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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아, 그저... ‘쇼코의 미소’ 2...! ‘쇼미’가 나름 괜찮기도 했고(사실 정말 딱 쇼코의 미소 하나만이긴 했지만) ‘밝은 밤’은 여태 읽은 젊은 국문학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괜찮아서 기대 많이 했는데... 음...
단편집 평을 하며 내가 아마 가장 많이 했던 단어는 ‘질린다’일 거임. 우선 나는 단편 하나면 모를까 단편집은 장편에 비해 좋아하지 않음. 이유는, 짧아서. 배경과 서사를 곱씹으며 인물들한테 마음 줄 틈 없이 너무 순식간에 끝나서 안 좋아함. 그리고 그 짧은 게 네다섯 개, 일고여덟 개씩 붙어있어서. 완독 후 책을 덮고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를 되새김질하는 게 독서의 한 맛인데, 단편집은 하나 끝나면 쉴 틈 없이 또 다른 게 나타나니 음미할 여유가 없게 느껴짐. 애초에 음미할 만한 요소조차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도 하고. 특히 요즘 젊은 국문학 단편들은 이야기가 아닌 그저 소재나 주제 전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장편 쓸 자신은 없는데 쓰고 싶은 장면은 하나 있고 해서 그 한 장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앞뒤를 얼기설기 덧붙인 조각 글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더더욱 별로임.
걍 재미없어서 질린다는 거 아님? 그렇긴 한데 저건 부차적인 이유고, 제일 큰 이유는 비슷한 감성이 이름만 바꿔서 한 권 내내 반복되어서 싫어함. 예를 들면, 김초엽은 말랑부들따뜻하기만 하고, 장류진은 회사원 얘기만 하고, 천선란은 SF라 하기에도 민망한 것들만 반복하고, 박솔뫼는 빙글빙글 뭔 소린지 모를 얘기만 하고, 김애란은 하나같이 침울함... 정세랑은 단편집은 아직 안 읽었지만 왠지 안 읽어도 다 알 것 같음.
비슷한 감성만 한 책 내내 반복되면 당연히 질리고 지루하지 않겠냐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럼. 잡설이 길었는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 이 두 권은, 두 권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똑같은! 감성만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음. 읽다 보면 힘에 부칠 정도로 질림.
겉절이들 다 질린다며? 그치 그렇지... 근데 적어도, 김초엽은 SF 소재보다 인물 간 서사에 집중했을 때 필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줬고, 장류진은 대외적 회사 얘기 말고 인물의 꿈과 현실에 대한 내면적 서술도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천선란은 (SF는 향만 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뽑아낼 줄 알고, 박솔뫼... 그래 박솔뫼를 읽으며 느낀 질림이랑 결이 비슷하긴 하겠다만 박솔뫼는 다른 의미로 문장력에 있어서 타 작가들과 궤를 달리하고, 김애란은 묘사력뿐 아니라 인물의 성별과 연령대를 넘나드는 힘이 있음. 정세랑은 주제와 인물을 표면적으로든 뭐든 어쨌든 다양하게는 그려낼 줄 알고.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읽어온 작가들은 한 단편집 안에 본인들의 주축이 되는 장기 외에 조금 색다른 맛을 한두 방울 첨가한 작품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음. 아니면 최소한 다양한 소재를 쓰는 척이라도 하던가. 그런데, 그런데 최은영은... 그냥 똑같음. 그냥 정말 똑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음...
