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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과 같이, 저도 크리스토퍼 놀란 선생님의 영화 <오펜하이머> 를 인상깊게 보고, '원작도 읽어보고싶다' 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됐어요. 양장본은 절판이 되서 구하기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영화 개봉시기에 문고본으로 특별판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어요.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마음편히 쉽게 읽을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실물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주석을 제외하고 에필로그와 작가의 말 까지 포함한 책의 페이지가 특별판 기준으로 906페이지 거든요. 게다가 책이 살짝 작은 사이즈라 그런가, 글씨 크기나 행간이 작고 적어서 텍스트로 빽빽한 느낌입니다. 906페이지가 밀도높게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죠...
병렬독서를 하는 편 이기도하고, 중간에 하루키 선생님 신작으로 넘어간것도 있어서 완독이 굉장히 늦어졌네요. 오늘 카페에서 마지막 300페이지 정도를 천천히 읽고 완독을 마쳤어요. 이 정도면 잡설은 충분한거 같으니 짧은 감상평으로 넘어가겠읍니다. 생각나는대로 마구 쓸 예정이라 글이 중구난방일거같아요. 감안해 주시길 바라요...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이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오펜하이머 라고 부르겠습니다. 그의 친한 지인들은 그를 '오피' 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를 좋아했지만, 저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오펜하이머 라고 부르겠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아버지는 직물 수입상으로 독일출신 유태인 이민 1세대로 엄청 성공했습니다.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이 책은, 900페이지에 걸쳐 그의 삶이 얼마나 파란만장했는지를 여러 자료들과 인터뷰를 통해 저희에게 알려줍니다. 오펜하이머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시간의 흐름대로 책도 진행되는데, 정말 작은 부분도 세세하게 묘사하는편이에요. 읽다보면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오펜하이머에게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있겠네요.
오펜하이머의 일화들을 통해, 오펜하이머가 어떠한 인물이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 작품내내 자주 등장해요. 참을성이 많은 아이였다는 대목이 인상깊었는데, 이 부분은 후반부에도 다시나와서 탄식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글을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
어느날 밤 아이들은 그(오펜하이머)를 캠프 얼음 창고로 끌고가서 옷을 벗기고 두들겨 팼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오펜하이머의 엉덩이와 성기를 초록색 페인트로 칠하고 밤새 얼음 창고에 벌거벗은 채로 가뒀다. 오펜하이머는 이 엄청난 치욕을 금욕적인 침묵으로 견뎠다. (p.48)
보안 위원회는 자신이 작성해 놓은 규칙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터무니없이 위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펜하이머는 이제 자신에게는 끝까지 절차를 진행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금욕적이고 수동적인 반응이었다. 이는 아주 오래전 캠프장 얼음 창고에 갇힌 어린 소년이 자신의 상황을 조용히 받아들였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p.789)
대학생일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친구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하고,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교수(패트릭 블래킷) 의 사과에 독극물을 넣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오펜하이머가 압박을 받을때면 횡설수설하거나 많이 힘들어했다는 지인들의 말도 자주나오기도 하고, 그러한 묘사들이 작중내내 나오는 편이라, 오펜하이머가 정신적으로 강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큰 키에비해 몸무게가 굉장히 적게나가서 가냘파 보였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편이구요.
초중반에 나오는 오펜하이머의 이러한 묘사들때문에, 후반부에 나오는 스트라우스를 필두로 한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가 오펜하이머에게 준 압박이 오펜하이머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잘 느껴졌던거같아요. 중반부에 주요하게 다뤄지는 로스 앨러모스에서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트리니티 실험에서도 총 책임자 였던 오펜하이머가 얼마나 큰 압박감을 느꼈을지도 알 수 있었구요.
게다가 오펜하이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할때까지, 전쟁의 자세한 내막과 상황을 몰랐기때문에 그가 느끼는 책임감과 죄책감의 무게와 물리학의 결정체가 살상무기가 됐다는 회의감까지, 그 모든것들이 오펜하이머에게 얼마나 정신적인 충격을 줬을지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이라이트 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원자력 에너지 위원회의 견제와 압박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초중반에 나오는 오펜하이머 라는 인물의 묘사, 그가 느껴온 감정, 그리고 그러한 사람에게 행해지는 위법적이고 무자비한 행위들. 그리고 그러한 공격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참을성 많은 아이' 인 오펜하이머...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알거같기도해요. 스트라우스, 텔러, 롭, 그리고 지시자이자 방관자였던 아이젠하워까지 나쁜말좀 쓰자면 싹다 목 조르고 싶었어요. 그들의 주요 골자가, '오펜하이머의 과거 좌익활동들과 로스 앨러모스의 총책임자 시절, 러시아에 정보를 넘기자고 한 인물을 지키려고 한 거짓말들 때문에 그를 믿을수 없으니 그를 사임시키고 비밀취급인가를 해줄 수 없다' 였는데...
