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전 커넥톰 이라는 단어는 정확하진 않지만 수년전 한 과학 기사에서 처음 들어본 적 있었다.
단 기사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뚜렷하게 기억난다.
생물학 실험실에서 약방의 감초마냥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이란 벌레가 있으며 이 벌레의 뉴런들 연결의 총체 즉, 커넥톰과 감각, 운동기관을 컴퓨터 프로그램 속에 재현했을 뿐인데 그 프로그램 속에서 실제 선충과 같이 행동했단 내용이다.
더 나아가 선충의 감각기관에 대응되는 센서, 운동기관에 대응되는 모터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로봇에 인간의 의도된 알고리즘은 전혀 없이 선충의 커넥톰 정보만 넣었을 뿐인데 로봇은 벽에 부딪히면 뒤로 물러나고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운동해나가는 결과 또한 있었다.
고교 시절 저 기사를 통해 인공지능이 아닌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정보를 그릇만 바꿔 옮겼을 뿐인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며 생명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었다.
기계와 생물의 경계가 모호하다 느낀 것이다. 생명 또한 그저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엄청나게 복잡한 기계가 아닌가?
기계론적 유물론에 대한 지지는 후에 대학 수업을 들으며 배운 수많은 정교한 생체 기작들에 의해 더 확고해졌고 세상 그 무엇보다 정교히 움직이는 기계인 생물에 대한 흥미는 더 커져갔다.
신체의 많은 신비한 생리 현상들 중에서도 사고와 정신을 담당하는 뇌를 이해하는 방식은 어떠할까? 잘은 몰라도 베일에 가려져있을터
계절학기간 한가하기도 해서 평소 잘 않는 독서에 눈길이 가 도서관 홈피 과학 카테고리 추천도서이기도 제목도 끌려서 읽어봄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인이자 mit교수, 커넥톰이란 단어를 처음 제창한 세바스찬 승 교수
전혀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엄청 유명한 사람이더라 테드 강연도 하고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1. 커넥톰이란 뉴런 간 연결의 총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냅스의 세기인 가중치의 변경(reweight), 시냅스의 생성과 제거를 통한 재연결(reconnect), 신경 가지들의 성장과 축소를 통한 재배선(rewire), 재생(regenerate) 4가지 R의 모든 정보를 뜻함.
2. 뇌를 이해하는 방식엔 크게 2가지가 있음
하나는 익숙한 '대뇌 국소화주의'
뇌의 각 영역이 모듈처럼 분업되어 있고 모듈들의 결과 산출 합이 복합적인 정신 기능이라는 주장으로
수능 국어 비문학 단골 소재인 브로카 베르니케 실어증, TV에서 실험 가운을 입고 빨갛게 노랗게 색 입혀진 fMRI 영상을 보여 주며 “뇌의 이 부분이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서 활성화된 모습입니다.” 라고 말하는 전문가나 손바닥의 감각을 느끼는 뇌의 영역이 팔꿈치보다 넓다는 말 등이 전부 대뇌 국소화주의의 견해임
두번째는 '연결주의'
환상지를 겪는 신체 절단 환자들의 감각뇌도가 정상인들과는 다른 영역 분포를 지니는 사례나
극단적인 간질 발작으로 대뇌 반구 절제술을 받았던 아이들은 대뇌 국소화주의에 의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하겠지만 간질의 치유와 더불어 지능의 발달까지 보임.
뇌의 각 영역이 분업화 된 것은 사실이나 이 분업화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가소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음
3. "뉴런의 기능은 다른 뉴런과의 연결에 의해 규정된다" 이 문구가 연결주의의 핵심이며
저자가 왜 커넥톰을 분석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음
뇌=겁나게 복잡한 전기배선도
전기배선도의 전체적인 정보 = 커넥톰
4. 하지만 커넥톰의 분석은 현대에서도 아주 힘든 일임
인간이 유일하게 모든 커넥톰을 아는 예쁜꼬마선충 이 친구는 크기가 1mm
신경세포는 302개 밖에 없어서 신경학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실험체임
문제는 이 벌레의 커넥톰을 밝혀내는데도 10년이 걸림
1mm의 벌레를 한포씩 슬라이스 떠서 무슨 뉴런이 어떤 뉴런하고 이어져있고.. 이걸 노가다로 알아냄
한술 더 떠서 이 단순한 생명체의 커넥톰 지도도 완벽한게 아니여서 시냅스간 재배선(rewire), 연결강도 변경(reweight) 등의 정보는 모름
5. 302개 뉴런 커넥톰 알아내기 vs 대략 860억개로 추정되는 인간 뉴런 커넥톰 알아내기
저 860억개는 뉴런만 추정한 숫자로 뇌에서 뉴런을 서포트 해주는 세포들(신경교세포들)의 수는 뺀 것임
860억개의 뉴런 하나당 최소 1천개의 뉴런과 시냅스를 맺고 있다고 하니
저자가 말하길 인간 커넥톰 지도를 만드는 일은 책을 쓴 본인도 그렇고 이 종이 책을 읽는 후손들이 살아있을 때까진 불가능할거라 봄
6. 하지만 너무 낙담할 필요도 없는게
인간 커넥톰 지도를 그리는 일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됨
저자가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데 커넥토믹스를 맹신하게 된 계기는 커넥톰을 분석하는 기계가 발명되었기 때문
이 기계는 과거 사람이 수작업으로 뇌 슬라이스>고정>분석 하는 과정을 자동화함
특히 분석하는 부분은 인간이 현미경에 눈 박고 하나하나 그리는 힘든 과정인데 이걸 기계학습을한 인공지능이 시도하는 중
현재 이 기계로 쥐의 망막 커넥톰이 밝혀짐
또한 유럽 연합, 미국 각각 인간 커넥톰 지도를 밝히는 거대과학 진행중
7. 뇌과학이 넘어야할 산은 너무 많다
오차 없이 지도를 구성 하더라도 만약 우연찮게 잘린 단면에 많은 시냅스들이 있고 이로 인해 연결의 추적이 불가능하다면?
gap junction(뉴런간 직접 연결) 말고 신경전달물질이 인접한 시냅스가 아닌 떨어진 시냅스를 자극하는 경우는?
(책에서도 언급된 어쩔 수 없지만 치명적이고 고려하지 않은 경우다.)
아무튼 이런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시각들이야 한낱 독자의 사견일 뿐이고 연구자들에게는 그들만의 훌륭한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테드 강연을 찾아보니 이러한 장벽들에 대해 승 박사가 농담조로 이런 말을 한다
"뇌 과학엔 희망이 없습니다!“ 넘치는 자신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건가 ㅋㅋ
육신의 청사진인 게놈의 분석이 학계에 미친 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 종교, 사회적 파장 또한 막대했으니
그렇다면 정신의 근원을 밝혀내는 커넥톰은 그보다 더 큰 파급력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다만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글의 서두에 꺼낸 선충 커넥톰의 사례처럼 언젠가 인간의 커넥톰이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 되는 순간 스피커를 통해 이런 음성이 전해지는 일이 일어날지도?
”여긴 어디죠? 거기 누구 없어요? “
뇌지도 언제 완성 될까 - dc App
지금 내가 읽고있는 책인데 소름돋네 ㄷ 난 커넥토믹스에 AI를 접목해야하는 필요성 서술하는 대목 읽는중
지능은 후천적으로 발달될수 있을까?
ㅊㅊ - dc App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