그렇다면 최은영의 그 질리는 감성이란 게 대체 무언가. 좋게 말하면 솔직함, 나쁘게 말하면 유약함. 너무 솔직하고 너무 유약함. 우선 자신의 치부를 이렇게까지 다 드러내는 젊은 작가는 또 없는 것 같음. 본인 얘기라고 하지 않았지만 본인 얘기일 것만 같음. 인물들의 상처나 배경에 대한 묘사가 직접 겪지 않았으면 모를 정도로 세밀해서 그 모든 것들이 작가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이 됨. 오해, 질투, 비겁함 같은 마음들이나 타인에 대한 신랄한 평가 등을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그렇다 보니 어느 면에서든 단순 경험이 아닌 치부의 일부라고까지 느껴짐. 즉, 극히 개인적인 내면 묘사에 있어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함. 쇼미 평에서는 깊숙한 내면 묘사가 드물다고 했으면서?(찍먹 글 1화 참조) 음,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서사를 위한 내면 묘사는 확실히 부족하다고 생각함. 이건 아래에서 말할 ‘설득력 부족’과도 관련이 있음. 하지만 인물 내면에 침잠해 있는 밑바닥 자의식을 보여주는 건 뛰어남. ‘얘는 왜 이렇게 행동하지’와 ‘얘는 뭔 이런 생각을 하지’는 엄밀히 다른 영역인데 ‘내면 묘사’라는 단어 하나로만 표현하다 보니 어폐가 생겼음. 이해 부탁. 아무튼, 그리고 쇼미 때는 글에 어느 정도 강단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무해’에서는 강단보다는 회피성이 더 짙어서 안 그래도 유약한 게 배로 느껴짐. 여러모로 일기장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음. 결국 일기장 문학이란 건 극도로 미시적인 내면만 나열된다는 것이니 독자 성향에 따라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임. 결만 맞으면 자신의 속도 같이 보인 것 같은 불쾌한 반가움이 일어날 수 있음. 맞든 안 맞든 공감성 수치는 비슷하게 느낄 듯. 읽고 있으면 내 낯도 화끈거림.
단점에 대해 더 말해보면, 모든 이야기가 비슷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비슷한 만남을 시작으로 비슷하게 친해지다 비슷하게 어긋나서 비슷하게 헤어지고 비슷하게 추억하다 비슷하게 끝남. 형식도 거의 다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비슷함. 여성들만 등장할 때도, 남성이 섞여 나올 때도, 남성이 중심 화자일 때도 모두 비슷함. 어디 템플릿 만들어 놓고 애들 이름만 변경해서 넣어 만든 것 같음.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는 쇼미의 플롯과 감성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았음. 이별에 대한 설득력이 약한 것도 여전함. 이쯤 되면 사람의 마음이란 건 누구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걸 표현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음. 하지만 너는 작가잖아... 너만의 방식으로 우릴 설득해야지 그걸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어떡함...
여전히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임. 관계의 시작과 단절에 대한 이야기들. 만남과 우정(사랑)과 이별. 그로 인한 추억과 후회. 그중 여성들의 관계가 대부분임. 친구, 연인, 자매, 가족 등.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건, 지금까지 읽은 젊은 국문학 중 (여성)동성애 코드가 제일 짙음. 직접적인 성애로 나오는 것도 있고 ‘어연우 어우연’처럼 은은하게 나오는 것도 있음. 거부감 있는 사람은 알아둘 필요가 있을 듯.
성별 얘기를 조금만 더 하면, 세어보니 단편 일곱 개 중에 남자 주연은 딱 두 편에서만 나옴. 둘 다 중심인물이긴 한데 화자로 나오는 건 하나임. 편향된 인물 구성을 비판하고 싶진 않음. 그보다는 조연(특히 남성)의 활용이 너무 ‘요즘’스럽다는 걸 짚고 싶은데 그건 아래에서 다루고, 더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동성애적 작품이 많다 보니 인물이 등장했을 때 바로 성별을 밝히지 않으면 그 인물의 성을 빨리 파악하기가 힘든 편이라는 거임. 또 여자겠지 했는데 남자라고 하고, 이건 남자인가... 싶은데 여자라고 하고. 근데... 이걸 추측하는 게 그다지 재미있지가 않아... 끝까지 모호하게 나와서 어느 성에 대입해도 괜찮은 이야기인 것들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늦게 알려주는지 모르겠음. 같은 내용이라도 인물들이 동성일 때와 이성일 때 독자가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데,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채로 애매하게 읽어가다 중간에 머릿속에서 갑자기 성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왜 굳이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감. 심지어 여성들만의 코드를 짙게 다루는 작가가 굳이 이렇게 헷갈리게 쓴다? 나 이런 것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인물을 어떤 성별로 특정하는 것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외치고 싶은 건가? 뭐가 됐든 명백한 설계 오류라고 생각함.
