여도 그것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창작 영역에서의 자유로 되어 있는 일이니 족히 삼사천 매는 될 수 있고 기타는 파생적 인물로 다루어졌어야 할 것을 김약국의 일생은 다만 점, 점으로 끝나고 만 셈이 된다.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나마 그간의 매수 사정으로 작가가 타협으로 낙착지은 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Q씨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