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독서할 때에는 다른 사람이 우리 대신 사색을 한다. 우리들은 단지 그 사람의 심적 과정을 반복해서 더듬는 데 불과하다

그것은 마치 학생들이 글씨를 배울 때 선생이 연필로 미리 그어 놓은 선을 따라 펜을 움직여 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있을 때는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독서로 옮겨갈 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머리는 독서를 하고 있는 한, 실은 타인의 사상의 운동장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때로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다 할지라도, 거의 하루 종일 다독으로 보내는 부지런한 사람은 점차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늘 말을 타는 사람이 나중에는 걷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