감성이 와닿는 정도는 작품별 편차가 있는 편임. 중편에 해당할 만큼 긴 작품들도 있고 정말 단편으로 짧은 이야기들도 있는데 대체적으로 길수록 특유의 감성이 짙어지고 짧을수록 감성보다는 순간순간의 ‘목적’만이 너무 대놓고 보임. 성폭력,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제 등 너무 노렸다 싶은 부분들이 많음(중편이라고 없는 건 아니지만). 조연들의 요즘스러운 활용이 이러한 것들임. 쇼미 때와 달라진 거라면 이거인 것 같음. 젠더 이슈를 더 직접적으로 더 단순하게 더 자주 다룸. 여성 서사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원래부터 그런 내용들을 다루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함. 근데 이왕 다루는 거 좀 더 깊게 파고들면 좋겠는데 그냥 정말 단편스럽게 끝나서 아쉬움. 인물 과거에 활용되는 정도에 불과함.
그리고 쇼미의 ‘신짜오, 신짜오’, ‘미카엘라’에서도 느낀 건데 정치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듯함. 이 단편집에서도 여기저기서 보임. 근데 넣는 건 상관없다만 여기저기 불쑥불쑥 나오는 게 좀 거슬림. 차라리 위 작품들처럼 아예 한 사건을 중심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모를까 왜 굳이 여기에 이런 내용이...? 싶은 게 좀 있음.
내용을 보면 무해라는 것은 착각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선 나에게 무해하다고 여기는 착각. 제목만 보고 따뜻힐링위로를 기대했다면 조금 다를 거임. 직접적인 위로는 단 하나도 없음. 나에게도 이런 관계가 있었(겠)지 싶은 공감을 통해 반추하게 하는 형식의 위로임. 그리고 쇼코의 미소로 맥이 끊겼다 싶은 희망엔딩이 드디어 다시 등장함. 지금까지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다 씁쓸하게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걸로 기뻐해야 하는지...
주저리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아서 그럼. 젊은 국문학 중에서 최은영만의 감성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작품마다 너무 비슷하다는 게 한계임. 이렇게까지 비슷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하니(슬슬 비슷하다는 말까지 질린다) 본인의 기량을 본인 스스로 더 뻗어나가게 하지 못하는 것 같음. 만약 신작 단편집도 이와 비슷하다면(언제 읽을지는 모르지만) 그럼 나는 어쩔 수 없이 최은영을 자가 복제 작가로만 생각하고 끝낼 것임.
억까와 억빠를 넘나들며 이렇게 격하게 평가하는 이유는, 그 망할 감성이 나랑 너무 잘 맞아서 그럼. 정확히는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 하나하나들이 다 내가 생각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내 생각과 많이 닮아있음. 정말 질투가 날 정도임. 내가 만약 글을 쓴다면 난 최은영의 아류가 될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최은영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비슷함. 어쩌면 그래서 더 질린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음. 정말 모르겠다. 좋은 만큼 아쉬움도 큼.
차라리 다작해서 남은 작품들이 많다면 속 시원히 여기서 멈추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책이 (신간 제외) 딱 하나 더 남아있음. 그럼 최은영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어떻게 일단락되는지 다음 단편집을 보도록 하자.
추천작: 손길
애쓰지 않아도
열 개가 넘는 작품들이 수록된 초단편집. 분량도 짧고 중간중간 삽화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분위기 자체는 기존 단편집들보다 가벼운 편.
눈에 띄는 큰 변주는 없으나 짧은 소설들인 만큼 부담 없이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 노력이 보임. 우선 인물과 소재의 범위가 좀 더 넓어짐. 맨 처음으로 나오는 표제작 ‘애쓰지 않아도’를 읽으면서 아, 그저... 쇼코의 미소 3...! 그만 읽고 덮을까 했는데 끝까지 읽기 잘한 듯. 그러나 그렇다고 이 책 한 권으로 최은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진 않았음을 우선 밝힘.
여전히 여성 서사(특히 친구 사이)가 대부분이긴 함. 그놈의 학창 시절 얘기는 정말 안 쓰면 안 되나 봄. 가장 자신 있는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어떻게 이렇게 매 책에 욱여넣을 수 있나 싶음. 아니면 독자들이 최은영에게 기대하는 게 이런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임. 너희 이런 거 보려고 나 찾아온 거지? 옜다, 싶을 정도로, 학창 시절부터 친함 – (대학교까지 친함) – 갑자기 틀어짐 – 이별엔딩, 이라는 기승전결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옴. 이쯤 되면 진짜 템플릿 있는 듯.
