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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단편(斷片)

카지이 모토지로



......하면 할수록 그 속에서 빨강과 파랑과 낙엽색이 솟아오른다. 금방이라도 그 기슭에 있는 온천과 항구도시가 메달 속에 새겨진 풍경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바다의 고요함은 산에서 온다. 마을 뒤편 산으로 돌아간 햇볕이 그 그림자를 서서히 바다로 퍼뜨린다. 마을도 바닷가도 지금은 휴식 속에 있다. 그 빛깔은 점점 더 멀리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바다로 나가는 어선들이 그 그림자의 영역 속에서 햇볕 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다. 오렌지색이 섞인 약한 햇빛이 어선들을 금세 물들인다.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물든다.


"그런 병약한 요양원 냄새 나는 풍경은 정말 싫어."


"구름과 함께 변해가는 바다의 색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어. 바다 위를 오가는 구름을 하루 종일 바라보는 것도 좋잖아. 또 나는 네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것을 기억하는데, 그런 상상을 즐기는 마음도 지금의 너에게는 없는 거냐. 너는 말했지.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지평선을 보고 '하늘과 바다와 함께'라며 황홀한 무한감을 느끼는 것은 콜럼버스 이전 시대다. 우리가 바다를 사랑하고 공상을 사랑한다면 모든 것은 그 수평선 저편에 있다. 수평선을 경계로 그 저편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구면에서 정말 아름다운 바다는 시작되는 것이다. 너는 말했지.


하와이가 보인다. 인도양이 보인다. 달빛에 씻긴 벵골만이 보인다. 지금 눈앞의 바다는 그에 비하면 거친 소재에 불과하다. 그냥 지도만 보고는 이런 환상이 떠오르지 않으니 필요 불가결하다는 공로만 있을 뿐. ...... 아마 그런 취지였겠지. 네 말이었지만......”


"――너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하는 거냐. 그러고 보니 네 얼굴은 내가 매일 밤 꿈속에서 큰 소리로 쫓아내는 에비스 사부로와 닮았어. 그런 속악한 정신은 그만둬.


내가 생각하는 바다는 그런 바다가 아니야. 그런 이미 결핵에 걸린 것 같은 풍경도 아니고, 우쭐대는 시인의 바다도 아냐. 아마도 이것은 근년 내가 가장 진지해진 순간일 거야. 잘 들어봐.


그것은 정말 밝고,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바다다. 아직 한 번도 피로와 우울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명색의 바다다. 관광객과 병자들의 눈에 너무 많이 닿아 달콤한 포트와인처럼 변해버린 바다가 아니다. 식초를 탄 떫고 거품이 나는 포도주처럼 진한 맛이 나는 야만적인 바다다. 파도의 물보라가 쏟아진다. 배를 찌르는 듯한 해초 냄새가 난다. 그 뽀송뽀송한 공기, 야수 같은 냄새, 대기 중이 아니라 바다로 쏘아 올리는 듯한 뚜렷한 광선 - 아, 이제 나는 차마 차분하게 그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비전은 항상 나를 괴롭히면서 아주 드물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위 같은 현실이 갑자기 쪼개져 그 쪼개진 면을 살짝 보여주는 그런 순간이다.


그런 것을 지금의 내가 어떻게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잠시 그 바다의 유래를 너에게 이야기해 주겠다. 그곳은 우리 집이 잠시나마 살았던 땅이다.


그곳은 유명한 암초와 섬이 많은 곳이다. 그 섬의 초등학생들은 매일 아침 한 척의 배를 만들어 항구에 있는 초등학교로 모여든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 배를 타고 돌아간다. 그들은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다. 가장 가까운 섬에도 열여덟 마을이 있다. 도대체 그런 섬에서 자란다면 어떨까. 섬사람이라고 하면 풍속이 좀 다른 점이 있었다. 여자가 가끔 집에 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기모노를 다 입은 옷가지나 자투리 옷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 대신 그런 옷가지를 코에 감은 짚신이나 미역 등을 두고 간다. 수유나무나 소귀나무 가지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무엇보다도 짙은 섬의 분위기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항상 강한 호기심으로 그 사람의 겸손한 몸가짐을 살피고, 그 사람의 겸손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단 한 번도 섬에 가본 적이 없었다. 어느 해 여름 그 섬 중 하나에 이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가까운 섬이라 병자들을 수용하는 막사가 세워져 있는 것이 이쪽에서 잘 보였다. 항상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데, 그 불이 밤이면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파도 사이로 베개 등이 떠다니는 것이 무서웠던 기분이 들었다. 그 섬에는 우물이 하나밖에 없었다.


암초에 대해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해 가을 어느 날 밤, 밤이 깊어갈 무렵에 심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엄청난 비바람 소리와 함께 시끄러운 철공소 비상호루라기가 울려 퍼졌다. 그때의 비장한 심정을 나는 지금도 잘 기억한다. 집안이 떠들썩했다. 사람들이 날아왔다. 항구 입구의 암초에 구축함 한 척이 부딪쳐서 가라앉은 것이다. 철공소 사람들은 작은 증기선에 파도를 헤쳐나갈 긴 대나무 장대를 준비해 거친 바다를 헤치고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 가 봐도 작은 증기선은 파도에 휩쓸리기만 하고 결국 오히려 방해만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일한 것은 섬의 해녀들이었고, 거센 파도 속을 헤엄쳐 시체를 건져내고 큰 모닥불을 피워 얼어붙은 수병들의 몸을 자신의 살갗으로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대부분의 수병들은 익사했다. 익사한 시체들의 손톱은 잔인하게도 모두 벗겨져 있었다고 한다.


바위를 긁어 파도에 휩쓸린 끔찍한 노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암초에 올라간 구축함의 잔해는 산에 올라가 보면 썰물 때 먼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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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항 호미곶 갔다가 생각나서 냉큼 번역기 돌려봄

단편(斷片)이라는 말 보면 알겠지만 동인지나 잡지에 발표된 작품이 아니라 일종의 연습서로 가지고 있던 유고인데 사후에 읽기 편하게 정리된 것

죽기 직전에나 이름 알리기 시작한 작가라 전집 보면 이런게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