오펜하이머의 출신학교가 진보적인 학교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주변인물들이 공산당 관련 인물들이 많은건 사실이었어요. 저도 읽으면서 좀 놀랄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많았던 뉴딜 자유주의자 였다는 묘사가 나오고, 당을 지원하기는 했었지만 정식 당원원이었던 적은 일단은 없거든요. 게다가 나중에 진짜 공산당의 모습을 본 오펜하이머는 그들과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로스 앨러모스의 총책임자 시절 한 거짓말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지만, 그와 함께했던 그로브스 장군은 '그는 그저 전형적인 고자질 하기 싫어하는 미국학생의 모습을 보인것일 뿐, 그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라고 증언을 하기도 해요. 오펜하이머와 함께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점들을 증언하기도 했구요.
수소폭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과, 소련과 정보 공유를 통한 군비경쟁의 가속화를 막겠다는 입장도 국가와 보수파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아니꼬울 수 있겠지만 지극히 인류적인 생각이었다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경험이 있는 오펜하이머로서는 당연한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후반부가 정말 하이라이트인 점이, 이런 공격을 받고있는 오펜하이머에게 많은 사람들이 조언, 지지, 격려해주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이 부분들이 개인적으로 최고의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아인슈타인은 나치 독일에서 나왔던 걸 떠올리며 오펜하이머에게 '조국에 충실했고 돌아오는 대가가 이것이라면, 조국을 등져라' 라는 조언을 해줘요. 물론 작중에서 '젠장,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한단 말이야' 라는 말을 했었던 오펜하이머 에게는 실행하기 어려운 조언이었지만요. 다른 격려들도 많았지만, 이 중 바이스코프가 쓴 편지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나를 포함해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우리 모두의 싸움을 대신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운명은 이 투쟁에서 당신에게 가장 무거운 짐을 지우도록 선택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지켜 온 정신과 철학을 당신보다 더 잘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힘이 떨어지면 우리를 생각하세요...
나는 당신이 원래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기를, 그리고 모든 것이 잘 끝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p.749)
많은 지지와 격려,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성품과 충성심을 보증할 증인들까지 (한스 베테, 조지 케넌, 존 매클로이, 존 랜스데일 등...) 이런 부분들과 위원회의 일부였던 에번스 박사가 오펜하이머 쪽으로 마음을 돌리는 묘사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어요. 특히 평소 오펜하이머를 싫어하던 루이스가 오펜하이머를 위해 밤새 의견서를 쓰던 중, 감시하는 FBI 요원들을 보고 하는 말도 인상깊었습니다.
그는 보좌관들에게 '내가 오펜하이머를 위해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다니 참 우습지 않나. 나는 그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말이야' 라고 말했다. (P.824)
위원회의 결과와 오펜하이머 가족들의 여생에 대해서는 책 후반부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으실거라 생각해요.
'말로' 라는 단어에는 '삶의 끝 부분' 이라는 뜻과, '망하여 가는 마지막 길' 이라는 뜻이 있다고하네요.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자 열렬한 애국자의 말로가 어떠한지는 검색을 해서 찾아보기 보다는 이 책에서 직접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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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중구난방 어리둥절한 감상문 아닌 감상문인거같아요. 너무 긴 기간동안 책을 읽어서 저도 가물가물 한것도 있고, 원체 제가 글을 못써서...
오펜하이머의 인생 자체가 워낙 파란만장해서 너무 재밌게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재밌게 읽었다는 말이 오펜하이머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 일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재밌다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는걸요. 오펜하이머의 여러 재치있는 입담이나 일화들도 자주 나오는데,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도 그냥 아저씨고 한 가정의 아버지였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문과에다가 지식부족인 저도 이름을 들어 본 적있는 인물들이 자주나와서 그 점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폰 노이만, 닐스 보어, 막스 보른, 조지 케넌 등...) 근데 쓰고 보니까 조지케넌은 냉전시대 봉쇄정책 이랑 관련됐다고 하는데 오펜하이머를 공개지지했다는게 신기하네요. 말이 또 다른곳으로 새긴했는데 아무튼 책이 재밌다 읽어보면 좋다! 라는 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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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선생님이 영면하시기 직전, 본인의 인생이 좋았다고 느끼셨기를 바랄 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영화도 봤고 책도 읽고 있는 입장에서 리프레쉬도 되고 좋네요
후반부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요. 안타까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펜하이머 지지하는 부분은 인상깊었어요.
책 중반부에 이야기가 공산당과 많이 엮여지는 부분은 읽기 힘드시지 않았나여 전 힘들어서 살짝 홀딩중이네요
사건의 흐름에 집중해서 서술한 책이라 깊게 파고들지는 않아서 읽으면서 막히는 느낌은 잘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