개인적이고 유약한 감성도 여전하고 만남과 이별이란 플롯이 주인 것도 여전하지만, 이번엔 그래도 다양함이 곳곳에 보임. 세 권째로 내려오는 그 뻔하디뻔한 감성에 아주 조금의 변주만 들어갔을 뿐인데 좀 살만해짐.
그러한 다양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여성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그냥 새로운 소재’임. 하나 말해둘 건, 이러한 시도들이 이 책에서 최초로 행해진 건 아니라는 거임. 쇼미와 무해에서도 했었지만 비중의 정도를 고려하면 이제 와서야 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듦.
최은영의 대표적 여성 서사는 친구인데, 친구를 넘은 가족과 같은 관계, 혹은 정말 가족이라는 관계로 저변을 넓혀가고는 있었음. 다만 분량이나 감성의 농도를 봤을 때 작가의 우선순위에서 친구보다 밀린다는 면이 독자의 눈에 너무 명확히 보였을 뿐임. 그러한 갈증이 장편 밝은 밤으로 어느 정도 해소는 됐지만, 밝은 밤에서 주된 관계도 증조할머니 - 할머니 – 엄마 – 나라는 가족보다 증조할머니와 그의 친구였기에 친구 서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었음. 무해에 와서야 자매, 숙모 – 조카로 가족 서사를 제대로 넓히기 시작했고, ‘애쓰지’에서는 엄마와 딸의 관계들을 여럿 그리며 차근차근 범위를 더 넓히는 데 성공함. 아니면 교수와 학생처럼 아예 다른 관계도 그리기 시작했고. 이런 단편 하나에 불과한 작은 점들을 왜 이렇게 길게 마치 엄청난 발전이자 장점인 것처럼 짚고 넘어가냐면, 친구 얘기에 질려 나가떨어져 버릴 때쯤 나오는 이러한 (그나마) 다른 관계가 작품 구성을 넘어 독자의 기분까지 환기해 주기 때문임. 넘쳐나는 대 여성 서사의 시대에 크게 다를 거 없는 관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종의 반가움까지 느껴짐. 그리고 무해에서도 느낀 건데 엔딩의 갈래에 따라 감성의 차이가 꽤 남. 여기선 드디어 친구 서사에서도 희망엔딩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괜찮음. 맨날 헤어지고 나중에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씁쓸엔딩보다 훨씬 나음.
다양한 소재로는 남성, 교수, 외국인, 이민, 여행, 고양이 등이 있음. 단순 소재뿐 아니라 인물들의 성별이나 배경, 직업도 다양해짐. 이 책엔 본인의 경험을 소재로 많이 차용했다고 작가의 말에 직접적으로 나오는데 그게 짧은 소설집이라는 테마와 맞물려 소재들을 더 과감히 활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음. 여기서 과감함이라 하면 글의 ‘목적’임. 목적이라는 것에 대해선 무해에서 언급했던 내용들 그대로임. 그런데 이번엔 거기에 더불어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아짐. 특정 성별에 대한 공격, 특정 상황에 대한 공격, 특정 사람에 대한 공격, 특정 기질에 대한 공격 등...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기존의 방식이 남을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이들의 의도적이면서도 비의도적인 폭력에 맞서는 상대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많음.
그런 의미에서 무해 때도 그렇고 참 제목을 오해하게 잘 지음. 이 책도 표지 그림과 더불어서 이 힘든 세상...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하는 힐링감성책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다 읽고 보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가 아니라 ‘애쓰지 않아도 (이제는 그때를 담담히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로 느껴짐. 상대방 보고 괜찮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괜찮아지고 있다는 뜻임. 그것이 시간이 지나 무뎌진 건지 내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애초에 애쓸 필요가 없던 일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최은영은 타인과의 관계, 만남과 우정과 사랑과 단절, 폭력과 상처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본인만의 독보적인 감성으로 쓰는, 그것만 똑같이 쓰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음. 나에겐 여러모로 (젊은 작가 중에서는) 특별하지만 이젠 잠시 쉬어가야 할 작가임도 분명함. 최은영도 한동안 그만.
