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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상상도 되지 않는 먼지 낀 도시에서, 바쁜 일과 중에, 무표정한 우편배달부가 던져주고 간 나의 편지 속에서 '쓸쓸하다'라는 말을 보았을 때"


다소 천박하고 호소해 오는 능력도 상실해버린 사어 같은 것
그러나 막상 그 상황에는 알면서도 쓰게 되는 나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 그런 상황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처음 병원에 들어갔을 땐 어딘가 부끄러워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지 말아 달라고 했던 것 같다 병원에 들어와서는 환자들이 너무 아파 보이고 내가 아파서 조용히 지냈다 꽤 병원생활이 지났을 땐 나와 내 주변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고 서로 알고 지내기 꺼려졌다 반년이 넘어가고 고비를 넘겼을 때 친구들에게 뭐 하고 지내냐는 둥 또는 예전에 그랬었다고 추억 팔이를 했던 건 차마 심심하다고는 자존심에 말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내 일기에는 마치 하인숙의 유행가처럼 무진의 그 냄새가 스며들어 있다 살아남겠다는 그 생각이 역하게 감염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무진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굉장히 그때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주었다."


사실 상징성이고 장치 하나하나를 정확히 파악하며 읽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읽는 도중 겹쳐 보이는 모습들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굉장히 놀랐다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가 모두 알면서도 모르는척하고 넘어가거나 해낼 수 있던 상황에서 피하는 비겁한 모습들 그러한 인간의 내면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특히 읽으면서 항상 지나고 보면 아쉬운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꽁생원 같다 해야 할지 소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박의 모습 하인숙이 느끼는 낯선 환경에서의 절박함 조급함 끝까지 변하지 않는 윤희중까지 한 번쯤은 경험한 적 있는 불쾌한 기억이 나는것이 개인적으로 라라랜드를 봤을 때 같았다


뭔가를 읽는다는 건 항상 학업과 관련이 되어있고 쉰다는 개념과는 조금 멀었는데 무진기행을 읽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독서라는 취미로 읽었던 것 같다 불쾌한 단편집도 많은데 이게 계속 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