추천작: 무급휴가
안세화
남매의 탄생
살짝 스포주의
외동딸인 주인공 앞에 어느 날 갑자기 오빠랍시고 나타난 존재. 그런데 엄마 아빠를 포함해 주변 모든 사람은 원래부터 주인공에게 오빠가 있었다고 말한다. 어제만 해도 없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오빠라고 하는 저 인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
통통 튀는 면이 매력적인 주인공, 적당한 선에서 거슬리지 않는 친구들, 흥미를 일으키는 소재, 엄청난 속도감과 흡인력, 나름의 반전,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넘치는 생동감. 그야말로 청소년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전부가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
우선 장점으로는 속도감. 그야말로 빨려 들어가듯 읽어나갈 수 있음. 사건사고들이 ‘터진다’고밖에 표현이 안 되는데, 예사롭지 않은 발단부터 해서 이야기들이 정말 빵빵 터지며 극이 쉴 틈 없이 전개됨. 거기에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고등학생만의 의식의 흐름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정신없음을 배가시킴. 그러다 보니 재미도 재미지만 에피소드의 흐름이 뻔하게 느껴지지 않음. 에피소드라고 해봤자 결국엔, 오빠를 의심 – 친구들과 작당 모의 - 방법 시행 – 우당탕탕 – 실패라는 흐름은 똑같음.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과 친구들의 말과 행동이 극에 활력을 들이붓다 못해 때려 넣는 수준이어서 뻔한 걸 잊게 하고 지루함을 느낄 새를 없게 함. 잠시 멈추고 싶어도 어느 지점에서 멈춰야 할지 모를 정도임.
다음으로 인물들이 매력적임. 이렇게 통통 튀는 주인공은 오랜만에 봄. 이분법으로만 나눴을 때 인싸냐 아싸냐 하면 인싸고,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 하면 적극적이고, 몸이 먼저 움직이느냐 생각을 곰곰이 하느냐 하면 행동파임. 그런데 ‘열혈’까지는 아니고 ‘민폐’나 ‘나댄다’는 감도 전혀 없음. 정말 딱 그 나이 때의 밝고 건강한 힘이 느껴짐. 친구들도 마찬가지임. 주변 인물들이 꽤 많이 나오는데 거슬리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애들이 없음. 주인공과의 친한 정도나 극 진행을 위한 설정에 따라 비중과 설명이 (당연히) 나뉘지만 살짝 멀리서 보면 누구 하나 뺄 거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반 친구, 동네 친구들임. 이렇듯 친구들과 조근조근 왁자하게 떠드는 광경이 눈에 선히 보이는 게 큰 장점임.
그 외 특성으로는 사건 진행이 오로지 주인공 행동 하나에만 달려있다 보니 그 많은 주변 인물의 개성이 하나같이 옅음. 이건 바로 앞에서 말한 매력적이라는 것과는 다른 얘기임. 거슬리거나 불필요한 면이 없다고 한 것이 다르게 말하면 딱 그 역할만 하도록 주어진 고정적 NPC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거임. 오빠도 마찬가지. 오빠가 주인공에게 가장 많이 하는 대사는 ‘가만히 있어라’인데, 그 말은 즉 주인공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굴러가지 않는다는 뜻임. 그렇기에 주인공은 적극적인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고 주변 이들은 모두 조력자 정도밖에 될 수 없는 구조임. 이걸 단점이 아닌 특성이라고 한 것은 반전 때문인데 다 읽고 나면 이건 의외로 철저한 구조라고 생각할 수도, 나처럼 짚고 넘어가고 싶은 요소로 볼 수도 있음.
말 나온 김에 반전도 짚자면, 개인적으로는 좀 별로였음. 반전 자체가 별로인 게 아니라 반전에 대한 설정이 별로였음. 스포라서 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순식간에 주인공에게서 빼앗아 오빠에게로 옮기는 반전이라고 생각함. 이 책의 속편이 나온다면 그건 아마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닌 오빠의 스핀오프가 될 것임. 애초에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 오빠였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비등하던 ‘중요성’마저 오빠한테 훅 기울게 됨. 이건 그냥 내가 주인공제일주의자여서 하는 한탄이긴 함... 차라리 오빠와 더욱 친밀한 관계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데 또 그러면 반전 설정과 더불어 마지막 단락에 대한 감상이 전혀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함. 여러모로 살짝 갸우뚱하게 하는 반전이라고 생각함.
그렇다 보니 재밌게 읽긴 했으나 곰곰이 생각할수록 이 이야기의 주제가 뭔지 감이 잘 안 잡힘. 처음에는 오빠를 경계했지만 서서히 누그러지며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진정한 가족이라는 게 뭔지 깨닫게 되는... 이런 이야기라면 응당 나올 그런 주제가 아님. 저 반전 요소가 이 당연한 주제를 살짝 비틂. 근데 그 비틂이 주제를 너무 애매모호하게 만듦... 주제가 그렇게 중요함? 응 난 중요해... 그리고 이건 청소년 소설이잖아... 교훈까지는 아니어도 애들이 읽고 뭘 느끼긴 해야 할 거 아녀... 그냥 정말 재밌다는 인상만 강하지, 이걸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함. 앞서 이 책이 청소년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게 담겨 있다는 게 이 뜻이었음. 다른 건 넘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소가 부족함.
그래도 이렇게 밝고 유쾌한 이야기가 오랜만이라 반가웠고 재밌게 잘 읽었음. 단점이 보이긴 해도 그건 모든 독자가 보편적으로 느낄 단점이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 하더라도 불도저 같은 흡인력이 모든 걸 상쇄해 버리니 딱히 문제 될 게 없음. 반전도 설정이 내 기준 별로였다는 거지 떡밥 회수는 여타 미스터리 문학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깔끔하기 그지없음.
여튼 간단히 정리하자면, 왁자지껄 좌충우돌 우당탕탕. 가볍고 밝고 통통 튀고 재밌다. 딱 그 정도.
정해연
유괴의 날
찍먹 글 1화에서 언급했던 ‘홍학의 자리’ 작가의 책. ‘홍학’이 반전 하나만을 위한 이야기였다면 ‘유괴의 날’은 인물들의 드라마가 더 강조된 이야기임. 홍학은 피해자를 누가 어떻게 죽인 걸까만을 생각하며 읽게 된다면 ‘유괴’는 범인과 더불어 범죄와 관련된 인물 전부의 사연이 궁금해짐.
어린 딸의 수술비를 목적으로 부잣집 딸을 유괴하기 위해 차를 몰던 중 교통사고를 낸 주인공은 사고의 피해자가 유괴하려던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자 그대로 차에 실어버린다.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연락을 받지 않는데...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말하면 스포가 되니 줄거리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음. 줄거리보다는 캐릭터성을 먼저 짚고 싶은데, 유괴된 아이는 문무 겸비(...) 천재 소녀고 유괴범인 주인공은 어수룩한 남자 어른임. 좋게 포장하면 천재 소녀와 순박한 어른 조합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뻔할 뻔 자인, 되바라진 꼬마와 멍청할 정도로 모자라 보이는 어른 조합.
작가 필력에 따라 뻔한 설정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선 아니었음. 적당함 없이 두 주인공 모두 각각 천재와 어수룩함을 극한까지 치닫게 설정해서 오히려 작위적이고 거부감이 듦. 그래봤자 열한 살이면서 한껏 어른인 척하는 꼬맹이는 재수 없고 거기에 자아 없이(요즘 여성 작가들이 남성 캐릭터를 그릴 때 많이 쓰는 설정이 ‘조신함’인데 여기선 조신함을 넘어 멍청하게 나옴) 휘둘리는 어른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져 보임. 가뜩이나 기본 묘사로만 해도 얘 똑똑해요~ 하지만 내면엔 어린애다운 면이 있어요~ 얘 나쁜 짓 했지만 사실은 순박하고 착해요~ 다 사연이 있어요~ 하고 떠먹여 주는 수준인데 주변 인물들의 시선과 평가로도 굳이 굳이 한 번씩 더 짚어주니 아 알겠다고; 하는 수준이 됨.
가장 거부감이 큰 건 천재 소녀를 너무 어른스럽게 그렸다는 건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인공과의 관계를 ‘유사 부녀’가 아닌 ‘남녀’로도 보이게끔 한다는 점임. 자신에게 잘 대해주거나 딸을 지극정성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천소(천재 소녀의 줄임말)가 유괴범과 그의 딸에게 느끼는 감정을 이상함이나 편안함, 부러움 정도로만 하는 게 아니라 설렘이나 질투로도 보이게 함. 근데 그러면서 주변 입들을 통해서는 ‘영락없는 부녀 같다’고 노래를 해대니 괜히 읽는 사람만 이상하게 만듦. 네가 그렇게 묘사했으면서... 딱히 목적이 있는 설계라기보다는 너무 강한 캐릭터성에 필력이 지배된 게 아닐까 싶음. 강박으로 느껴질 정도로 주인공들 관계 만들어 주기에 지나치게 혈안이 되어 있어서 사건 몰입에 방해가 됨.
두 주인공 외에 또 다른 중요 인물에는 경찰이 있음. 거의 서브 주인공과 같은데, 이 작가의 작품들이 고정적인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물이 아닌데도 형사의 비중을 꽤 높게 둬서 주인공을 범인과 경찰 이원화 구조로 만듦. 그런데 아무래도 독자의 감정은 사연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범인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경찰의 높은 비중과 중요성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짐.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뭔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게 됨. 누구한테 마음을 맞추고 봐야 할지 살짝 아리송함. 이건 홍학과 공유하는 단점임. 게다가 중심 형사의 캐릭터마저 홍학과 유괴 모두 비슷한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을 듯.
그 외에 스쳐 지나가는 조연들에게도 의외로 서사를 많이 부여함. 이 사람 중요한가? 싶게 하는 서술 트릭으로 볼 수도 있고 어쨌든 추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그쪽 계열 작가 특유의 단순 썰 풀이로도 볼 수 있음.
연출은 괜찮은 편임. 장면과 시점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는데 안정적이어서 마치 영상물을 보는 것 같음. 책 자체가 하나의 시나리오 같아서 영상화 한다면 그냥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될 정도임. 책 두께가 꽤 되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게 큰 장점임.
인물들의 사연도 범죄의 이면도 그럭저럭 잘 흘러가는데 마지막에 반전을 위한 반전이 좀 있음. 슬슬 끝날 것 같은데 아직 쪽수가 남아있음. 억지스럽냐고 하면 그건 아닌데 자연스럽냐고 하면 그건 또 조금 아님. 그나마 꾸역꾸역 채워 넣으려고 하지 않아 보인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듯.
여튼 여러모로 킬링타임으로는 제격인 작가라는 생각이 듦. 재밌게 느낀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거고 재미없게 느껴도 책장은 잘 넘어갈 거임.
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여러 인연과 그로 인한 사랑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긴 단편집.
동시대를 살아가는 신진 작가의 재기 발랄함이 느껴짐.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계점도 명확히 보임.
한계점 얘기를 먼저 하자면, 인물들의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음. 그중에서도 여캐들에게 작가 자신의 부분 부분을 촘촘히 투영한 게 보여 그 많은 인물이 마치 한 사람으로 느껴짐. 근데 이건 조금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긴 함. 일단 작가가 민음사 한국문학팀 편집자임. 그리고 나는 민음사 유튜브 채널을 꽤 봐와서 작가의 대략적인 성격이나 말투, 생각 등을 일방적으로 많이 알고 있음. 그렇기 때문에 어 여기서는 본인의 이런 면을 넣었네? 저기서는 저런 면을 넣었네? 독백에 작가 말버릇이 반영되어 있네? 하며 그러한 면이 너무 잘 보임. 남캐들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음. 고정적인 일이 없다거나 조금은 신비로운 느낌을 풍긴다는 점에서 다 엇비슷함. 즉 (여성) 인물들에게 작가 자신을 투영했다는 것은 보편적 독자들이 느낄 단점은 아니겠으나 그걸 차치해도 인물을 이루는 근간 요소들은 큰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성별과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캐릭터성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임.
작품 분위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감성적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적임. 재기 발랄함이나 자신만의 명확한 색깔이 보이는 쪽은 주로 환상적 소재에서고 감성적인 면은 ‘소프트 최은영 + 포스트 정세랑 (+ 장류진 반 스푼)’이라고 할 수 있음. 우선 작가가 젊은 국문학을 많이 읽고 접한 것이 표가 남. 본인만의 솜씨에 더불어 기존 작가들의 장점과 단점을 영리하게 파헤쳐 글에 녹여낸 것이 보임. 만남, 관계, 사랑 등을 주로 그리는 면은 최은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감성 수준이 너무 진해서 깊은 만큼 쉽게 지치는 최은영의 관계와 달리 관심이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좋아하면서도 싫어하고 부러워하면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어느 정도 가볍고 일상적이고 모순적인, 그야말로 ‘관계’보다는 ‘관심’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인물들의 직업이나 상황 등이 다양하다는 것은 정세랑과 비슷하나 시의성 넘치는 주제들을 말하기 바쁜 정세랑에 비해 인물 소개에 다급함이 없고,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등의 단어가 그대로 나오는 거나 채팅 대화의 생생한 구어체 등이 장류진과 비슷하나 마냥 회사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장류진과 또 다름. 여러모로 후발주자가 가져갈 수 있는 장점들을 많이 취함. 문체도 담백하고 위트도 있는 편.
하지만 그놈의 ‘트렌드’에서는 벗어나지 못 함. 연애와 퀴어,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임. 그나마 남녀 간의 사랑도 있다는 게 조금 위안거리가 된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위안거리라니... 아무튼 소재만 보면 벌써 질린다는 뜻.
다른 건 제쳐두고 퀴어 소재의 문제만 다루고 싶은데, 같은 동성 관계 작품이라 해도 우정(혹은 관심) 이상 사랑 미만인 관계를 그린 것들은 대체로 괜찮으나 퀴어적 면모를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거부감이 들고 재미가 없어짐. 왜 그런가 하니 지금까지 읽은 젊은 국문학 중 가장 '패션 퀴어'적이라 그런 것 같음. 이야기 자체보다 인물 성향을 더 우선시하고 중요시하는 것이야 여타 작가들에게서도 보인 점이긴 한데 유독 겉핥기가 심함.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그러한 소재를 택한 게 아니라 단지 인물을 설계하기 위해 가장 강력하고 가장 트렌디한 소재를 잡은 느낌까지 갈 것도 없이 그냥 특정 성향에 대해 쓰고 싶다는 것 외에 글을 쓴 목적이 없어 보일 정도임. 인물들의 성향(동성애 혹은 다른 특이 성지향)과 그쪽 계열만의 은어가 나오는 것 말고는(그 은어도 정말 가볍디가볍다) 딱히 깊이랄 게 없으니 그저 옆에 퀴어 친구 두기 좋아하는 이성애자가 그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긁어모아 쓴 글처럼만 느껴짐. 감성 외엔 알맹이가 없단 뜻. 진득한 면이 부족하니 일기장이라고 하기에도 수기라고 하기에도 어딘가 모자람. 그러니 차라리 이성 간 사랑이나 환상적 소재가 더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남.
어쨌든 모든 이야기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은 달라 질리는 면은 덜하고 읽는 맛도 나쁘지 않음. 최은영의 무거움에 지치고 정세랑의 극에 달한 시의성에 지쳤을 때 읽으면 가볍고 괜찮을 듯. 기대해 볼 만한 신인이라 생각함.
추천작: 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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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이번엔 책 이미지를 교보에서 가져와 봤음
여담 2
지금 읽고 있는 건 구병모의 ‘아가미’ 추석 연휴 중에 다 읽을 줄 알았는데 어림없지... 10월로 패스!
크아아아아아악 - dc App
이정도면 평론가가 될만한 인재일지도 - dc App
후기로 책 한권 뚝딱되네
개추
책보다 재밌는 평론 - dc App
그래서 김쿠만 언제 보냐고
몇 개 집어갑니다 - dc App
잘 봤습니다
내용 호불호를 떠나서 독갤엔 이런 진솔한 감상문들이 더 많아져야한다
안녕하세요 다른 링크 타고 찾아왔읍니다… 정지돈 <인생 연구> 단편집 한 번 읽어주심 안될까여? <…스크롤!>보다 덜 난해하고 재밋습니다… 리뷰부탁드림
그리고 황정은 <디디의 우산>도… 단편 두 개 있는데 두 번째 단편은 박솔뫼 스타일처럼 마냥 추상적이지 않고 에세이 형식입니다 제가 유사-에세이 소설을 좋아해서여 부탁드림다
이미상도 진짜 재밌습니다… 제발한번만
좋아하는 작가들 추천하다 보니까 말이 길어지는데… 정영수도 남성 작가로서 남성 화자가 많음 + 그럼에도 여성작가 못지않은 세밀한 심리묘사로 재밌구요… 박상영에 대해서는 어케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진짜 끝!!!
https://m.dcinside.com/board/reading/567761
6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